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흑.. 표지만 봐도 모에로움이 넘쳐 흐르는구나. 근데 본문 컬러 일러스트를 보니 더더욱 므흣함이 넘쳐 흐른다. 원래 기모노같은 걸 좋아해서 일본 시대물을 즐겨 봤는데, 인젠 우리나라 만화에서 한복을 입고 나오는 작품이 등장하니 더이상 바랄 게 없소. 『동현선생전』은 한성에서 의원을 하는 한 남자의 이야기로 그의 미색은 지나가는 여자, 남자를 불문하고 한번씩 뒤돌아 보게 할 정도란다. 게다가 그는 의술로도 인정받고 있다. 그러나 그다지 돈 될 거리가 없는 것도 묘하도다. 아무래도 그만의 처방전이 그 이유일지도... 어느 날 밤 동현선생을 찾아온 강진사. 이 사람으로 말할 것 같으면 동현선생과는 어린 시절부터 악연으로 이어지는 남자다. 순진한 성균관 유생을 꼬셔놓고 걸릴 것 같으니 혼자 도망이나 치는 비겁함도 가진 남자다. 이 남자, 동현선생을 유혹하는 듯 해도 동현선생, 강진사의 속은 다 꿰뚫고 있어 쉬이 넘어가지 않는다. 강진사는 지나가는 바람 정도라 생각하는 듯 하다. 그래, 생각 잘 했소. 정혼자도 있는 남자가 쉴새없이 남색을 탐하니, 그런 남자는 가까이 두어 무엇이 좋겠소. 대략 이런 내용이 1장 <미색의원 한성재중>의 내용이다. 동현선생과 강진사의 프로필을 대략 읊어주는 부분으로 보면 될 듯 하다. 본편은 2장 <서안정>으로 동현선생의 마음을 앗아간 한 가련한 청년의 이야기다. 조선시대 왕실의 권력다툼에 희생된 효란 남자의 쓰라린 인생 중에 찾아온 유일한 행복한 시기가 바로 동현선생을 만난 그 짧은 나날이었다. 언제 죽을지 모르는 운명, 그리고 서서히 죽임을 당하고 있는 운명. 아이러니컬하게도 동현선생이 그 짧은 인생을 더욱 짧게 만들어 버렸으니... 애틋하고 안타깝도다. 1장을 읽을 때만 해도 색기 풀풀 넘치는 의원과 바람기 풀풀 넘치는 진사가 나와 뭐 그렇고 그런 내용이겠거니 했는데, 2장을 읽으면서 그런 생각이 싹 사라졌다. 비록 장르는 BL이지만 당시 구중궁궐에서 이루어지는 음모와 그에 희생당하는 사람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으니 이래저래 만족스럽다. 단순히 연애만 하는 내용이었다면 그다지 끌리지 않았을지도 모르니까. 마음을 준 사람을 사지로 몰았다는 죄책감을 안고 살아 가게 될 동현선생. 그러나 그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소. 당신의 힘으로는 도저히 어쩌지 못할 일이었던 게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