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줄은 까맣게 모르고 - 러쉬노벨 로맨스 300
아이다 사키 지음, 사쿠라 사쿠야 그림 / 현대지능개발사 / 2011년 5월
평점 :
품절


아이다 사키의 신간이 나왔다. 음. 표지 그림을 보니 건설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주인공인 듯 하다. 빨간색과 파란색 작업복, 웬지 청실홍실같잖아. (푸힛)

스즈이시 토모야는 얼마전 3중 재난을 만났다. 2년간의 동거, 결혼까지 생각하고 있었던 여자 친구가 자신의 친구와 눈이 맞는 바람에 여자 친구와 친구를 동시에 잃었고, 그때문에 의기소침해 하다가 직장까지 잃었다. 한동안을 술에 절어 보내던 토모야는 거리에서 잠을 자다 한 남자를 만나게 된다. 어른스러운 태도로 자신을 격려해주는 그 사람이 일하는 곳은 근처의 건설현장이었다. 토모야는 카츠라기 슈지라는 이름을 가진 그 남자의 일하는 모습이 너무 남자답고 멋져서 그에 대한 동경을 품고 그의 밑에서 일을 하게 되었다. 그렇게 네 달, 토모야는 육체노동이라곤 해본 적이 없어 아직 서투르긴 하지만 차근차근 일을 배워가고 있는 중이다.

일에 있어서는 귀신이란 소리를 들을 정도로 엄하지만, 한편으로는 토모야에게 자상하게 격려도 잊지 않는 카츠라기. 어느 날 둘은 일을 마치고 저녁 식사를 같이 하게 된다. 둘만 있는 자리가 못내 어색한 토모야였지만, 의외로 소탈한 카츠라기 덕분에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하지만 그날 밤, 카츠라기의 집에서 묵게 된 토모야는 저녁식사를 했던 스낵바의 미츠키가 카츠라기를 찾아와 생떼를 부리는 걸 목격한다. 카츠라기는 미츠키와 사귈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술에 취한 미츠키는 막무가내다. 결국 키스 한 번으로 이 관계를 정리하자는 미츠키의 말을 따르는 카츠라기를 본 토모야는 혹시 카츠라기가 게이가 아닌가 하는 생각에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하지만 알고 보니 그런 쪽은 아니란다.

처음에는 동경이었다. 하지만 미츠키에게 키스하고 있는 카츠라기를 본 자신의 마음이 몹시 심란하다는 걸 깨닫게 된 토모야는 고민을 거듭한 끝에 자신은 카츠라기를 좋아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고백하기로 마음먹는데... 와우, 이렇게 행동력 강한 수도 있군. 토모야는 성질이 급한 편인데, 여기에서도 그런 모습이 다 드러나는구나. 거절을 당해도 혼자서 끙끙 앓는 것 보단 낫다고 생각하는 모습이 꽤나 용감해 보인다. 보통 고백을 할 때는 거절당할 경우 그 사람을 다시는 보지 않을 거란 결심을 하지만, 토모야는 그런 어중간함이 싫은 거였다. 24살이니까 아직 젊어서 그럴지도 모르겠지만...

이런 토모야의 고백을 받은 카츠라기는 당황하고 만다. 하지만 때마침 다시 미츠키가 들이닥치게 되고, 미츠키가 카츠라기에 다시 매달리는 행동을 하자, 토모야는 자신이 카츠라기의 애인이란 폭탄선언을 하고 그에게 키스해 버린다. 푸핫. 정말 용감하구나. 어떻게 보면 참 귀엽기도 하지만, 어떻게 보면 무모하기도 하다. 뭐, 마음이 없는 미츠키와도 키스를 했던 카츠라기니까 토모야와는 좀더 쉬웠을지도... 그도 그럴 것이 카츠라기도 토모야가 계속 귀여웠던 모양이니까.

이렇게 시작된 연애는 알콩달콩 단내 폴폴 풍기면서 진행된다. 같이 밥도 먹고, 영화도 보고 하는 데이트를 하는 건 여느 연인과 다름이 없다. 하지만 토모야가 반년만에 헤어진 여자 친구와 우연히 만나게 되고, 그 여자친구와 바람이 났던 토모야의 친구가 급습하고, 카츠라기의 전 부인이 다시 나타나는 등 이 둘의 애정전선에 갑자기 혼란스러움이 끼어들기 시작한다. 자, 그 다음 전개는 어떻게 될까. 토모야는 아이처럼 징징거리다가 화도 내다가 오해하는 등 혼자 별 망상을 다 하더이다. 사실 이런 갈등은 스토리 자체가 밋밋하지 말라고 넣는 것이긴 한데, 좀 억지스럽다. 카츠라기의 전 부인 이야기는 그닥 억지스럽지 않지만 토모야와 관련된 인물들 이야기가 좀... 도대체 왜 그런 식으로 돌아가는 거지??

음. 아이다 사키의 작품은 아주 재미있거나 별로 재미없거나로 갈린다. 아주 재미있는 경우는 야쿠자, 마피아, 경찰 등이 나오는 경우이고, 별로 재미없는 경우는 이처럼 일반인이 등장하는 경우이다. 그냥 밋밋해져 버린달까.『그런 줄은 까맣게 모르고』의 커플도 알콩달콩 귀엽긴 하지만 공수 캐릭터 모두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다. 에스 시리즈, 데드 시리즈 등 굵직굵직한 작품들에서 느껴지는 스토리상의 짜릿함도 없고, 캐릭터 역시 남자다움보다는 귀여움이 강조되어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육체노동에 종사하는 건축현장의 사람들이 주인공인데 수컷다움이 별로 없다니까. 카츠라기도 수컷 냄새 풀풀 날줄 알았더니, 의외로 양순하더이다.

얼마전 읽었던 데드 시리즈가 정말 강렬한 작품이어서 그런지는 몰라도, 솔직히 이건 별로였다. 만약 다른 작가가 이런 작품을 썼다면 별 네개 정도는 주겠지만, 아이다 사키이기 때문에 별 세개. 하나 감점이다. 즉, 이 작품은 내가 아이다 사키란 작가에 대해 거는 기본적인 기대치에 못미쳤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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