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카스기 가의 도시락 2
야나하라 노조미 지음, 채다인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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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관계와 인간관계는 둘 다 어렵다. 인간관계야 그렇다쳐도 가족끼리는 무에가 어려워, 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가까운 사이일수록 그 관계를 잘 유지하는 게 참 힘들다. 태어나면서부터 가족이라할지라도 시간이 지나면서 서로 공유하는 부분이 적어지면서 소원해지기도 하고, 가깝다 보니 설렁설렁 대하거나 소중하게 대하지 않아서 앙금이 쌓이기 쉬운 것도 가족관계다. 가족관계는 그런 쪽으로 본다면 맺는 것보다 잘 유지하는 게 더 힘든 관계이기도 하다.

가족관계를 조금 넓게 보자면 인간관계가 된다. 가족이 아닌 사람과 관계를 맺고 친해지고 가족처럼 되어가는 것, 그런 인간관계는 무척이나 즐겁고 행복한 관계이다. 물론 모든 사람과 가족처럼 될 수는 없는 일이다. 그럴 경우, 적절한 거리감을 유지해 나가면서 관계를 잘 유지해야 한다. 물론 그러고 싶지 않은 상대와는 그럴 필요가 없지만, 어른이 되면 어쩔 수 없는 친분을 유지해야 하는 경우가 많기에 적당한 거리가 필요한 것이다. 물론 가까운 사이라도 서로의 삶을 침해하지 않을 정도의 거리는 유지해야겠지만 말이다.

31살의 사촌 오빠인 하스미와 12살의 사촌동생 쿠루리가 함께 살기 시작한지 어언 8개월. 오랜 기간동안 혼자 살아온 하스미도, 엄마와 둘이서 살아온 쿠루리도 새로운 삶이 어색하긴 하지만 나름대로 잘 유지해오고 있다. 이 둘이 사이좋게 잘 지낼 수 있도록 하는 건 '도시락'이란 것. 하스미의 고모이자 쿠루리의 엄마가 만들어줬던 도시락에 대한 추억이 이 둘 사이를 연결시켜 주는 끈인 것이다. (그야 두 사람은 8개월전에 처음으로 만났는 걸)

새로운 가족, 새로운 학교 생활에 마이 페이스로 적응해 가는 쿠루리는 말수가 없고 여전히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는 걸 어려워하지만 이런 쿠루리를 좋아하는 친구도 생겼다. 하스미의 동기인 카야마의 딸 나츠키와 쿠루리가 자주 이용하는 수퍼 마루마루의 아들 마루미야가 바로 그 아이들이다. 쿠루리는 하스미와 하스미의 동료인 카야마, 코사카, 그리고 동급생인 나츠키와 마루미야와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면서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에 조금씩 익숙해져간다. 물론 여전히 말은 별로 없지만...

『다카스기家의 도시락』2권은 버섯이나 죽순같은 현지 식재료로 만든 맛있는 요리를 통해 쿠루리의 인맥이 한층 확장되어 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쿠루리의 전학 이후 쿠루리만 따라다니던 나츠키가 왕따를 당하기 직전의 상황에서 벗어나는 것도 바로 이 도시락 덕분이다. 음식을 나눠먹는 것이 다른 것보다 사람들 사이의 관계를 더욱 친밀하게 만든다던가. 아무래도 배가 부르고 기분이 좋아지면 약간의 거리감이나 경계심, 적의등도 눈 녹듯 사라지게 하는 효과가 있으니까. 그것이 음식의 또다른 효과?

그외의 이야기로는 크리스마스, 설날, 쿠루리의 생일 이야기도 있고, 코사카의 박사학위 취득 시험에 관한 내용도 있다. 크리스마스와 설날, 쿠루리의 생일의 경우 1년에 한 번 밖에 없는 행사로 가족관계나 인간관계를 돈독하게 만드는 날이랄까. 그래서 와글와글 시끄럽게 보내는 이들의 모습이 참으로 정겹다. 코사카의 박사학위 이야기와 관련해서 나오는 양봉에 관한 내용은 역시 하스미가 전공하는 지리학과 관련된 부분인데, 재미있게 잘 풀어 놓기 때문에 나같이 지리학에 문외한인 사람도 즐겁게 읽을 수 있었다.

안타까운 초식남 하스미, 말수 적은 여중생 쿠루리, 그리고 제멋대로 보이지만 호탕한 나츠키, 복잡한 가족사를 가진 마루야마, 하스미에 대해 연심을 품은 코사카 등 개성 넘치는 캐릭터들이 풀어놓는 맛있는 음식 이야기, 요리 이야기, 지리학 이야기, 그리고 사람 이야기는 앞으로도 쭈욱~~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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