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제일의 첫사랑 4 - 오노데라리츠의 경우,B애+코믹스 034
나카무라 슌기쿠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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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첫사랑은 무참히 끝나버렸다. 그래서 기억저장소를 뒤적여 떠올려 본 (사실 그다지 떠올리고 싶지는 않다) 첫사랑은 지금 생각해보면 미소가 배시시하고 새어나오지도 않고 애틋한 감정이 떠오르지도 않는다. 그래서 남의 첫사랑 이야기를 듣다 보면 왠지 부럽기도 하고, 샘이 나기도 한다. 물론 그런 경우는 극히 드물다. 첫사랑과 결혼한 사람들의 이야기라거나 이제 막 사랑을 시작한 풋풋한 아이들의 사랑일 경우에 한정되니까.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첫사랑 이야기는 일종의 기대치를 동반한다. 물론 첫사랑 상대를 오랜 세월이 지나 만났을때 그 사람이 정말 멋지게 변한다는 걸 조건으로 하지만... 그런데 굳이 어린 시절의 사랑이 첫사랑이지만은 않다. 때론 어느 정도 나이를 먹었을 때 진정한 사랑이란 걸 배우기도 하니까. 그럼 고교 시절의 첫사랑과 재회한 오노데라 리츠와 서른이 되어 처음으로 사랑을 배우게 된 키사 쇼타의 이야기를 살펴 볼까나.

이대로 가다간 정말 무너져 버리고 말거야 : 오노데라 리츠의 경우

아버지의 출판사에서 근무하다 다른 출판사로 옮겨 자신의 능력을 인정받고자 한 오노데라 리츠. 하지만 꼬여도 이렇게 꼬일수 없다. 원하던 부서인 문예부가 아니라 순정만화편집부에 배속받은 걸로도 모자라 첫사랑의 그가 편집장으로 있다니. 이거야말로 최악의 직장의 조건이 아닐 수 없다. 일도 익숙치 않아 매일매일이 고달픈데 편집장 타카노는 리츠를 잠시도 가만두지 않는다. 도대체 무슨 속셈인지, 아프게 끝나버린 첫사랑의 기억때문에 타카노가 너무나도 어려운 리츠였지만, 타카노의 말, 행동 하나하나에 신경이 쓰여 죽을 지경이다. 게다가 영업부의 요코자와는 대놓고 리츠를 경계한다. 이렇게 몸도 마음도 지쳐갈 무렵 연말연시 크리스마스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연말부터 정초까지 연휴에 들어가는 인쇄소때문에 마감이 앞당겨져 눈코뜰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던 리츠는 요코자와에게서 타카노의 생일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다.

크리스마스, 생일... 연인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런 날들이 더욱더 특별하게 느껴진다. 리츠는 오래전의 기억을 떠올린다. 타카노와 함께 보낼 크리스마스에 대해. 그러고 보니 나도 그랬었지. 그런 특별한 날들이 다가오면 혼자서 맘속으로 시뮬레이션을 해보곤 했으니까. 물론 마음속으로 그려본 시뮬레이션이 현실적으로 정확히 반영된 적은 없었지만 그런 생각을 해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다. 하지만, 지금의 리츠에게 있어 그건 아픈 기억일 수 밖에 없다. 그런데 어쩌다 보니 휴일을 타카노와 함께 보내게 된 리츠. 생일선물이라 치고 함께 드라이브에 나서자는 타카노에게 끌려나가게 되는데...

이번에 나오는 리츠와 타카노의 이야기는 겨울 특집편이라고 해도 될 듯. 그도 그럴 것이 특별한 행사가 두 번이나 있으니까 말이다. 근데 달콤한 특별한 날이 아니라 여전히 어렵고 머뭇거리게 되는 특별한 날이라니. 정말 나같아도 이런 상황이면 어색해 죽을 것 같은데 말이지. 게다가 집에서 정해준 약혼녀까지 나타나 주시니... 빈정상한 타카노는 요코자와에게 간다고 리츠의 마음을 아프게 콕 찍어준다. 오오, 근데 리츠. 드디어 행동개시? 드디어 자신의 마음에 솔직해질 용기가 생겼나? 글쎄, 워낙 우유부단한 녀석인데다가 자신의 감정을 각성한건지 아닌건지도 잘 모르는 눈치코치없는 녀석이라... 이들의 사랑은 당분간 험난할 듯.

그는 정말 날 좋아하는걸까 : 키사 쇼타의 경우

이제껏 엔조이한 관계만을 즐겨왔던 키사 쇼타. 올해로 벌써 서른이다. 그런 그가 한눈에 반한 상대가 있었으니... 바로 서점에서 알바를 하는 미대생 유키나 코우. 나이도 아홉살이나 차이가 나지, 평범한 자신에 비해 왕자님 포스가 철철 넘쳐흐르는 유키나 곁에서 자꾸만 작아지는 키사는 유키나의 배려와 이해심에 대해 두려움을 느낀다. 어째 바가지 한 번 긁지 않나 싶은 것이겠지.

연인이 너무나도 바쁜 사람이라면, 그래서 만날 시간이 부족하다면 보통은 바쁘지 않은 쪽이 두려움을 느낀다. 도대체 일이 더 중요한가 싶어 심술도 나고 빈정도 상하게 마련이다. 그래서 때로는 일이냐 나냐를 두고 경쟁을 시키기도 하는데... (어린 시절의 나도 그랬다) 근데 유키나는 어린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키사의 모든 일을 이해해준다는 것이지. 고작 21살의 나이에? 내가 그 나이였다면 절대 유키나처럼 행동하지는 못했을 것 같단 생각이 든다. 정말 유키나는 이해심과 배려심이 많은 타입이기 때문인걸까, 아니면 다른 생각이 있기 때문인걸까. 키사의 두려움은 점점 커져만 간다.

고교 시절의 첫사랑 상대와의 재회를 그려 그 사랑이 다시 이루어져가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는 오노데라 리츠와 타카노 마사무네의 이야기와 서른에 드디어 진정한 사랑이 무엇인지를 배워가는 키사 쇼타의 이야기는 큰 테두리에서 보자면 첫사랑 이야기지만 세부적으로 보자면 굉장히 다른 첫사랑 이야기이다. 보통 첫사랑이라고 하면 오노데라 리츠의 경우같은 이야기가 많지만, 요즘은 사랑이란 걸 제대로 모르는 사람이 많기에 키사 쇼타의 이야기가 내겐 더 현실적으로 느껴진다. 근데 그렇게 늦게 사랑을 배우면, 더 두려워질텐데... 스무살에 받는 상처와 서른에 받는 상처의 크기와 깊이, 그리고 극복과정은 전혀 다르기 때문이다. 나이를 먹으면 작은 상처도 쉽사리 낫지 않는다. 마음의 상처도 그렇겠지. 어쨌거나 첫사랑의 애틋함과 행복함보다는 상처에 대한 두려움에서 허덕이고 있는 두 커플의 이야기, 앞으로도 계속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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