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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제일의 첫사랑 3 - 오노데라리츠의 경우,B애+코믹스 033
나카무라 슌기쿠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1년 5월
평점 :
품절
첫사랑이란 단어는 새콤달콤하고, 풋풋하며 한편으로는 오글거리는 느낌을 주는 단어이다. 그땐 왜 그 사람을 좋아했었는지 그 이유조차 흐릿해져버려 속으로는 겸연쩍은 감정이 올라오기 때문이다. 물론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겠지. 그 첫사랑 상대가 무지무지무지 근사해져서 나타난 경우라던가, 제대로 된 사랑조차 하지 못한채 나이만 먹어 가다 서른줄에 접어들어서 진짜 사랑을 만나게 된 경우라던가. 어쨌거나 첫사랑이란 분명 가슴을 뛰게 만드는 무언가가 있다. 그 '첫'이란 접두어때문에.
내가 널 좋아한다는데 도대체 뭐가 문제야 - 편집장 타카노 마사무네 X 편집기자 오노데라 리츠
교교 선후배 사이로 그 당시엔 무척이나 좋아했지만 안좋은 기억만을 남긴채 헤어진 리츠와 타카노. 출판사를 옮겨 순정만화잡지부서에 배속된 것도 힘든데, 그 상사가 바로 그 첫사랑 상대라면 쥐구멍 열개를 파고 싶은 심정이 생기지 않을까. 어색한 사이, 익숙하지 않은 일, 오노데라 리츠에겐 하루하루가 살얼음판같기만 하다. 일이야 어느 정도 익숙해져 가면서 조금씩 재미도 느끼는 리츠였지만, 편집장의 태도에 신경이 쓰여 죽을 맛이다. 웬만하면 마주치지 않았으면 좋겠지만 직속 상관이다 보니 매일매일 얼굴을 마주 봐야 하고, 더불어 이웃사촌이기까지 하니 리츠는 하루하루 바싹바싹 말라가는 듯 하다.
처음으로 담당했던 작가의 단행본이 무사히 출간, 재판을 찍는다는 즐거운 소식도 있지만, 이번에 리츠가 맡은 일은 인쇄소와의 교섭이다. 신입사원이라고 만만하게 여겨졌는지 인쇄소에게 물먹은 리츠. 이런 리츠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건 역시 편집장 타카노밖에 없다. 그런 것이 고맙기도 하지만 역시 마음이 무거워진다.
한편 영업부의 요코자와는 리츠를 여전히 경계중. 이사까지 하라며 협박 아닌 협박을 한다. 타카노와 요코자와는 연인사이인걸까. 그런데 왜 타카노는 자신을 좋아한다고 말하는 걸까. 타카노의 태도와 말에 두근거리기도 하지만 반대로 화도 난다. 도대체 날 좀 내버려두란 말야! 리츠의 심정은 바로 그런 게 아닐까. 그러던 어느 날 타카노의 집에서 술을 마시게 된 리츠는 타카노와의 사이의 침묵이 너무나도 무거워 급기야 술을 들이 붓고 사고 아닌 사고를 치고 만다. 아, 이때 타카노 멋있었다, 정말. 좀 강압적인 면이 있긴 하지만 그런 고백을 들으면 가슴이 찡~해지는 느낌이다. (물론 내가 고백받은 건 아니지만, 누군가가 누군가에게 고백을 하는 장면을 보는 것만으로도 심장이 쫄깃해지는 기분이다)
근데, 이거 어쩌면 좋아. 그렇게 강렬하고 달콤한 고백을 받은 그 날밤의 기억이 안드로메다로 몽땅 날아가버렸....(쿨럭) 타카노 열받을만 하겠다. 으아, 정말이지 리츠는 타이밍 못맞추는 걸로는 1위를 할 캐릭터일듯. 제발 좀 정신차려, 리츠. 네가 이렇게 중심을 못잡으니 아직도 사랑에 빠지기 전까지 251일이나 남았잖아!!!! (이 말인즉슨, 1권 마지막이 320일정도였으니 앞으로 이 밀당이 무한반복된다는... 쿨럭. 심장이 쫄깃해지다 못해 딱딱해지겠어!!)
