랑랑별 때때롱 (양장) 개똥이네 책방 1
권정생 지음, 정승희 그림 / 보리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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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별은 나의 별, 저 별은 너의 별 별빛에 물들은 밤같이 까만 눈동자 ~~~ ♪
어린 시절 별이 쏟아져 내릴 것만 같은 밤하늘을 보며 저 노래를 부르지 않은 사람이 있었을까. 나 역시 이런 시절 시골 할머니댁에 놀러 가서 밤이 되면 하늘을 바라보며 수많은 별들을 가족, 친구들에게 분양을 했었다. 저 별은 내 별, 저 별은 엄마 별, 저 별은 아빠 별, 저 별은 동생 별로 시작해 내가 아는 사람들에게 하나씩 나눠주고도 남을 만큼 많은 별들은 완벽하게 어두운 깜깜한 밤일지라도 마음 한구석을 안심시켜주는 힘이 있었다. 그렇게 분양을 끝내고 나서는 저 별엔 누가 살고 있을까를 생각했다. 지금은 어른이 되어서 내가 살고 있는 지구가 속한 태양계에는 인간과 같은 생명체가 존재하는 행성이 없다는 걸 알고 있지만 어린 시절엔 그 모든 별에 누군가가 살고 있었다. 언젠가 그곳에 사는 존재들과 만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했었다.

우리와 같은 지구별에 사는 새달이와 마달이 형제는 어느 날 랑랑별에 살고 있다는 때때롱의 말소리를 듣게 된다. 처음에는 귀신이 아닐까 싶어 무서워 했지만 때때롱과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새달이와 마달이는 랑랑별의 존재와 때때롱, 메메롱 형제의 존재를 믿게 된다. 지구별과 무척이나 비슷하다는 랑랑별에서 온 소식은 새달이, 마달이 형제를 깜짝 놀래기도 하고, 웃음 짓게도 하고, 때로는 속상하게도 한다. 서로 너무 먼 곳에 있어 직접 만나지는 못하지만 때때롱이 보내오는 편지와 일기장을 통해 새달이와 마달이는 때때롱과 우정을 쌓아간다.

그러던 어느 날, 밭일을 하러가신 아빠에게 새참을 가져다 드리기 위해 길을 나선 새달이와 마달이는 왕잠자리가 구슬프게 울고 있는 걸 발견한다. 농작물을 잘 키우고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 사용하는 농약때문에 죽어가는 왕잠자리의 한맺힌 울음은 새달이와 마달이를 공포에 몰아넣기에 충분했다. 해충만 구제하는 것이 아니라 익충마저도 모조리 죽이는 농약, 거름 대신 사용하는 비료, 종자마저 수입해야하는 실정을 우리는 잊고 산다. 그저 수확양만 많으면 된다는 생각에서 우리는 자신도 모르게 주변의 생물에게 해를 끼치고 사는 것이다. 다행히 새달이네 아빠는 농약을 사용하지 않지만, 실제로 농촌에 가보면 한창 농작물이 자랄 시기엔 약냄새가 진동하는 것을 난 많이 보아 왔다. 결국 이건 모두 사람에게도 해가 미칠텐데...

그날 밤, 새달이와 마달이는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는 소리에 잠이 깬다. 살그머니 밖을 내다보던 두 아이는 집에서 키우는 흰둥이가 때때롱과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란다. 게다가 흰둥이가 새달이에 대한 불평까지 늘어 놓은 걸 보고 화가 치민다. 랑랑별로 가서 살고 싶다는 흰둥이는 그날부터 소원을 빌기 시작한다. 그렇게 꼬박 열흘이 지나 드디어 약속의 날이 다가왔다. 흰둥이에겐 날개가 생겼고, 집에 사는 소 누렁이도 랑랑별로 가고 싶어하지만 망설이는 눈치다. 새달이와 마달이가 마음에 걸려 쉽게 떠나지 못했던 것이다. 그 모습을 본 새달이와 마달이는 누렁이를 껴안고 엉엉 울음을 터뜨리고, 결국 모두 함께 랑랑별로 모험을 떠나게 된다.

옛날옛날 한옛날엔 선녀님이 내려와 목욕을 하고 천상으로 올라가던 시절도 있었고, 지구별 사람들은 날개 달린 말을 타고 하늘로 올라가 천도복숭아를 따오기도 했다. 그렇다면 날개 달린 흰둥이와 함께 간 랑랑별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모두 함께 도착한 랑랑별은 오래전 지구별의 모습을 많이 닮아 있었다. 어떻게 보면 불편하기 짝이 없어 보이는 모습이었지만, 자연은 그 모습 그대로 살아 숨쉬고 있었고, 동물들은 자연스러운 모습 그대로 살아가는 곳, 아이들은 개울에서 물장구치고 흙위에서 뛰어노는 곳이었다. 먹거리는 소박하지만 맛있고, 사람들에겐 인정이 넘치는 곳이었다.

