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부이야기 3
모리 카오루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1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요즘은 지구촌 한가족이니 하는 말을 종종 듣게 되지만 실제로 국가, 인종, 지역에 따른 차이는 엄청나다. 우리나라만 봐도 지역에 따라 풍습이나 관습과 문화의 차이가 심하기 때문이다. 심지어 언어(사투리)의 차이도 많다. 현대도 이럴진대 지금보다 앞선 시대의 중앙아시아와 유럽의 차이는 더 심했을 거라 쉬이 짐작되고도 남는다.

영국인 스미스는 인류학적인 연구를 위해 중앙아시아 지방을 여행중이다. 유목민과 유목민이었다가 정착민이 된 사람들의 마을에 머물면서 그들의 생활과 풍습, 관습, 문화에 대해 조사하며 커다란 즐거움을 느끼는 스미스는 오랜 기간 머물렀던 에이혼家를 떠나 카라자로 향한다. 그곳에서 앙카라까지 데려다 줄 안내인을 만나기로 했지만 안내인을 만나기도 전에 말과 짐을 모두 도둑맞게 된다. 그리고 그곳에서 만난 한 여인, 탈라스 역시 자신의 말을 도둑맞은 상태였다.

우연히 만나게 되었지만 이 일이 인연이 되어 탈라스의 집에 머무르게 된 스미스. 탈라스는 시어머니와 둘이서 살고 있었다. 그녀는 이 집 장남과 결혼했지만 병으로 사망, 형사취수(兄死娶嫂)의 제도에 따라 차남, 삼남, 사남, 오남과 차례로 결혼했지만 그들 모두 사고사 또는 병사로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다. 게다가 시아버지마저 충격으로 돌아가신 상태이며 시어머니와 힘겹게 생활을 꾸려가는 여성이다. 우리나라 같으면 서방 잡아 먹은 년이라고 진즉에 소박을 열두번도 더 맞았겠지만, 이곳에는 그런 것은 없나 보다. 어쨌든 그건 다행이지만 줄줄이 신랑을 잃고, 시아버지와 친정 아버지마저 안계시니 더이상 결혼을 할 수도 없다.

탈라스의 시어머니는 이런 탈라스가 애처롭고 안타깝기만 하다. 그런 차에 스미스가 나타나니 스미스와 탈라스가 결혼했으면 하는 바람을 가진다. 하지만 영국인인 스미스 입장에선 그런 이야기가 당황스러울 뿐이다. 게다가 자신은 여전히 여행을 하는 중이 아닌가. 어쩔 수 없이 탈라스의 시어머니 모르게 그곳을 떠나고자 하나 탈라스의 숙부가 스미스를 밉게 여겨 그를 고발하고 만다. 스파이라고. 엉겹결에 스파이로 몰려 죽을 처지에 몰린 스미스의 위기. 그리고 난생 처음으로 마음을 준 남자를 그냥 보내게 될 처지에 놓인 탈라스의 운명은 가혹하기만 하다.

아름다운 신부 탈라스. 그녀의 삶이란 있는 힘껏 노력해야 겨우 살아갈 수 있을 정도로 힘겹다. 그런 삶속에서 처음으로 좋아하게 된 스미스에 대한 숙부의 헤살은 탈라스의 진심을 드러내게 하는 요소로 작용하지만 그것은 또다른 비극을 가지고 왔다. 탈라스의 시어머니와 숙부가 결혼을 하게 되면서 숙부가 아버지가 되었던 것이다. 이들에게 있어 아버지의 존재는, 아버지의 말은 절대 거역할 수 없는 것이다. 참으로 모진 인생이다. 참으로 불운한 인생이다. 이제까지의 삶에서 몰랐던 걸 알게 된 것이 오히려 탈라스에 있어 더 큰 불행이 되다니. 관습에 얽매여 결국 생애 처음의 사랑마저 빼앗긴 탈라스의 슬픈 눈빛이 잊히지 않는다.

이렇게 보자면 에이혼家에 시집온 아미르는 꽤나 행복한 결혼생활을 하고 있는 게 틀림없다. 아마도 이곳 여인들 대부분은 탈라스처럼 살아갈 테니까. 스미스가 스파이로 몰려 잡혔다는 소식에 달려온 카르르크와 아미르는 여전히 깨소금이 쏟아진다. 아름답고 씩씩한 신부 아미르와 아직 어리지만 어른몫을 충분히 해내는 카르르크와의 바자르 유람기는 즐거웠지만, 신랑감을 만나게 된 파리야의 이야기는 즐겁지만, 역시 탈라스를 생각하면 마음이 무거워진다.

이 생에서 두 번 다시 스미스와 탈라스는 만날 수 없을 것이다. 짧은 만남이 긴 이별로 이어지게 되었다. 하지만 이들의 이별이 영원한 이별이 아니길 바란다. 비록 이 생에서의 인연은 이렇게 끝이 나도, 언젠가의 생에서 다시 만나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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