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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수 고양이 1
키타미치 마사유키 지음 / 시리얼(학산문화사) / 2011년 9월
평점 :
품절
고양이와 개를 모두 키우는 나로서는 너네 팔자가 아주 늘어진 상팔자야, 라고 종종 혼잣말을 하게 된다. 그도 그럴 것이 늘 느긋하게 누워서 졸거나 자면서 빈둥빈둥, 때때로 밥시간에만 살짝 깨어주는 센스를 발휘하며 옆에 있는 사람마저도 꿈나라로 데려갈 법한 아우라를 발산하는 녀석들은 타고난 백수요, 타고난 한량 팔자다. (물론 집에 있는 녀석들에 한정된 일이긴 하지만.)
자고로 고양이는 백수인 게 가장 좋다고 생각하는 나로서는 이 책의 제목에 꽂히지 않으려야 않을 수 없었다. 고양이의 본질을 백수에 빗댄 것 만큼 정확한게 어디 있으랴. (물론 이것도 집고양이에 한해서이지만.) 때로는 우리 티거냥처럼 스토커질을 하느라 잠잘 시간마저 쪼개서 사는 고양이도 있지만 대개의 고양이들은 우리 보리냥처럼 언제나 뒹굴뒹굴하는 녀석들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책 제목과는 달리 책표지부터 성깔 있는 녀석들이 보인다. 무슨 말인고? 싶다면 아래의 그림을 보시오.
하긴, 고양이들은 개와 달리 먼저 숙이는 법이 없긴 하지. 그녀석 성질 한 번 까칠하네, 라고 말해주려다 띠지에 숨겨진 부분을 보고 푸하핫, 빵 터지고 말았다. 그 기개는 어데로 갔는고?
뒷표지의 녀석도 상당한 내공을 갖춘 녀석이다. 하지만 이건 길에서 고양이를 업어오는 사람이라면 한 번은 생각해야 할 문제이다. 무작정 불쌍하다고 업둥이로 맞아 들여놓고는 금세 질려서 다시 유기하거나 다른 데로 보내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난 이 녀석이 하고자 하는 말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듯 하다. 근데 역시 띠지 안에 감춰진 부분을 보면... 웃을 수 만은 없다. (묘하게 슬퍼진다)
이렇듯 처음부터 강하게 나오는 고양이들이 등장하는 고양이 만화『백수 고양이』는 나쁘게 말하면 정체불명의 고양이 만화이고, 좋게 말하면 유니크한 고양이 만화이다. 구성은 4컷 만화와 단편만화가 뒤섞인 형태로 고양이 이야기가 2/3, 사람 이야기가 1/3 정도로 등장한다. 물론 사람 이야기라고 해서 사람만 등장하는 건 아니고, 사람과 고양이가 함께 등장한다. 고양이 이야기의 경우, 고양이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인간 사회를 조금 비틀어주는 이야기라고 할까. 그래서 유니크한 고양이 이야기라 하는 것이다. 고양이와 인간의 말이 통한다는 설정은 판타지처럼 보여도 그외의 이야기는 죄다 현실에서 튀어나올 법한, 귀엽기도 하지만 대개는 삐딱한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이 이 책의 장점이자 단점이 될 수도 있는 미묘한 부분이다. 미묘(美猫)들의 대행진이나 고양이의 습성을 소재로 그린 고양이 만화가 많기 때문에 그런 것만 상상하고 이 책을 펼쳐들면 실망할 소지가 있긴 하다. 하지만 독특한 것으로 치자면 이 만화를 능가할 만화는 없을 듯 싶다. 도대체 이 작가의 머릿속은 어떤 구조인지 심히 궁금해질 장면이 꽤나 많기 때문이다. 세리나와 냥푸의 이야기는 그런대로 납득이 가는데, 이라카와 쿠로베의 이야기는... 끽하면 19금이 나올 법한... 하여튼 그렇다.
진짜 고양이와 고양이 탈을 뒤집어쓴 사람들이 등장해 고양이인 척 하는 것 같은 만화. 도대체 너희의 정체는 뭐냐?
사진출처 : 책 앞뒤표지 4컷 만화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