하지만 새달이와 마달이는 그런 랑랑별의 모습에 실망을 감출 수 없었다. 지구별로 소식을 보낼 정도로 과학기술이 발전한 곳이라 생각했건만, 그저 시골 풍경에 지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랑랑별은 500년의 기간을 거쳐 다시 옛날 모습으로 돌아간 것이라 하는데... 이 비밀은 때때롱의 할머니가 등장하면서 풀리게 된다. 할머니와 함께 새달이 형제, 때때롱 가족이 500년 전의 랑랑별로 모험을 떠났기 때문이다.

500년전의 랑랑별은 과학기술이 눈부시게 발전한 곳이었다. 안드로이드가 사람대신 일을 하고, 인간은 유전자의 조합으로 우수한 인간만 생산하는 곳이었다. 당연히 엄마도 아빠도 형제도 없는 세상이었고, 사람들은 그저 멍하니 살아갈 뿐이었다. 그곳에서 만난 보탈이란 소년은 너무나도 외로워 보였다. 같이 꺄르르 장난치고 놀 친구도 형제도 없었고, 사랑을 담뿍 나누어줄 부모도 없었기 때문이다. 생활은 편리해졌지만 인간의 정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그곳, 그곳이 바로 랑랑별의 500년전 모습이었던 것이다.

어쩌면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별은 500년전의 랑랑별 모습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과학기술은 복제동물을 만들어 내는 것까지에 이르렀다. 문득 영화『가타카』에서 우성 유전자로 태어난 인간들이 떠오른다. 동물복제가 언젠가는 인간복제로까지 이어지지 않을까 하는 것은 이제 단순한 공상이 아니라 현실화 가능성이 높은 이야기가 되었다. 솔직히 말해 끔찍하다. 이건 자연의 섭리를 거스르는 것 중 가장 불편한 것이기 때문이다. 500년전에 살았던 보탈이의 모습과 지금 랑랑별에 살고 있는 때때롱의 모습 중 더 행복한 삶을 누리는 건 누구일까. 굳이 누구라고 하지 않아도 답은 자명하다.

『랑랑별 때때롱』은 지구별에 살고 있는 새달이와 마달이 형제와 랑랑별에 살고 있는 때때롱과 메메롱 형제의 우정과 모험, 그리고 우리가 살고 있는 이 곳이 얼마나 소중한 곳인지를 가르쳐주는 동화이다. 인간은 자신들의 편의와 편리를 위해서 수많은 다른 생명들을 위협해 왔고, 결국은 자신의 목을 조르게 될지도 모른다. 이러한 이야기를 아이들이 등장하는 판타지로 순하게 풀어낸『랑랑별 때때롱』은 굳이 과학적인 접근을 통하지 않아도 우리의 미래의 모습에 대해, 우리의 미래를 지키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지를 이야기한다. 이런 접근 방식은 아이들에겐 모험과 판타지란 것을 통해, 어른들에겐 어린 시절 뛰놀았던 자연의 모습을 떠올리게 하는 식으로 생각할 꺼리를 던져주는 것이다.

요즘은 밤하늘을 봐도 별이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도시는 말할 것도 없고 시골 역시 요즘은 깜깜한 어둠이란 것이 사라져 버렸기 때문이다. 이는 일종의 빛공해라고 하는데 밤하늘이 부옇게 보이는 현상을 의미한다. 이 빛공해는 식물의 발육, 동물의 성장을 저해할 뿐만 아니라 인간에게도 신체적 정신적 병증을 유발하고 있다. 우리는 스스로를 얼마나 파괴시켜야 더이상 앞으로만 나가는 것을 멈추게 될까.『랑랑별 때때롱』을 통해 우리가 지금 처한 현실에 대해 곰곰히 생각해 보자. 단순히 아이들을 위한 판타지로만 받아들일 것이 아니라 우리가 사는 지구별에 대해 고민하는 시간을 만들어 보는 건 어떨까.


 

진달래 먹고, 물장구 치고, 다람쥐 쫓던 어린 시절에~~~ ♪
난 이 노랫말처럼 진달래 먹고 다람쥐를 쫓던 시절은 없지만, 강가에 가서 고기도 잡고, 논둑을 뛰어다니며 개구리 잡고, 우렁이도 잡고, 메뚜기도 잡고, 잠자리도 잡았던 시절이 있다. 요즘 아이들은 그런 걸 알기나 할까. 개구리와 두꺼비 구별은 할줄이나 알까. 편리한 삶에 길들여져 우리는 너무나도 소중한 걸 잊고 사는 게 아닐까. 다시 한 번 곰곰히 생각해 볼 때다.

사진 출처 : 책 본문 中 (114~115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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