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공주가 월요일(6월 6일) 오후 12시 30분경 무지개 다리를 건넜습니다.

공주는 2002년 충남 공주에서 교통사고를 당한 채로 발견되어 서울에 있는 한 동물병원으로 옮겨졌고, 그후 제가 입양을 했습니다. 공주에서 발견되어서 이름을 공주라고 붙였죠. 공주는 올해 19살로 저와는 9년을 함께 했습니다. 

마지막엔 진통제조차 듣지 않아 너무나도 고통스러워하던 공주의 모습이 잊히지가 않습니다. 안락사만큼은 피하고 싶어 통증치료만 했는데, 그게 잘한 것인지 정말 잘 모르겠습니다. 6월 5일 낮에 응급으로 동물병원에 다녀왔지만, 역시 진통제처방만 받았습니다. 그 약이라도 잘 들었으면 좋았을텐데... 그렇게 고통스러워하는데 아무것도 해줄 수 없는 게 너무나도 아팠고, 지금도 그게 제일 맘에 걸립니다.

어제 시골에 가서 가을이 옆에 공주를 묻어주고 왔습니다. 가을이에겐 공주 마중 좀 나와달라고 부탁했는데.... 가을이랑 공주랑 잘 만났겠죠?

지금 제가 이런 상태라서 5월말부터 블로그고 뭐고 할 기분도 안드는 상태로 지내왔습니다. 당연히 책읽기나 리뷰쓰기는 손에 잡히지도 않구요. 오늘이 벌써 수요일이지만 여전히 의욕이 없습니다. 하지만 힘을 내야겠지요. 아직 제 곁에는 나라, 꼬맹, 보람, 돌돌이, 이렇게 네 녀석이 있으니까요.


 

사랑하는 우리 공주.
가을이랑 만났어? 언니가 가을이한테 우리 공주 마중 좀 나와달라고 부탁했는데..
공주가 무지개 다리를 건넌지 딱 사흘째인데, 언니는 아직도 실감이 안나.
집에 들어올 때마다 공주가 있을 것만 같은데...


 

우리 공주는 언니랑 함께 지낸 9년이 행복했을까?
언니는 공주 덕분에 이런저런 추억이 많이 쌓였는데... 고마워, 공주.

하지만 언니는 공주한테 미안한 게 더 많아.
좀 더 잘해줄걸. 좀더 예빠해줄걸.
그런 언니가 원망스럽지는 않았을까. 미안해, 공주야. 
언니가 공주가 많이 힘든 거 잘 몰라줘서, 정말 미안해.

무지개 다리 너머에 있는 그곳에서 공주는 더이상 아프지 않겠지?
가을이랑 잘 지내고 있으렴.

사랑하는 공주는 언제까지나 언니의 강아지.
언니는 언제까지나 공주의 언니야. 
다음 생에도 내게 와주렴, 사랑하는 공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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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6-10 23: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방금 메일 확인하다가 스즈야님 방명록에 남기신거 보고 달려왔어요. 가슴이 덜컹하는게, 요즘 뜸하던게 역시 무슨 일이 있으셨구나라는 생각에 얼른 알라딘 로그인하고 정주행 하던 웹툰도 때려치고 왔답니다. 아아, 정말 뭐라 말씀 드려야 할지 모르겠어요. 정말 힘드셨을 텐데...그런데도 방명록에 남겨주시고ㅠ 진짜 힘드실거같아요. 어뜩하죠. 정말 어떻게 할 수가 없네요. 저, 이러면 진짜 오지랖 넓은 것 같지만(아 원래 저도 이런 성격 아닌데...;) 그냥 말하고 싶은 상대 필요하시면 언제든지 환영입니다!

스즈야 2011-06-12 00:10   좋아요 0 | URL
음.. 마음의 준비를 계속하고 있었다 해도 역시 마음이 아픈 건 어쩔 수 없더라구요. 그래도 가을이 보낼 떄와는 달리 편히 떠나란 말을 해줄수가 있어서 다행이라 생각해요. 마지막이 너무 고통으로 점철된 게 아닌가 하는 게 마음에 제일 많이 걸려요...
걱정과 위로의 말씀 감사합니다. 덕분에 힘이 많이 났어요.

2011-06-10 23: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도.. 리뷰 쓰신 거 보니까, 조금 기운 차리신건 아닌가하고 조심스레 추측해봅니다. 상투적인 말 쓰고 싶지 않은데, 그래도 힘내셨으면 좋겠어요. 아자아자!

스즈야 2011-06-12 00:11   좋아요 0 | URL
힘들어도 언제까지나 슬퍼할 수만은 없어서 일어났습니다. 제가 풀죽어 있으니 남은 아이들이 제 눈치만 보더라구요. 안그래도 그동안 계속 공주에게만 매달려 있어서 애들이 제 손이 많이 그리웠던 모양이예요. 얼마나 애교를 부리던지... 그런 모습 보면서 힘내기로 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