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 컨비니언스 - 뉴 루비코믹스 710
아니야 유이지 지음 / 현대지능개발사 / 2008년 9월
평점 :
품절


난 편의점을 자주 이용한다. 도시락을 산다거나 급하게 뭔가가 필요한 경우 딱 좋은 곳이 편의점이다. 물론 가격이 일반 마트보다 비싸고 품질도 그럭저럭이고 종류도 적은 편이지만 필요한 건 거의 다 구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간에 구애받지 않아도 되는 건 물론이고. 뭐, 편리함으로 따진다면 편의점만 한 곳이 없긴 하다. 근데 그건 가게의 경우 이야기이고, 편의점같은 남자라면? 흐음. 글쎄 뭐랄까, 딱히 끌리진 않는데... 근데 그것도 사람나름인가 보다.

그저 그런 남자란 꼬리표를 달고 있는 31살의 편의점 점장 키타무라 세이코우는 그저 그런 센스에, 그저 그런 외모에, 그저 그런 간판에 수입, 불평불만도 그럭저럭, 애정보다는 정으로 사귀는 여자 친구가 있는 그저 그런 레벨의 삶을 살아 오고 있다. 21살이라면 그저 그런 그럭 저럭의 삶이 싫다, 라며 분개할 수 도 있지만, 서른 하나쯤 되면 그저 그런 삶도 고맙게 느껴진다. 그렇게 그저 그런 삶이지만 나름대로 평온했던 세이코우의 삶에 어느 날 생각지도 못한 일이 터지고 만다. 그것도 연애란 문제로!

여자 친구 하루나와는 오랜 기간 교제하다 보니 이게 애정인지 정인지도 모를 지경, 매너리즘이란 게 슬슬 발동하던 시기였다. 그런 상황에서 10살이나 연하인 사람이 좋아한다고 고백해 온다면 두 손 번쩍 들고 환영할 일이겠지만, 남자인 세이코우에게 10살 연하의 남자인 미나미하라가 고백한다고 해서 쌍수들고 환영할 일은 아니었던 것이다. 물론 너무 오랜만에 고백받은 것이라 아주 잠시 잠깐의 두근거림은 있었지만 말이다.

그저 그렇게 흘러가는 삶을 방치해두었던 세이코우는 어쩌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 미나미하라에게 리드 당하고 있었다. 밝고 명랑하며 한결같은 미나히하라의 모습이 싫지는 않았던 것. 어쩌면 세이코우는 미나미하라와의 관계가 잠시 맛보는 인생의 단비같은 걸로 느껴졌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어느 날 미나미하라가 한 말이 세이코우의 심장을 덜컹하게 만들고 만다. 지금 하루나와의 관계처럼 미나미하라와의 관계도 어쩔 수 없는 정에 이끌려 가는게 아닌가 싶은 것이었지. 정이란 게 참 좋은 말이긴 하지만 때론 그 정이란 것 자체가 잔혹한 것이 되기도 한다. 애정을 갈구하는 사람에게 정만 줘봤자 상처받는 건 상대일 뿐이거든. 즉. 그런 미적지근한 관계는 좋지 않단 말이다. 예전에 유행했던 '희망고문'이란 말이 딱 맞는 거지.

정신이 번쩍 든 세이코우는 원래의 그럭저럭인 삶으로 돌아가려 하지만! 이미 미나미하라의 매력에 푹 빠져버린걸. 게다가 하루나 역시 조금씩 변하고 있었으니... 이제 남은 건 세이코우의 결단뿐이란 말.

이 작품에 등장하는 미나미하라 류지란 캐릭터는 설렁설렁 사는 것 같아도 사랑을 할 때는 꽤 진지하게 하는 타입이다. 이건 번외편에서도 잘 드러난다. 고교시절의 미나미하라 역시 한결같은 사랑을 하는 녀석이었던 것이다. 반면 세이코우는 반듯하게 살아가는 듯 보여도 - 물론 어떤 면에서는 그렇다해도 - 사랑을 정열적으로는 하지 못하는 남자였다. 오히려 반듯하게 살아오던 게 사랑의 정열이란 것을 자제하도록 만든 것이겠지만 말이다. 반듯할수록 일탈하기는 힘들지, 암만, 그러나 그런 사람이 한 번 일탈의 맛을 보면 큰 변화를 보이기도 한다. 세이코우가 변할 수 있도록 만든 건 역시 그런 면에서 보자면 미나미하라다. 그게 세이코우에게 있어서는 삶의 새로운 국면을 발견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겠지. 이제 세이코우는 미나미하라의, 미나미하라는 세이코우의 평생의 소중한 고객(?)이 되었다. 힘들게 시작한 만큼 잘 사시오~~

아니야 유이지의 작화는 여전히 이상하지만, 스토리는 정말 맘에 든다. 함께 등장하는 여성 캐릭터도 찌질한 캐릭터는 없고 확실한 캐릭터가 많아서 좋다. 여기에 등장하는 하루나나 하루나의 여동생인 아키나도 괜찮은 캐릭터다. 당차달까. 그래서 매력있다. BL물에선 이런 당찬 여자 캐릭터를 보기 힘든데 아니야 유이지는 남녀 캐릭터 모두 매력적으로 그려서 좋다. 심리묘사도 좋은 편이고. 그래서 이상한 그림이라도 매력적이라 여길 수 밖에 없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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