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오늘밤, 미스터에서 - 뉴 루비코믹스 1005
시마지 지음 / 현대지능개발사 / 2010년 12월
평점 :
절판
캬~~ 표지 예쁘다. 이 작가의 작품은 별로 읽어본 적이 없지만 표지 일러스트를 참 예쁘게 그리는 작가라 생각한다. 대부분의 BL계 작품은 야릇한 포즈로 꽉 끌어 안고 있는 일러스트가 많지만 이 작가의 경우 절제된 표지 일러스트를 그린달까. 일상과 비일상의 사이, 편안해 보이지만 둘 사이의 미묘한 기류를 잘 보여주는 그림이다.
이 작품집에는 두 커플의 이야기가 나온다. 완벽하게 동떨어진 이야기는 아니고, 누가 중심 인물이 되느냐에 따라 전개가 좀 달라질 뿐이다. 표지를 장식하고 있는 인물은 소꿉친구인 쿄헤이와 치카이며, 또 다른 커플은 유다이와 모모다.
소꿉친구에서 연인이 되기 까지 : 쿄헤이 X 치카
소꿉친구는 내가 굉장히 좋아하는 설정이다. 난 어린 시절엔 이사를 자주 다녔기 때문에 소꿉친구가 전혀 없다. 물론 이사하고 얼마 후까지는 연락을 주고 받았지만 금세 연락이 끊겨 버렸고, 그렇게 시간이 흘러버렸기 떄문이다. 그래서 그런지 소꿉친구 사이란 말을 들으면 괜시리 질투가 나기도 하지만, 실은 부러워서 그런거다.
게이바『Mr.』의 입주 점원인 치카는 요즘 귀찮아 죽을 지경이다. 나름대로 잘 나가는 직원이건만, 소꿉친구였던 한살 아래의 쿄헤이가 요즘 매일매일 치카를 찾아오기 때문이다. 자신의 변한 모습을 보고 금세 실망할 거라 생각한 치카는 어떻게 해서든 쿄헤이를 멀리 하려 하지만 쿄헤이는 은근히 끈질기게 붙어 있다. 치카가 게이인 것을 인정하긴 싫지만, 소꿉친구로서 치카를 좋아하는 마음은 변함이 없기 때문이다. 이렇다 보니 치카가 쿄헤이에게 까칠하게 구는 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르지.
쿄헤이를 좋아하지만 상처가 두렵다. 이게 치카의 마음이 아니었을까. 사랑하면서 상처받는 일쯤은 아무것도 아니라 치부하려는 사람은 사랑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일지도 모른다. 많이 사랑할수록 상처받는 게 두려워진다. 많이 사랑하는 사람에게 받는 상처는 세상 어떤 사람이 주는 상처보다도 깊고 날카롭기 때문이다. 쿄헤이를 좋아하면서도 멀리 하고 싶은 치카, 치카의 성향에 대해 완전히 수긍할 수 없지만 그래도 치카가 좋은 쿄헤이. 두 사람이 서로를 마주 볼 수 있을 때까지는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한 것은 당연하다. 그래서 그런지 치카가 까칠하게 굴다가도 갑자기 무너지고, 또다시 방어벽을 세우는 모습이, 함께 살자고 하는 쿄헤이에게 억지를 부리는 듯한 모습이 확 와닿았달까. 치카는 분명 겁쟁이일지도 모른다. 그런데, 사랑앞에서 겁쟁이가 되지 않을 사람이 있기나 할까.
바의 오너와 마스터 : 유다이 X 모모
게이를 혐오하는 주제에 게이바를 운영하는 유다이. 그는 바람처럼 불쑥 나타났다 바람처럼 사라지는 오너이다. 그런 오너 대신 게이바를 맡아 꾸려 가고 있는 건 모모. 모모와 유다이의 관계는 아슬아슬하기만 하다. 사실 개인적으로 유다이같은 마초타입 남자는 별로다. 무조건 마초타입 남자가 싫단 건 아니지만 폭력성향이 있는 남자를 싫어한달까. 그런데도 유다이가 매력적인 건 그의 약점이 보이기 때문이다. 유다이는 자신의 감정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는 남자다. 그런 면에서 보자면 모모 역시 유다이의 감정을 잘 캐치하지 못하고 있달까. 주기적으로 자신을 찾는 유다이를 보면서 모모는 그저 한순간의 바람이라 생각해 버리니까. 하긴 유다이처럼 폭언에 거친 행동을 일삼는다면 유다이의 마음을 짐작하기도 힘들겠지만...
쿄헤이와 치카 커플은 소꿉친구란 설정이 있어서 그런지 어른들일지라도 소년같은 풋풋함이 느껴졌다면, 유다이와 모모의 사랑은 아슬아슬하면서도 열정적이다. 이 둘 사이의 이야기중에서 특히 인상에 남았던 건 사라졌던 유다이가 나타났던 소리에 지워버린 전화번호를 떠올리려 애쓰던 모모의 모습이다. 저 사람은 내 사람이 되지 않을거야, 라고 결국 포기해버리기로 하지만, 속마음은 끝끝내 유다이를 놓지 못했던 모모의 마음이 그대로 느껴졌던 장면이기 때문이다.
이런저런 작품을 읽으면서 느끼게 되는 건 역시 사랑은 참 어렵다, 란 것이다. 세상에는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있고, 그 사람들은 각자 다른 사랑을 하면서 산다. 사랑이란 한 단어로 묶어 버리기엔 너무나도 다양한 사랑의 형태가 존재한다. 이들의 사랑도 그랬다. 시마지의 다음 작품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