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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밤중의 언터쳐블
로쿠야 사나에 지음, 이주희 옮김 / 인디고 / 2011년 5월
평점 :
품절
로쿠야 사나에. 이 작가 작품은 본 게 하나도 없어서 좀 망설였지만 책 소개 글을 보고 겟!
"안경남들의 격정적인 사랑"에 꽂힌 거지. (푸핫) 현실에선 안경을 쓴 사람은 별로 안좋아하지만, 만화책 속에, 특히 BL만화에 등장하는 안경남들은 좋아한다. 물론 무조건 안경을 좋아하는 건 아니고, 캐릭터에 따라 호오가 많이 갈리긴 하지만.. 여기에 등장하는 안경남들은 나를 매료시킬 수 있을까??
'안경남들'이라고 해서 장편은 아니란 생각은 헀지만, 이렇게 많은 단편이 실려 있을줄이야. 200페이지도 안되는데 총 7편의 단편이 실려 있다. 에휴, 이럴 경우 전개가 급작스러운 게 많아서 심도(?)있는 이야기는 포기해야 한단 결론이 나온다. 물론 아주 짧은 단편에 많은 이야기를 넣을 수 있는 작가도 있긴 하지만, 일단 읽어본 소감으로는 굉장히 만족스럽진 않다.
표제작이자 첫번째 작품인 <한밤중의 언터쳐블>은 리맨물이다. 호오, 좋았어, 처음부터 리맨물!! 회사 상사인 '과장님'과 게이 커뮤니티에서 채팅 상대로 만난 '과장님' 사이에서 갈등하는 신입사원 이야기인데, 이 신입사원, 변신이 대단하시더구만. 푸핫. 완전 순진할 줄 알았더니 그게 가면이었어? 사실 안경 과장님이 공일거라 생각했는데, 의외로 순진무구한 캐릭이었다. 아, 이런 위화감. (개인적으로는 안경이 공인게 좋습니다)
<노래를 부르자>는 교사와 학생 커플인데 제일 마음에 안든 단편이기도 하다. 교사와 학생의 커플링은 아귀만 맞다면 좋아하는 커플링이지만, 이 단편속 교사는 완전 에로변태교사라서. 밥맛.
소꿉친구가 고교졸업반이 되어 만난 <그 손을 놓지 않아>는 너무 짧아서 좀 아쉬웠다. 어떻게 보면 참으로 애틋한 이야기가 될 수도 있었겠지만, 후반부에서 "이런 것도 하고 도망간다는 건가?"에서 빵 터지고 말았다. 푸하하하핫. 뭐, 그렇기는 그렇겠네. 어쨌거나.
전통있는 화과자점의 아들과 화과자의 정령이 등장하는 <GHOST? SWEET?>와 <No Sweet Life>는 특별히 에로에로한 건 없는데 화과자의 정령이 기모노를 입고 등장해서 좀 마음에 들었다. 근데 그것보다는 화과자점을 물려받지 않겠다는 아들의 이야기가 더 흥미로웠다. 일본의 경우 전통있는 가게가 무척이나 많은데, 여기에 등장하는 화과자점도 170여년에 달하는 전통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이 아들은 화과자 장인이 아니라 회사원이 되고 싶은 거지. 예전같으면 가업을 물려받는 것이 당연시 되었겠지만, 요즘같은 세상에 가업이란 이유만으로 물려받고 싶지 않은 사람도 분명히 있겠지. 소년과 정령의 러브라인보다는 웬지 전통있는 가게의 후계자의 고민이 더 마음에 와닿았던 작품이었다.
회사 상사와 부하직원의 이야기인 <Under The Glasses>도 역시나 리맨물인데, 이 작품도 중간에 빵터지고 말았지. 안경착용과 미착용 사이에 엄청난 갭이 존재하는 부하직원을 보면서 두근거리는 상사의 입장은 충분히 이해가 되는데, 러브러브하는데 안경을 착용하고 있는 걸 보면 역시 웃기단 말야.
크리스마스를 소재로 한 두 편 중 하나인 <RingRing 크리스마스>는 산타와 루돌프(물론 변장한)의 이야기인데, 안경착용 루돌프에서 빵터졌다. 근데 그것 외에는 별로였어. 그러나 <Surprise Xmas>의 경우엔 맘에 쏙 들었다. 12살 차이가 나는 의붓형제의 이야기인데, 형이 굉장한 전략가더구만. 동생만 형을 열렬히 짝사랑하고 있는 줄 알았더니, 13년동안의 그 모든 것이 형의 계획이었다니. 그래 놓고 수가 되는 형아는 뭐냐!? (푸하하하하핫)
전체적으로 보면 굉장히 가벼운 작품이 주가 된다는 걸 알 수 있다. 그리고 내가 예상한 것 과는 달리 안경공과 안경수의 비율이 2 : 5. 안경수의 비율이 월등하게 높다. 난 안경공이 좋은데. 그도 그럴 것이 게임 귀축안경에서도 안경착용시에 귀축캐릭터가 되고 엄청난 카리스마를 발휘하기 때문에 내 머릿속에선 안경 = 공의 공식이 이미 성립되어 있기 때문이다. 고건 좀 아쉽지만, 의외의 반전이 많아서 재미있기도 했다. 영락없는 공의 이미지인데, 알고 보니 수인 경우가 종종 나왔기 때문이다. 이 단행본에는 너무 많은 단편이 실려서 급전개가 많이 보였는데, 이 작가의 장편은 어떠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