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 알파 8 - 신장판
아시나노 히토시 글.그림 / 학산문화사(만화)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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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끌벅적 화려했던 축제의 시간이 지나 먼훗날 저녁뜸의 시대라 불릴 시대를 살아가는 로봇과 사람들의 이야기,『카페알파 신장판』8권.

변화란 천천히 찾아오기도 하고, 갑작스레 찾아오기도 하는 법. 로봇인 알파의 삶은 느긋하게 큰 변화없이 흘러가는 것처럼 보여도 작고 작은 변화들이 모여 그녀의 하루하루를 새기고 있다. 지난 여름 태풍으로 인해 완전히 망가져버린 카페알파는 알파의 손을 통해 천천히 보수를 끝마치고 이제 신장개점을 앞두고 있다. 신장개점날, 카페알파를 찾은 코코네와 마루코. 마루코는 이상하게도 알파에게 조금은 적대적인 모습을 보인다. 전에도 그러더니 이번에도 또! 생글생글 미소가 트레이드 마크인 알파는 이번엔 좀 참기 힘들었나 보다. 하고 싶은 말을 똑 부러지게 하고야 마는데.. 호오, 알파씨. 알파씨에게도 이런 면이 있었군요. 하긴, 자신이 늘 로봇이라는 것을 의식하고 살 필요는 없다. 오히려 그것을 의식하면 할 수록 다른 이들과 거리감이 생길 뿐이니까. 그리고 알파가 아무리 느긋해 보여도 아무런 생각없이 살고 있는 건 아니다. 그녀는 변해가는 풍경과 변해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매순간 기억 속에 새겨 넣고 있는 중이니까.

꼬치고기를 데리고 돌아다니는 아야세가 다시 이곳을 찾았다. 그새 많이 큰 마키에게 아야세는 제안을 하나 한다. 아직은 어리지만, 언젠가 마키도 이곳을 떠날 날이 오겠지. 마키가 부메랑을 던지는 연습도 그걸 위한 것일테니까. 아야세의 꼬치고기가 낳은 새끼 꼬치고기를 보면서 만든 마키의 작은 부메랑이 마음 속으로 성큼 다가온다.

타카히로는 점점 더 어른스러워지고 있다. 꼬맹인줄로만 알았는데, 이젠 운전도 능숙하게 하고 좀더 많은 일을 하기 위해 마을을 떠나기로 결심한다. 한동안은 돌아오지 않겠지만 알파는 타카히로가 돌아올 날을 손꼽아 기다리겠지. 타카히로 역시 자신을 기다려줄 누군가가 있는 이 마을로 다시 돌아올 것이다. 누군가가 자신을 기다려준다는 건, 그 사실만으로도 돌아올 가치가 있다는 것이니까.

알파가 물을 찾으면서 돌아다니다 만나는 식물도 그렇고 아야세가 여행을 하면서 만나는 것들도 그렇고, 웬지 이 식물들은 인간의 문명이 번성했던 시대의 기억을 품고 있는 듯 하다. 건물 모양의 식물, 가로등 모양의 식물, 사람 모양의 식물. 사람들은 변화한 모습에 쉬이 옛것을 잊겠지만, 길은, 자연은 잊지 않나 보다.

『카페 알파』시리즈의 특징은 느긋함이란 것에 있어 이제까지의 변화는 느긋하기만 했지만, 8권에 들어서면서 변화의 바람이 강하게 느껴진다는 생각이 든다. 타카히로는 벌써 떠나버렸고, 마키 역시 언젠가 떠날 것에 대해 고민하고 있으니까. 선생님과 주유소 할아버지의 모습은 변함이 없건만, 꼬맹이었던 마키는 어느새 소녀가 되었고, 소년이었던 타카히로는 한사람 몫을 하는 어른이 되었다. 누군가는 남고, 누군가는 떠나간다. 알파는 늘 그곳에서 떠난 사람을 배웅하고, 떠난 사람이 돌아오기를 기다리겠지. 변함없는 모습으로, 변함없는 미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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