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상자 속 고양이
카리 스마코 지음 / 삼양출판사(만화) / 2011년 1월
평점 :
나이 차이란 건, 나이대에 따라서 엄청나게 큰 의미를 가지게 된다. 어린아이 때에는 한두달 사이에도 엄청난 차이가 보이지만, 조금씩 나이를 먹어갈 수록 그 갭이 적어지게 된다. 그 갭이 가장 크게 느껴지는 건 역시 틴에이지 시절. 초등학생과 중학생, 중학생과 고등학생의 차이는 엄청나다. 물론 고등학생과 대학생도 그 갭이 엄청나게 느껴지지만 그래도 역시 초중고 시기의 1년만큼 크지는 않다. 나도 예전에 나이 차이가 꽤 많은 사람을 만난적이 있는데, 그때는 내 나이가 20대라 그런지 30대의 그 사람과 별로 나이차를 못느꼈었다. 근데 생각해 보면 그 사람이 초등학교에 다닐때 난 젖먹이였단 결론을 내면...이거 장난 아닌 걸, 이런 생각이 들어 버리는 것이다.
『상자 속 고양이』표지에 보이는 고교생과 초등학생은 6살 차이가 난다. 어른인 내가 보기에는 고작 6살이지만, 초등학생과 고교생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6살은 60광년정도쯤이나 차이가 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지 않을까.
소심한 고교생 마츠이 카즈오는 등교길에 새끼 고양이가 들어 있는 박스를 발견한다. 불쌍하다는 생각은 들지만 선뜻 손을 내밀지 못하는 카즈오는 옆에서 그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던 초등학생 키타하라의 간섭에 깜짝 놀란다. 무뚝뚝한 키타하라의 포스는 소심한 카즈오의 기를 눌러 버릴 정도였던 것이다. 고양이에 대해 마음을 쓰면서도 학교에 가야했던 카즈오는 하교길에 고양이가 버려진 장소로 다시 향한다. 그곳에 있던 건 삐뚤빼뚤 초등학생의 손글씨 편지. 그 편지의 내용에 따라 공원으로 간 카즈오는 다시한번 키타하라와 만나게 된다. 동물은 못키운다는 키타하라. 하지만 카즈오는 어린 시절 에츠코와 헤어졌던 기억이 떠올라 쉽게 남겨진 고양이를 데려 오지 못한다.
울적한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온 카즈오는 부모님께 고양이를 키우고 싶다 말하고, 다시 공원으로 향하지만 이미 고양이가 들어 있는 박스는 비어있다. 사람들이 모두 데려간 것일까. 하지만 그 순간 다시 나타난 키타하라는 자신의 란도셀 안에 숨겨 놓은 고양이를 카즈오에게 건네주고 도망을 가버린다. 이렇게 아기 고양이를 입양하게 된 카즈오였다.
그후로 카즈오는 자꾸만 키타하라가 궁금해진다. 무뚝뚝하지만 속정이 깊어 보이는 아이. 고양이를 보러 오라는 편지를 남겨두지만 어째 한 번도 안오는 것 같더라니... 어느 날, 카즈오는 자신이 학교에 있는 시간에 늘 고양이를 보러온 키타하라와 딱 마주친다. 처음엔 친해지고 싶은 마음이더니, 언제부터인가 키타하라가 자꾸만 보고 싶어지고, 키타하라의 행동에 두근거림까지!? 그애는 초등학생이라구! 게다가 그애랑 나랑은 6살이나 차이가 난다구! 카즈오는 자신의 마음에 혼란을 느낀다. 한편 학교 선배의 대시를 받고 있는 카즈오는 선배의 태도에 혼란스러움을 느낀다. 혹시 난 그쪽!? 이란 고민을 하는 것이겠지.
이 작품은 카즈오와 키타하라, 카즈오와 선배의 이야기로 나뉘어 진행된다. 초등학생에게 두근거리는 카즈오의 이야기는 어찌 보면 불편한 내용이 될 여지가 많지만, 의외로 그렇지 않다. 아마도 카즈오가 좀 답답한 성격이라 그렇겠지. 맥빠질 정도로 답답한 녀석이랄까. 게다가 소심하기도 하고. 그래서 그런지 그렇게 위화감이 들지는 않는다. 한편 선배와 카즈오의 이야기는 고교생 사이의 이야기라 그런지 좀더 매끄러운데, 선배와의 관계에서 카즈오는 답답할 정도로의 쑥맥에 눈치없는 녀석이다. 선배의 행동은 분명 흑심을 포함하고 있는 부분이 많은데 눈치를 채지 못한달까. 아니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키타하라에 대한 생각만 하고 있으니... 선배와의 관계가 묘하게 흘러가면 흘러갈수록 카즈오는 키타하라에 대해 죄책감을 더욱더 많이 느끼게 된다. 그도 그렇겠지. 선배가 자신을 보는 눈으로, 자신이 키타하라를 보고 있다는 생각을 하면 땅속으로 숨어 들고싶기라도 하겠지. 이렇게 되다 보니 카즈오는 키타하라에게서 스스로를 멀리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는 게 당연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럴 필요도 없이, 키타하라는 전학을 가고 마는데...
이렇게 끝날 수는 없지. 6년만에 키타하라가 돌아왔다. 멋진 고교생으로! 카즈오는 23살, 키타하라는 17살. 키타하라의 나이는 카즈오가 키타하라를 처음 만났을 때와 똑같다. 어느새 카즈오보다 머리 하나는 더 커버린 키타하라, 그리고 더 남자다워지고 더 멋져진 키타하라. 키타하라의 고백은 '두근' 거릴만큼 멋졌다. 와우. 어린 꼬마가 어느새 남자가 되었구나. 6년이나 되는 나이차이라고 생각했지만, 이젠 고작 여섯살 차이이다. 좀더 성장하면 그 차이도 희미해지겠지. 두 사람의 마음만 변하지 않는다면...
번외편인 <그 사이의 6년간>은 없는 게 더 나았을지도. 갑자기 카즈오가 변태로 보이기 시작했다. 다 좋았는데, 이건 아니잖아욧!