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초간
데이비드 폴레이 지음, 신예경 옮김 / 알키 / 2011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며칠전 운전을 하고 가다가 아찔한 상황에 직면했었다. 내가 있는 곳은 좌회전과 직진차선이었는데, 우회전 차선에 있던 차가 내 앞으로 확 끼어들었던 것이다. 난 급하게 브레이크를 밟았고, 그 차는 내 앞으로 끼어들었다가 내 차와 부딪힐 것 같아 핸들을 꺾다가 횡단보도까지 침입했다. 그때 횡단보도에는 사람들이 길을 건너고 있었다. 다행히 사고는 나지 않았지만 놀란 마음에 욕이 저절로 나왔다. 보통 남자들은 이런 상황이 발생할 때 운전자가 누구든간에 무조건 "이 아줌마가!" 라고 한다지만, 내 경우엔 남녀불문하고 무조건 "이 아좌씨가!"라고 한다. 그런 난폭운전을 하는 사람은 대개 남자들이며 그것도 젊은 남자들이기 때문이다. 하여튼 사고가 나지 않아서 그냥 혼잣말 몇마디 하고 내가 가야할 곳으로 운전을 해서 가긴 했지만, 금세 잊기로 했다. 예전같으면 운전이 끝날때까지 그 생각을 하면서 투덜투덜대고 있었을테지만 말이다.

운전을 할 때마다 늘 느끼는 거지만 난폭 운전자가 무척이나 많다. 자신의 운전 실력을 과시하고 싶은 모양인데 그런 사람을 보면 한심하기만 하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짜증을 낼 수는 없다. 사고로 이어지지 않는 이상 그 사람과 마주볼 일도 없고, 나 혼자 끙끙거리면서 화를 내봤자 결국 그 소리를 듣는 건 내 귀이기 때문이다. 또한 그렇게 혼자 씩씩거리면서 운전하면 운전에 제대로 집중하지 못하기 떄문에 사고위험이 커지는 것도 당연하다.

일단 운전에 관한 이야기로 시작했지만, 실제로 따지고 보면 우리는 일상에서 수많은 짜증거리와 마주한다. 가족이나 연인, 직장 상사와 동료, 혹은 내가 잘 모르는 사람때문에도 화가 나고 짜증이 나는 경우가 많이 생긴다. 이럴 때마다 화내고 짜증을 내면 어떻게 될까. 지구는 온통 짜증내고 화내고 분노하는 사람으로 가득차게 되지 않을까.




위의 그림에 등장하는 두가지 테스트에서는 내가 타인으로부터 받는 분노, 화, 짜증의 크기가 얼마나 되는지와 내가 타인에게 분노하고, 화를 내고 짜증내는 경우가 얼마나 되는지를 측정할 수 있다. 나의 경우 테스트 결과 첫번째 테스트에서는 67점, 두번째 테스트에서는 39점을 획득했다. 첫번째 테스트의 경우 "당신은 타인의 감정공격 때문에 심신이 무척 지친 상태이다"라는 결론이, 두번째 테스트의 경우 "당신의 타인의 감정에 신경 쓰는 사람이다"라는 결론이 나왔다. 생각해 보면 나는 타인의 감정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편으로 내가 어떤 행동이나 말을 했을 때, 부정적인 피드백이든 긍정적인 피드백이든 어느 것에 상관없이 아무런 반응이 없을 때 가장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 물론 부정적인 피드백의 경우에도 상처를 많이 받지만 무반응을 무시 혹은 나에 대해 좋지 않은 감정으로 받아들이는 편이기 때문이다. 솔직히 말하면 스스로 피곤하게 사는 스타일이라고도 할 수 있다. 요즘은 그런 것이 좀 덜해진 편이지만 20대때만 해도 타인의 반응에 지나치게 신경을 썼다. 그렇다 보니 가까운 사람들에게 화를 내거나 분노하고 짜증을 내는 일이 많아졌다. 종로에서 빰 맞고 한강에서 화풀이하는 격이랄까. 이렇듯 이 두가지 테스트는 동떨어진 결론을 도출하는 것이 아니라 결국 같은 결론을 도출한다.

