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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이 목적인 게 어때서? - 뉴 루비코믹스 1133
코미즈 키요 지음 / 현대지능개발사 / 2011년 11월
평점 :
오옷, 이런 발칙한 제목과 표지 일러스트라뉘. 맨정신으로 오프라인 서점에서는 죽어도 손에 들지 못할 책이지 않나. 온라인 서점이 있어 정말 다행이야, 란 생각으로 고른 책이 바로 이것이다. 코미즈 키요란 작가의 이름은 처음인데 - 일본서도 첫단행본을 낸 새내기 작가인 모양이다 - 첨부터 의외로 쎈 책을 내놓았구나 하는 생각이 먼저 들었지만 의외로 이거 꽤 괜찮잖앗! 얼핏보면 작화도 소년만화 삘이 좀 나지만 자꾸보니 BL삘이 나는 것 같기도 하다. (작화가 매력적이란 뜻)
표제작인 <몸이 목적인 게 어때서?>에 등장하는 하스미와 카쿠노는 고교생이다. 상급생의 시비에 휘말려 곤란한 처지에 있던 하스미를 구해준 카쿠노. 그렇게 둘의 인연은 시작되었다. 자신을 구해주던 당시의 카쿠노를 보면서 물속에서 물고기가 튀어오르듯 아름다운 몸이라 생각한 하스미는 카쿠노의 몸을 보고 싶어 했고, 그후로 두 사람은 친구도 아니고 연인도 아닌 어정쩡한 상태로 지내오고 있다.
예쁘장한 생김새에 작은 몸집을 가진 하스미는 생긴 것과는 달리 의외로 대범한 성격이랄까. 대놓고 몸을 보고 싶다고 하지를 않나, 카쿠노를 졸졸 쫓아다니질 않나. 카쿠노는 그런 하스미가 싫지는 않은 모양이다. 오히려 귀엽다고 생각하고 있으니... 하지만 이런 어정쩡한 관계는 오래 유지되지 않는 법이다. 평소 싫증을 잘 내는 카쿠노의 성격을 알고 있는 하스미는 잠시 카쿠노와 거리를 두고자 결심한다. 아무것도 모르는 카쿠노는 그런 하스미가 당황스럽기만 하고...
아이쿠야, 귀엽다, 귀여워. 내가 보기엔 빤한데 오히려 당사자들은 잘 모른달까. 아니 하스미는 자신의 마음을 잘 알고 있지만 카쿠노는 자신의 마음을 아직 잘 모른다. 게다가 카쿠노는 하스미의 마음도 잘 모른다. 나중에 하스미가 처음 만났을 당시 '몸을 보고 싶다'는 말의 의미를 말해 줘서 겨우 알게 되었달까. 덩치만 컸지 속은 순 어린애야, 카쿠노는. 그런 갭이 귀여운 녀석이다. 하지만 카쿠노를 더 귀엽게 만드는 건 하스미에 대한 마음이랄까. 자신의 마음을 인정해 가는 게 참 귀엽더이다. 근데, 얘들아. 마음은 표현하지 않으면 모른단다. 속으로 생각만 해서도 모른단다. 누군가를 좋아한다는 게 불안을 가져오기도 하지만 그 불안함이 좋아하는 마음보다 커져서는 안된단다. 뭐, 내가 이렇게 애기하지 않아도 둘은 이제 그런 건 다 알고 있는 듯 하지만 말이다.
뒤에 수록된 <밤은 내리고>는 어린 시절 누나를 자주 찾아오던 구제불능의 남자와 고등학생이 되어 재회하게 된 나오야의 이야기이다. 누나가 집을 나가게 만든 남자, 그리고 세월이 흘러 나오야를 찾아온 남자. 나오야는 화도 나지만 그보다는 이 사람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더 고민이다. 부모님께 고자질할 수도 있었지만 왠지 나오야는 이 사람을 숨겨주고 싶은 마음이 더 컸던 것이다. 어린 시절 보았던 모습과는 전혀 달라지지 않은 구제불능의 남자. 이 남자를 어떻게 하면 좋을까. 어린 시절부터 어린 양처럼 유순하기만 했던 나오야의 변화와 구제불능으로 살 줄만 알았던 한 남자의 변화가 인상적인 작품이었다.
발칙한 제목과는 달리 풋풋한 연애담을 그린 <몸은 목적인 게 어때서?>와 사랑이란 것으로 변해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밤은 내리고>. 두 편 모두 작가의 첫단행본이란 걸 감안해도 꽤 괜찮은 작품이다. 작화도 좋고, 스토리도 좋달까. 앞으로도 계속 만나고 싶은 작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