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의 사랑 - 뉴 루비코믹스 920
시마지 글 그림 / 현대지능개발사 / 2010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표지를 보고선 혹시 시대물이 아닌가 했는데, 시대물은 아니었다. 하지만 이 작품의 배경이 되는 곳이 교토이고, 그곳의 유서 깊은 화과자 가게란 설정이 마음에 쏙 들었다. 유서 깊은 가게, 란 것도 내가 아주 좋아하는 설정중의 하나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3대를 넘어가는 가게가 거의 없지만, 일본은 꽤 많은 편인데다가 그 종류도 다양해 많은 이야기가 나올 수 있는 듯 하다. 

교토에서 만드는 전통 화과자인 쿄가시를 만들어 파는 가게 츠루마루야는 오랜 전통을 가지고 있는 가게이다. 선대였던 치히로의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치히로와 치히로의 어머니가 가게를 운영하고 있다. 그리고 점장을 맡고 있는 카츠미는 치히로의 소꿉친구로 어린 시절부터 이곳에서 함께 살고 있다.  

치히로는 화과자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다가, 몸도 약하고, 응석도 많다. 그런 치히로를 대신해서 가게가 잘 운영되도록 도와주는 것이 바로 카츠미이다. 늘 무뚝뚝한 인상이지만 일 하나는 똑부러지게 하는 면이 있어 치히로 역시 카츠미에게 응석을 부리고 마는 것 같다. 치히로의 응석은 사실 카츠미에 대한 연심에서 비롯된 것이라 할 수 있다. 어떻게 보면 카츠미에게 있어 치히로의 응석은 자칫 부담스러운 것이 될 수도 있겠지만 워낙 어린 시절부터 함께 자라온 데다가, 선대의 유지도 있고 해서 그런지 늘 툴툴거리면서도 치히로의 응석을 모두 받아준다. 그런 카츠미에게 자신의 마음을 내보이지도 못한채 끙끙 앓고 있는 치히로에게 큰 거래처 손님인 모리가 접근한다. 하지만 치히로는 카츠미를 대하는 것과는 달리 유연하게 그 자리를 넘기고 만다. 그러나 모리의 치근거림이 계속되고, 거래를 빙자해서 식사자리에까지 나가야 하는 일이 생기고 마는데...

이 화과자 가게란 것이 옛날에는 어땠을지는 몰라도 확실히 요즘 세상에는 잘 맞지 않는지도 모른다. (나도 개인적으로는 화과자란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보기엔 엄청 예뻐도 맛이 너무 달아서 싫달까. 녹차같은 거랑 같이 먹으면 맛이 괜찮긴 하지만 여기, 내겐 무리~~) 주 고객들도 어느 정도 연령대가 있고, 이렇다 보니 8대를 내려온 츠루마루야 역시 이런저런 곤란한 점이 생기는 건 당연한 듯 하다. 게다가 모리가 꽤나 큰 거래처이다 보니 그의 요구에 응하지 않을 수도 없고, 카츠미를 생각하면 그 요구를 물리치는 게 맞지만 그럴 수 없는 입장인 치하루의 고민이 참으로 안타깝기만 했다. 만약 그때 카츠미가 자신의 마음을 완전히 보여줬더라면 아예 나가지 않았을지도 모르겠지만, 카츠미가 완전히 자신의 마음을 드러내지 않은지라 어쩔수 없어 하며 나가는 게 눈에 선했다. 가게를 지켜야 한다는 것, 그리고 카츠미에 대한 연심. 어느 것 하나도 소홀히 할 수 없는 치하루의 선택은!?

자신의 선택이 아니라 후계자이기 때문에 대를 이어야 한다는 건 어떤 기분일까. 주변인들이 보기에 오랜 전통을 가진 가게의 대를 잇는다는 건 멋져 보이는 일일수도 있겠지만, 치하루가 스스로 원해서 하는 일이 아니다보니 어쩔 수 없이 얽매이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긴 한다. 그렇다면 선대의 유지를 받아 점장으로 일하고 있는 카츠미의 경우는 어떨까. 치히로에 대해 거리감을 두고 있는 카츠미지만, 묘한 것은 카츠미가 만약 선대의 유지만을 따랐다면 이렇게 헌신적이지는 못할 것이란 거다. 이 두사람을 보면 너무나도 애틋하다. 특히 장지문을 사이에 두고 있던 두 사람의 모습을 떠올리면...

본편의 이야기도 좋지만 두 사람의 어린 시절의 에피소드를 담은 번외편도 좋았고, 고양이 야치요가 둘을 이어주는 역할을 하는 설정도 참 좋았다. 특히 야치요가 이들의 사랑을 바라보며 애틋하게 여기는 부분이 정말 좋았다. <고양이의 사랑>은 한마디로 말하라면 너무나도 애틋해서 눈물이 한방울 톡 떨어질 것만 같은 그런 사랑 이야기였다. 

뒷편에 수록된 단편인 <에버 씬>은 <고양이의 사랑>에 등장해서 치히로에게 치근거리던 모리 아저씨의 이야기이다. 이 아저씬 그냥그런 에로 아저씨인줄로만 알았더니 빈틈투성이의 아저씨였다. 이거 완전 반전! 푸하핫, 이런 귀여운 아저씨였구나. 이 작품은 조카와 삼촌사이기는 하지만 혈연관계는 아닌 모리 아저씨와 조카 료이치의 사랑에 관한 이야기이다. 이 둘의 사랑이 이루어지는 단계를 보는 것도 즐거웠지만, 한편으로는 료이치가 어린 시절에 겪었던 아픔을 고스란히 겪어 내고 있는 모리 아저씨의 딸 히요리가 자꾸만 눈에 밟혔다. 물론 모리 아저씨와 료이치땜에 히요리가 아파하는 건 아니고, 부모의 이혼때문에 아파하지만 어찌 되었든 어른들의 잘못때문에 상처를 받게 되는 건 히요리 쪽이기 때문이다. 이런 부분도 무겁지 않게 잘 섞어서 담아내는 게 참 좋았던 작품.

표제작인 <고양이의 사랑>은 소꿉친구의 사랑을 담고 있는 작품이라서 그런지 성인이 된 두 사람의 이야기가 나와도 소년들의 사랑처럼 느껴졌다면, 뒤에 수록된 <에버 씬>은 어른들의 사랑이란 느낌이 강했다. <고양이의 사랑>은 풋풋하면서도 애틋했다면, <에버 씬>은 격정적이면서도 애틋했달까. 두 작품 모두 매력적이라, 이 작가에 완전히 꽂혀버렸다. 다른 작품도 얼른 봐야지~~

아, 잊어버릴뻔 했다. 치히로가 입고 나오는 기모노가 참 예쁘긴 했지만, 밤에 유카타를 입고 있는 모습도 참 좋았다. 음. 역시 남자들의 기모노는... 섹시해. 모에롭기도 하지~~(푸하핫)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