나카무라 센세, 순정 시리즈보다는 좀 빨리 끝내주시면 안될까요... 재미있는 것도 자꾸 반복하면..
(이거 어쩔!)
당신이 좋다면 이 얼굴로 태어나서 다행이라 생각해요 - 서점 점원 유키나 코우 X 편집기자 키사 쇼타
후훗, 타카노와 리츠의 이야기외에 단편 한편이 수록. 여기에 나오는 편집기자는 타카노의 편집부에서 일하는 서른살의 남자다. 소심하고, 비관적이며 얼굴을 심하게 밝히는 게이인데, 이 키사가 좋아하는 건 서점에서 일하는 왕자님같은 유키나이다. 매일 서점에 들러 그의 모습을 훔쳐보는 게 작은 기쁨이지만, 그와 사귀게 될 거라거나, 잘 될거라는 상상은 절대 하지 않는다. 자신과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매일 스토커(?)처럼 얼굴만 훔쳐보던 어느 날 원나잇으로 만났던 상대를 그 서점에서 우연히 만나고 만다. 유난히 키사에게 집착하는 그 남자. 키사는 그 남자를 피해 달아나지만 유키나가 또 보고싶은 마음에 서점으로 향한다. 우연히 영업부의 요코자와를 만난 키사는 유키나와 인사를 하게 되고 그게 인연이 되어 말을 트고 지내게 된다.
호오, 요코자와가 은근히 남들을 이어주는 캐릭터로구나. 사실 타카노와 리츠 사이에선 태클을 자주 거는 캐릭터이지만 결국 둘을 이어주는 캐릭터가 될테지. 어찌보면 좀 안됐지만, 그게 당신의 숙명일지도 몰라요, 요코자와씨. (笑) 요코자와의 활약으로 카페에서 단둘이 만나게 된 유키나와 키사. 그때 유키나는 돌발행동으로 키사를 놀래는데... 하악, 이런 장면 나오면 나 쓰러질 것 같아. 너무 예쁜 그림이었다. 우움, 특히 스케치북으로 살짝 가려주는 유키나의 센스. 21살의 미대생인 유키나는 외모도 멋지지만 행동도 멋지고, 가벼워 보이기도 하지만 속은 진중한 남자다. 특히 키사에게 고백하는 장면에선 나도 가슴이 두근두근. 나도 이런 고백받아 보고 싶다, 라고 느꼈달까. (아아, 점점 망상의 수위가 높아져간다~~)
『세계 제일의 첫사랑 ~ 오노데라 리츠의 경우 3』은 타카노와 리츠 커플보다는 유키나와 키사 커플의 이야기가 훨씬 더 재미있었다. 아마도 짧은 것도 그 이유가 되겠지. 나카무라 센세의 작품은 재미있지만 밀당이 너무 심해서 나중엔 보는 사람이 지치는 경우가 속출하기 때문이다. (순정 로맨티카 시리즈도 그런 작품 중 하나. 무척 좋아하는 작품이지만 끝날 기미가 안보이기 땜에....) 하여튼 유키나와 키사 커플 덕분에 나도 한숨돌렸다. 리츠만 보면 속이 터질 지경이라.... (笑) 리츠, 제발 좀 분발해줘!
출판사 만화편집부와 서점을 배경으로 하는 작품이다 보니 평소 궁금했던 출판사와 편집부의 일이나 서점 일에 대한 내용이 나와 몇배로 더 재미있는 작품인『세계 제일의 첫사랑』시리즈. 다음 권에선 진도가 좀 빨리, 팍팍 나가줬으면 하는 바람이... 아니 그것보다는 4권을 빨리 만나고 싶다. 기대할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