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고 도는 세계의 너와 나 - 슈퍼 루비코믹스 070
나오노 보라 지음 / 현대지능개발사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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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느끼는 것이지만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저마다의 세계의 크기는 모두 다르다. 나같은 경우 고양이의 세계와 비슷한 편으로 비록 나만의 세계는 작지만 그것으로 완결되어 있고, 그안에 누군가를 들이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허락된 단 몇 명만이 내 세계를 공유할 수 있는 것이다. 이에 비해 좀더 넓은 세계를 공유하고자 하는 사람의 경우는 수학적으로 말하자면 수많은 교집합 상태의 세계를 가진다. 반드시 다른 세계의 어떤 부분과 교감하고 교류하고 있달까. 나에겐 이런 것이 너무나도 어렵기만 해서 결국 난 내 세계에 콕 틀어박히고 말지만, 사랑을 할 때는 조금 다르다. 사랑을 할 때만은 교집합의 세계를 가지게 되는 것이다. 물론 사랑에 빠진 사람들 대부분은 이런 교집합의 세계를 가지게 되고, 그 관계가 점점더 많이 발전할 수록 그 교집합이 차지하는 부분이 커지게 된다. 하지만 그렇다 해도 완벽히 하나가 될 수는 없다. 그저 하나가 되었을 뿐이라고 착각하는 것이 옳은 표현이지 않을까.

나오노 보라의 신간『돌고 도는 세계의 너와 나』는 각기 다른 세계에서 살아온 사람들이 만나 서로의 감정을 공유하면서 교집합의 세계를 넓혀가는 이야기이다. 물론 어린시절의 인연이 있던 커플도 있지만 대개는 새로운 만남에서 시작되어 상대의 세계안으로 들어가는 걸 허락받고, 상대가 나의 세계안으로 들어오는 것을 허락하는 이야기라 하면 될 듯 하다. 이 작품집에는 총 4편의 단편이 실려 있다. 그러고 보면 내가 읽었던 나오노 보라의 책은 죄다 단편이었던듯한...

첫번째 작품이자 표제작인 <돌고 도는 세계의 너와 나>는 어린시절 같은 유치원에 다녔지만 어떤 이유로 인해 잠시 헤어졌다 다시 만나게 된 고교생들의 이야기이다. 개인적으로 학원물을 별로 안좋아하는데 공수 캐릭터 모두 마음에 들지 않아서 그냥 그랬던 작품이다. 단지 조금 재미있었던 건 같은 유치원에 다니던 시절, 케이토에게 결혼하자고 했던 토모야의 모습이었다. 그러고 보면 어릴 때는 아무것도 모르고 크면 우리 결혼하자라는 등의 헛약속을 남발하지. 어떻게 보면 가장 순수한 시절이기 때문에 그런 이야기가 나오는 것인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어쨌거나 어린 시절의 모습과는 너무도 다르게 성장한 케이토를 못알아보는 토모야에게, 그리고 일언반구없이 야반도주해 버린채 자신을 혼자 남겨둔 토모야에게 케이토가 마음을 쉽게 열리는 만무. 하지만 어설프게 끝났던 인연이 새로 시작되면 그 어설픈 이별의 아픔보다는 즐거운 추억에 매달리게 된다. 케이토도 멋지게 성장한 토모야를 보면서 그런 생각이 먼저 들지 않았을까.

<예상밖의 두 사람>은 표제작보다 더 마음에 들지 않았던 단편이다. 어휴, 도대체 왜 이런 전개가 되는 거야?? 좋아하는 사람과 키스하면 짜릿하다, 그건 맞는 말이다. 근데, 그 대상이 왜 그 사람이 되어 버린 거지? 일단 아키토가 왜 그 사람을 선택했는지 난 참 궁금하달까. 굳이 그 사람이 아니어도 되지 않았나??

<럭키 아이템>은 나오노 보라 캐릭터의 특성 중 하나인 중년 아찌가 나오는 작품이다. 전직 보디가드, 현직 소바가게 아저씨인 야자와와 야자와의 친구의 아들 소타의 이야기는 어떻게 보면 좀 뻔한 이야기이긴 하지만 여기에 수록된 것 중 제일 낫더이다. 솔직히 말해 여기에 등장하는 캐릭터중 소타가 제일 안된 캐릭터다. 아버지 빚때문에 학교도 못다니고 이리저리 도망다니는 신세였으니... 그래도 소타가 마음을 줄 곳을 찾은 건 그중 다행이랄까. 과거의 상처를 안고 사는 한 남자와 그 상처를 보듬어주는 소년이 만들어 가는 알콩달콩 이야기. 덤으로 탐정 아찌도 만날 수 있어 즐거웠습니다.

마지막 작품은 특이하게도 요괴가 등장한다. 사람들과 섞여 살아가면서 사람들이 의뢰하는 일처리도 하며 살아간다. 개인적으로 요괴 이야기를 엄청 좋아하는데도 불구하고 왜 이렇게 매력이 없는지. 기대는 컸지만 기대에 못미쳤달까.

나오노 보라의 단행본은 읽을 때 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스토리가 조금 빈약하다. 물론 썩 괜찮았던 작품도 있지만 대개는 별로인데, 라는 느낌이다. 오히려 공감하지 못할 씬들은 줄이고 스토리를 좀더 보강하면 좋을텐데, 라는 생각도 든다. 이래 놓고도 담에 신간 나오면 또 읽을 듯한... 이런 것도 이 작가의 매력인가? (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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