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중의 고양이 손님 네버랜드 꾸러기 문고 29
다카도노 호오코 지음, 김난주 옮김, 나가노 히데코 그림 / 시공주니어 / 2009년 2월
구판절판


책 제목과 표지 그림을 보니 딱 떠오르는 게 하나 있다. 오호라, 이 고양이는 도둑 고양이로구나. 한밤중에 나타난 손님이란 표현도 그렇고, 등에 보따리를 짊어진 모습이 도둑을 연상시킬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보따리의 무늬를 보면 좀 고전적인 도둑이랄까. 일본 그림에 등장하는 도둑들은 대개 이런 보따리를 짊어지고, 얼굴은 수건으로 가렸던데 이 고양이는 대담하게도 얼굴을 드러내고 나타났다. 놀리는 듯한 표정의 이 고양이는 우리에게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까.

미쓰오와 논코는 내일 소풍을 갈 생각에 잠이 잘 오지 않는다. 머리맡에 과자가 잔뜩 들어간 배낭을 두고 누워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던 오누이 중 오빠인 미쓰오가 갑자기 휘이익 하고 휘파람을 불었다. 그런 오빠를 보고 논코는 밤에 휘파람을 불면 도둑이 든다고 그만하라지만 장난기 넘치는 오빠 미쓰오는 보란 듯이 휘파람을 더많이 불었다. 얼마나 지났을까. 갑자기 거실 쪽에서 유리창을 두드리는 소리가!? 이 한밤중에?

오누이는 뒷꿈치를 들고 살금살금 거실로 나가 베란다 창에 쳐져있는 커튼을 살며시 열었다. 그랬더니 그곳에는 번쩍하고 빛이 나는 황금색 눈동자가 보이는 것이었다. 오누이는 깜짝 놀랐지만 가만히 살펴보니 고양이의 눈이었던 것이다.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고 고양이를 안으로 들인 오누이는 하룻밤만 재워달라는 고양이의 부탁에 그저 멍하니 고양이를 쳐다보기만 했다. 등에 진 보따리를 내려놓은 고양이는 보따리에 든 맛있는 경단을 꺼내 먹으면서 자신의 사연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마사라는 이름의 이 고양이는 경단가게에서 복고양이로 일했지만, 어느 날부터 주인아저씨의 미움을 받아 갇혀지냈다는 것이다. 오누이는 안쓰러운 마음에 고양이가 하는 이야기에 맞장구를 쳐주며 고양이의 이야기를 가만히 들어주었다.

하지만 논코가 정곡을 찌르는 질문을 하자 깜짝 놀란 마사는 괜시리 헛기침도 하고, 귀 뒤도 긁어 대고, 수염을 잡아 당기다가 몸을 핥기도 하는 등 안절부절못하는 것이었다. 그런 마사의 모습에 미쓰오는 마사의 어깨를 두드리며 위로를 건넨다.

마사의 안타까운 사연을 들은 오누이는 자신들 사이에 마사를 재우기로 한다. 그동안 많이 힘들었을테니 하룻밤만이라도 편히 자라는 생각이었겠지.

하지만 다음날 아침 눈을 뜬 오누이는 자신들에게 일어났던 일이 꿈인지 생시인지 헷갈려 한다. 그도 그럴것이 분명이 자기들 사이에서 자고 있던 마사가 흔적도 없이 사라진데다가, 베란다 창문도 꼭 닫혀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신들 입가에 묻은 경단의 흔적과 텅 비어버린 소풍가방을 보고 마사가 바로 '도둑'이었단 걸 알게 된다. 보통 아이들이라면 자기 소풍 가방의 과자가 모조리 도둑맞았다는 사실에 길길이 날뛰겠지만 미쓰오와 논코는 그저 재미있어한다.

그럼 마사는 왜 위험을 무릅쓰고 사람이 사는 집으로 들어와 도둑질을 한 것일까. 마사는 자신에게 친절히 대해준 미쓰오와 논코에게 편지를 쓴다. 자신이 왜 그런 짓을 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인지에 대해서 말이다. 요즘은 마사같은 길고양이가 살기 힘든 세상이다. 게다가 여섯마리의 아기 고양이를 키우기 위해서는 그런 위험을 무릅쓸 수 밖에 없었던 것이었던 것이다.

순수한 오누이와 능청스러운 고양이의 이야기를 읽다 보면 요즘 길고양이들의 삶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마사는 어미 고양이로 여섯마리 아이 고양이의 엄마이다. 예전같으면 사냥을 할테지만 요즘에는 고양이가 사냥할 작은 동물이 거의 없어진 상태다. 그렇다 보니 위험을 무릅쓰고 먹이를 구해야만 한다. 마사가 선택한 방법은 도둑질이란 것이었다. 물론 도둑질 자체는 나쁘지만 그렇게라도 자신의 새끼를 먹이고 싶은 마사의 마음이 짠하기만 하다. 예전에는 도둑고양이라 불리던 길고양이의 삶은 날이 갈수록 척박해지기만 한다. 쓰레기 봉투를 헤집어 놓는다거나 밭을 파헤친다는 이유로 약을 놓는 경우도 많다. 예전에는 고양이가 먹을 것을 훔쳐가도, '에이 저 도둑고양이가!' 하고 피식 웃었지만 이제는 그런 여유로운 마음도 사람들에게서 다 사라진 것 같다. 어떻게 보면 도둑고양이에서 길고양이란 명칭으로 부르는 명칭은 순화되었지만 오히려 그들을 대하는 사람들의 태도는 더욱 모질어진 것 같다. 비록 자신들의 소풍가방은 모조리 털렸지만, 그런 마사의 행동에 웃음을 터뜨려 버리는 오누이의 모습을 보면서 우리와 함께 살아가는 또다른 생명들에 대한 나눔과 정이란 것을 생각해 보는 건 어떨까.

사진 출처 : 책 표지, 책 본문 中(6~7p, 18~19p, 30p, 36p, 40~41p, 46~47p), 책 뒷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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