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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형가 3
이선영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11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세상에 영원한 비밀이란 없다. 감추려고 해도 결국엔 드러나고야 마는 것이다. 그리고 또하나 감출 수 없는 것이 있으니 그것이 바로 사랑이란 것이다. 몰래한 사랑이란 노래도 있건만 사실 사랑이란 건 몰래 할 수 없다. 어떻게든 다 티가 나기 때문이다. 어떤 식으로든 간에 말이다.
매화나무 귀신이 만든 아름다운 인형 우희는 10여년만에 재회한 신우와 행복한 시간을 가진다. 하지만 그것은 이들에게 허락되지 않는 만남이었으니... 우희의 아버지와 매화나무 귀신 모두 이 만남을 반기지 않기 때문이었다. 우희의 아버지(정확히 말하면 인간 우희의 아버지)는 우희에 대한 집착이 남달라 우희를 새장속의 새처럼 가둬 놓고 싶어한다. 매화나무 귀신은 자신이 우희를 만들었으니, 게다가 인간이었던 자신을 버리고 귀신으로 다시 태어나면서 우희를 완성했기에 그 집착이 남다르다. 인간 남자인 신우는 10년전 우희를 처음 만나 사랑에 빠졌고 그후 우희와 함께 도망가려다 매화나무 귀신인 기현에 붙잡혀 내기를 한 상태이다.
이렇듯 우희의 주위에는 우희에 대한 집착으로 가득찬 남자들이 셋이나 있다. 아버지의 집착은 과연 그것이 부모의 정에서만 나온 것인지 의심스러울 정도이고, 인간 남자인 신우의 경우 무엇때문에 우희를 10년이나 찾아헤맸는지 난 납득이 잘 안된다. 우희의 백치미가 사랑스러웠나? 하긴 남자들은 일단 외모에 반해야 한다고 하니 신우도 그런 식으로 시작했겠지. 게다가 늘 죽음의 위협때문에 가족도 믿지 못한 처지에 있어서 의지할 곳이라곤 우희밖에 없었으니 그럴지도 모르겠다. 이렇게 생각하니 신우가 말하는 사랑이란 것도 난 잘 믿지를 못하겠다. 매화나무 귀신 기현이야 우희가 자신의 가지 하나를 잘라 만든 자신의 분신과도 같은 존재이니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하지만.. (어쩌면 기현에 대한 사적인 호감일 수도...가 아니라 사적인 호감 맞다)
내 이야기가 이렇듯 삐딱하게 흘러가는 건, 그래, 우희가 마음에 들지 않아서이다. 매화나무 귀신인 기현과 인간남자인 신우를 양 손에 들고 어느 쪽이 좋을까요, 하고 저울질 하는 것 같아서이다. 기현이 무서워 도망쳤지만 여전히 기현이 걱정되고 애틋해서 죽을 지경이지만, 신우를 보면 또 인간이 되고 싶기도 하고... 또다른 마음으로서는 그냥 확 사라져 버리고 싶기도 한 우희의 마음은 갈대.
내가 보기엔 우희가 신우보다 기현에게 더 마음을 많이 두고 있는 것 같은데, 본인만 모르고 있는 것 같단 말이지. 신우를 통해 자유를 맛보긴 했지만 그건 그거고, 사랑이라 하기엔 좀 그렇지 않나? 네 심장이 누굴 위해 노래하고 있는지를 잘 생각해 보거란 말이다, 우희야. (설마 네 이름의 우자가 어리석을 '愚'자를 쓴 거냐?)
차라리 어린 여우 요괴인 진이의 사랑이 더 진실해 보인다. 어른들은 꼬이고 꼬여서.. 거참. 삼신총각은 구미호를, 구미호는 기현을, 기현은 우희를, 우희는 기현과 신우를 저울질하고 있는 걸 보니 속이 터진다. 원래 끼리끼리가 좋은 것이라 생각하는 나로서는 우희와 기현, 구미호와 삼신총각, 신우는 인간여자와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근데 그게 쉽지 않은 게 기현이 가진 구미호의 여우구슬이란 존재 때문이지. 게다가 기현에게 이상한 변화도 보이고 있고... 우희에게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게 아니라 오히려 기현에게 남은 시간이 얼마 없는 건 아닐까 싶은 생각도 든다.
이제 남은 것은 5일뿐.
제발 이리 휘청 저리 휘청하지 말았으면 하는 바람뿐.
모두 행복해지는 쪽으로 이야기가 흘러갔으면 하는 바람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