是 -ZE- (11) (コミック) 是 -ZE- (コミック) 11
시미즈 유키 지음 / 新書館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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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키편 최종장이자,『是-ZE-』시리즈의 마지막인 11권. 여기에서는 언령사들을 수호하는 카미를 만드는 수수께끼의 인형사 와키와 현 언령사들의 선대라고 할 수 있는 최고의 언령사 리키이치의 이야기가 숨가쁘게 펼쳐진다. 와키와 리키이치의 첫만남, 그리고 수수께끼의 존재 마가네의 정체가 10권에서 밝혀졌다면 11권은 그후에 일어난 커다란 변화와 후대 언령사들의 탄생, 그리고 현재에 이르는 이야기가 전개된다.

자신의 여동생에게 커다란 상처를 준 마을 사람을 몰살시킨후 숲속에 은거하고 있던 리키이치는 자살하려던 와키를 만난 후 서로의 삶에 커다란 영향을 주게 된다. 와키는 리키이치를 위해 아사리, 코노에, 그리고 마가네라는 카미를 만들어 주게 된다. 리키이치의 여동생 유키노 역시 언령사로 시라하세라는 카미를 데리고 있다. 이들만의 소박하지만 따스한 생활이 이어지지만 와키가 마가네를 만들 당시의 작은 실수가 와키의 가슴을 짓누른다. 그렇지만 리키이치에 대한 신뢰와 애정으로 자신의 마음을 꾹꾹 누르면서 살고 있는 와키. 이런 전개를 보니 왜 와키가 그렇게 세상에 대해 지루해했으며 무관심했는지를 알게 되었달까. 그리고 카미는 결국 자신의 주인만 따른다며 쓴웃음을 짓는 이유도... 어쨌거나 참으로 안타까운 삶을 사는 남자다, 와키는.

그들만의 세상에서 그들만의 삶이 지속되던 어느날, 이들에게 커다란 변화가 찾아온다. 두 청년이 발견된 것이다. 서로를 잡아먹을듯 증오하는 형제 타카미츠와 호즈미. 이들은 리키이치의 집에 머물면서도 서로에 대한 증오를 멈추지 않는다. 그들의 어린 시절의 사연이 소개되고, 그들이 왜 원수지간이 되었는지에 대해서도 나오지만 그건 별 중요한 건 아니다. 이들이 리키이치 일가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가 중요할 뿐.

동생 호즈미는 유키노와 급속도로 친해지고 타카미츠는 리키이치의 딸 우타를 섬기게 된다. 유키노는 결국 마을을 떠난다는 선택을 하게 되고, 그후 간간히 소식을 보내오지만... 역시 나쁜 놈은 끝까지 나쁜 놈인가 보다. 형인 타카미츠를 그렇게 괴롭히더니 결국 유키노도 그꼴로 만드는구나. 게다가 자신의 아들(쇼우이)까지 그런 식으로 이용하다니. 어떻게 보면 이들 형제가 리키이치 일가에 불행을 몰고 왔다고 볼 수 있다. 물론 유키노가 낳은 쇼우이란 존재가 있었지만, 호즈미는 불행의 원흉일 뿐이다. 이렇게 시작된 불행은 결국 리키이치의 죽음을, 그리고 마가네의 소멸을 일으켰다. 한번에 소중한 두 사람을 잃은 와키가 어떻게 되었을지 보지 않아도 눈에 선하다.

하지만, 와키를 버티게 만든 것 역시 리키이치였다. 리키이치와의 약속, 그것이 와키를 살아가게 하는 힘이었다. 그러나 그건 리키이치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함일뿐, 결국 자신을 위한 삶은 아니었달까. 이래서 이 남자가 정말 안타깝다는 것이다. 카미는 만드는 족족 자신의 언령사(주인)만을 위해 살아가지, 언령사들은 와키의 도움을 받으면서도 그와는 소원한 편이니까. 어쩌면 와키의 속내를 감히 짐작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르지. 불멸의 삶 속에서 얻었던 잠깐의 평화와 행복이 와키를 속박하는 짐이 되었다. 보통 사람들같으면 잠시의 행복일지라도, 잠시의 평안일지라도 그걸 추억하며 살텐데, 와키의 경우 너무 오랫동안 살아오다 보니 그것이 오히려 짐이 되었을지도 모르겠단 생각을 해본다.

"말에는 힘이 있고 그것을 이용해 다른 사람을 해칠수도 있는" 하지만 "그 저주가 자신에게 되돌아오는 운명"을 가진 언령사란 존재와 그 저주를 대신 받아주는 카미의 존재란 독특한 소재를 사용해 BL장르의 새로운 재미를 톡톡히 느끼게 해준『是-ZE-』시리즈는 이렇게 끝이 났다. 타고난 힘때문에 평범한 인간으로 살지 못하고 슬픔과 아픔이 교차하는 삶을 살아온 언령사들을 치유해준 건 그들을 지키는 카미들이었다. 카미는 그들의 저주를 대신 받아주는 존재일뿐만 아니라 그들의 마음까지 치유해주는 존재였다. 카미 역시 평범한 인형으로 살아갈 수도 있었겠지만, 자신을 소중히 대해주고 사랑해주는 언령사들을 만나 인간의 감정을 가지고 살아갈 수 있었다. 그래서 그런지 언령사들의 어마어마한 능력보다는 서로를 상처주기도 하지만 결국 서로에게 치유의 존재가 되어가는 이들의 이야기에 더 마음이 갔다. 우리는 누구나 상대방에 상처를 주기도 하고, 상대방으로부터 상처를 입기도 하며 살아간다. 하지만, 보다 더 중요한 것은 우리 모두는 다른 누군가를 치유할 수 있는 존재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그게 이 시리즈가 결국 하고 싶던 이야기가 아닐까 하고 감히 짐작해 본다.

번외편인 마지막 에피소드를 보면서 그래도 모두 행복해져서 다행이란 생각을 한다. 비록 리키이치는 이제 없을지라도, 늑대의 뼈가 섞여 탄생한 마가네는 더이상 존재하지 않을지라도, 새로운 사람들이 와키의 곁에 있다. 삶과 죽음은 늘 순환한다. 와키처럼 불멸의 존재가 아닌 이상, 언령사도 카미도 제 수명이 다하면 그 다음 세대에 자리를 물려주어야만 한다. 와키는 그것이 불행한 일이라고만 생각했지만, 이젠 그게 아니란 걸 조금은 알게 되지 않았을까. 상실이 있으면 그다음엔 재생이 찾아온다. 비록 다른 형태의 모습을 하고 있을지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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