이 책에 등장하는 사례에는 직장동료, 상사, 가족, 연인을 비롯한 다양한 관계속에서 주고받는 감정공격과 그에 대처하는 방법들에 대한 것이 나온다. 어떻게 보면 직장문제가 대부분이라 할 수 있는데, 직장의 경우 자신의 감정을 자제해야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스트레스가 폭발적으로 쌓이는 곳이 된다. 그 스트레스가 제대로 해소되지 않는다면 그것은 고스란이 자신과 가까운 사람에게 터뜨리게 된다. 하지만 그런 식의 해소는 점점 좋지 않은 결과를 낳을 수 밖에 없다. 타인의 감정 공격, 그리고 내가 타인을 상대로 하는 감정 공격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마음 근육이 잘 발달된 사람일수록 타인의 감정공격에 대해 무난히 대처하고, 그것을 다른 곳으로 풀지 않는다. 요즘은 마음 근육이 잘 발달된 사람들이 드물다. 어떻게 보면 나약해진 정신때문이라고도 할 수 있겠지만, 다르게 생각해보자면 그만큼 스트레스를 받을 일이 많다는 뜻도 된다. 사회가 복잡해지면 복잡해질수록 한 사람의 개인이 겪어야 할 스트레스의 정도와 노출시간이 길어지기 때문이다.

이 책은 마음근육을 강화시켜 타인의 감정공격에서 자유로워지고, 자신도 타인에 대해 감정공격을 하는 것을 완화해줄 수 있는 방법들을 제시한다. 바로 그것이 3초법칙이란 것이다. 다양한 사례가 등장하는 만큼 다양한 3초법칙이 존재한다. 물론 나의 사례가 이들의 사례와 딱맞아떨어지란 법은 없지만 다양한 사례를 보면서 자신의 사례에 적용시켜볼 수 있다. 3초란 시간은 무척 짧지만 감정을 완화시키는데에는 충분한 시간이 될 수도 있다. 3초법칙이 너무 다양해서 그때마다 생각나지 않으면 어쩌지? 하는 고민을 할 수도 있겠지만, 일단 심호흡을 먼저 하고 3초법칙을 떠올려 보면 무난히 극한의 상황을 피해갈 수 있지 않을까.



스트레스에 민감한 사람일수록 마음근육이 잘 발달되지 않은 사람일수록 부정적인 피드백에 대해 더욱 견고한 탑을 쌓아올릴 수 밖에 없다. 만약 내가 그렇다면, 상대가 그런 입장이라면 상대의 굳어버린 마음이 말랑말랑해질 때를 기다리자. 어쩌면 그건 너무나도 쉽게 풀릴 문제일지도 모른다. 옛말에 말 한마디로 천냥빚을 갚는다고도 하지 않았던가. 먼저 내 마음의 마음 근육을 강화시키면 상대의 부정적인 피드백도 그다지 아프게 다가오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부드러운 마음으로 상대에게 다가서면 상대의 마음도 풀리게 되지 않을까.



하지만 그런 방법이 먹히지 않을 때도 있다. 상대가 억지를 부릴 경우이다. 그런 경우에는 적절한 무시가 최고의 방법이다. 억지부리는 상대를 두고 이래저래 생각해 봐야 머리만 아프고 스트레스만 쌓인다. 그럴 경우 상대를 설득한다거나 상대의 태도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비난할 필요도 상대의 감정공격에 일일이 대처하는 것은 에너지 낭비일 수 밖에 없다. 자신의 감정근육의 적절한 관리, 그리고 상대의 공격에 대해서는 적절한 무시를 효과적으로 사용한다면 상대의 감정공격에 내가 크게 다칠 일은 많이 줄어들 것이다.

사람은 이성과 감정이 공존한다. 이성적인 동물이라고 하지만 실제로 이성보다 감정을 앞세우는 사람들이 많다. 그럴 경우 일일이 대처하려 하다가는 아무런 결론이 나지 않는다. 복잡한 사회를 살아가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자신의 감정근육을 강화하고, 대책없는 상대의 감정공격에 대해서는 적절히 무시하는 방법이 우리의 인생을 조금더 활기차고 밝게 만들어주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사진 출처 : 책 본문 中 (18p, 22p, 104p, 34p)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