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리빵 4
토리노 난코 지음, 이혁진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11년 5월
평점 :
품절


일본 토호쿠 지방의 이와테현, 그곳의 한 베드타운에 거주하는 작가가 그려내는 자연주의 만화 제 4탄!『토리빵』3편은 여름에서 가을의 이야기를 담고 있어서 텃밭 가꾸기와 곤충관찰일기가 주된 소재였다면, 4편은 본격적인 들새 이야기이다. 겨울은 시베리아나 중국 아무르강 유역에 서식하는 새들이 겨울을 나기 위해 일본으로 찾아 오는 시기이기도 하고, 철새가 아닌 텃새들도 먹이 부족에 시달리는 시기이기 때문에 모이터가 한시적 개장을 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4권까지 읽고 계절에 따른 내용이 다른 걸 파악한 1人입니다.) 4권의 구성 역시 4컷만화와 2~3페이지 내외의 짧은 만화로 구성이 되어 있어 엄청난 양의 에피소드가 잠복하고 있다.   

본가와 가까운 곳에 작업장을 얻은 작가는 겨울이 되자 모이터 새단장에 나섰다. 여름에서 가을까지는 먹이가 풍부한 시기이므로 일부러 먹이를 주지 않아도 되지만 겨울에는 먹이가 부족하므로 찾아오는 새들에게 먹이를 공급하는 것이다. 하지만 신장개업(?)인 참이라 처음에는 한동안 파리만 날렸다고... 하지만 금세 소문이 나서 작업장 모이터에도 많은 새들이 날아오기 시작했단다.

처음엔 텃새인 참새가 날아오기 시작했고, 그후엔 츠구밍들 (본가의 츠구밍과 다른 개똥지빠귀 무리로 뉴츠구밍이란 이름이 붙음), 히요짱들(직박구리), 물까치를 비롯해 다양한 새들이 작업장 모이터를 찾게 되었다. 그중에는 뉴멤버도 등장. 동박새, 곤줄박이, 쇠박새, 쇠딱따구리, 콩새, 방울새 등이 처음으로 등장했다.



희귀한 철새로는 홍여새와 황여새까지 등장. 이 그림을 보고 빵 터졌다. 소수 정예 무리가 조금씩 옮겨 오는지 몰라도 날이 갈수록 그 수가 증가. 나중에 셀 수 없을 정도로 늘었다고 한다. 원래 일본에서는 보기 힘든 새라는데, 작가님 완전 득템하셨군요. 홍여새와 황여새는 직박구리보다 크기도 작지만 꽤나 호전적이라 먹이터를 독점하는 사태까지. 이렇다보니 히요짱들은 짜증을 츠구밍들에게 풀고 있다고. 불쌍한 츠구밍들. 츠구밍들은 뚱뚱한 개똥지빠귀(데구밍)의 화풀이 상대까지 되어야 하니, 거참...

이들은 모이터가 꽤 마음에 들었는지 3주가 넘도록 모이터 주변을 배회했다고, 덕분에 수십마리의 새들이 아침마다 먹이를 공급하라고 7시부터 울어서 깜짝깜짝 놀라는 일이 다반사였다고 한다. 새가 우는 소리는 한마리만 울어도 꽤 크게 들린다. 그런데 종류도 가지가지의 새들이 한꺼번에 운다고 생각하면... 보는 나야 웃음이 나오지만 당하는 작가님은... 놀랠만도 하겠군요.


 
본가와 작업장의 모이터가 텃새나 철새들이 들르는 편의점과 같은 곳이라면 T마츠 연못은 철새들이 겨울을 나는 중간 기착지인 셈이다. 이곳에서 겨울을 나는 새들은 주로 백조나 오리 종류였지만 이때는 뉴페이스가 특히나 많이 등장했다고. 백조들은 매년 겨울 이곳에서 겨울을 보내고 가기 때문에 사람들이 연못가로 오면 이렇게 등장한다. "먹이를 보급하라, 보급하라." 아, 정말, 작가님의 개스센스덕분에 빵빵 터질 일이 진짜 많다. 태평양 제 7함대란 표현은 어디에서 나왔을꼬. (푸하핫)

이외에도 보기 드문 흑조, 비오리, 댕기흰죽지까지 등장했단다. 이번에는 T마츠 연못 에피소드가 좀 적어서 아쉽아쉽. 

내가『토리빵』을 격하게 아끼는 이유는 단지 작가님의 개그 센스때문만은 아니다. 물론 중간중간 빵빵 웃겨주는 개그 코드도 즐겁지만, 이 작품은 들새 이야기를 하면서 자연과 인간의 관계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잊고 살기 쉬운 것들에 대한 이야기랄까. 보려고 해야 보이는 것들이 있다. 이를테면 야생화가 그런 존재인데, 보고 싶은 사람 눈에만 보이기 때문이다. 들새도 마찬가지이다. 새들은 대개 예민하고 조심스럽기 때문에 사람들 눈에 잘 띄진 않지만 늘 우리곁에 있다. 우리는 늘 땅을 보고 걷기에 나무나 전깃줄에 앉은 새들을 못보고 지나칠 뿐이다. 작가님이 일부러 다른 사람들에게 저기 오색딱따구리가 있어요, 라고 말하지 않는 이유, 난 알것 같아. 그런 보배로움을 모르고 지나치는 사람들에게 굳이 일러줄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보고 싶은 사람은 찾을 것이고, 그럼 보게 될 것이니까.  


 
철새들은 몇천킬로미터를 날아서 온다. 목숨을 걸고 비행을 하는 것이다. 그런 새들에게 작가님의 모이터는 겨울에 이곳을 찾는 새들에게 훌륭한 쉼터이자 먹이터가 된다. 때론 귀찮을 법도 한데 자신의 돈을 들여 모이터를 만들고, 먹이를 사고, 하루에도 몇번씩이나 먹이를 공급해주는 작가님의 마음은 한없이 따스하게 느껴진다. 특히 위의 글을 읽으면서 가슴이 찡해졌달까.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철새도래지가 몇군데에 있다. 하지만 그런 새들이 귀찮다고 농약묻은 모이를 던져주거나 조류독감의 위험이 있다고 죽임을 당하는 새들이 정말 많다. 일년내내 그곳에 있는 것도 아니고 겨울을 나기 위해 목숨을 걸고 날아오는 새들에게 너무 박정한 것 아닌가 싶을 때도 많다. 또한 철새를 보겠다고 떼거리로 몰려와 와글와글 떠드는 사람들때문에 새들이 편히 쉴수도 없고, 때로는 철새들의 중간 기착지가 개발로 인해 파괴되기도 한다. 그런 곳에는 철새들의 더이상 날아들지 않는다. 그렇게 우리나라를 찾지 않는 철새도 많아졌다. 

난 직접 철새 도래지를 찾아간 적은 없지만 티비에서 가창오리의 군무에 입을 다물지 못했던 적이 많다. 가창오리처럼 많은 수가 우리나라를 찾는 경우도 있지만, 때론 몇마리 안되는 철새들이 오기도 한다. 앞으로는 목숨을 걸고 우리나라를 찾는 철새들이 마음 편하게 쉬다 갈 수 있으면 좋으련만... 그리고 우리 주변에 살고 있는 텃새들도 인간들에게 위협을 당하거나 위협을 느끼지 않으면 좋겠다. 『토리빵』을 읽다 보면 늘 그런 생각을 하게 된다.

사진 출처 : 책 본문 中(64+69+70+72p, 21p, 60+92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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