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B.L?!! 1
마츠모토 토모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11년 5월
평점 :
품절
아하하, 이거 참. 부녀자(腐女子)들을 낚기 딱 좋은 제목이로구만. 나도 첨에『B·L?!!』이란 제목에 혹해서 이 책을 살펴보게 되었으니 말이다. 근데 이 작품의 B·L은 boy's love의 BL이 아니라 ボーズラブ(BOUZ LOVE)의 BL이다. 우리말로 하면 스님의 사랑쯤이라 해석된다.
그렇다. 표지 왼쪽에 가사를 입고 있는 등장인물이 바로 스님이다. 겉으로 보기엔 좀 날라리 스님삘이 좀 나긴 하는데, 일본에선 종파에 따라 결혼을 할 수 있는 스님도 존재한다고 하니, 뭐 이런 스님도 있을 수 있겠다 싶다. 그리고 대를 이어 절을 물려받는 경우도 있는데, 바로 이 작품 속에 등장하는 아쿠칸사가 바로 그런 절이다. (세습스님이라고 하면 되려나? 만약 대를 잇지 않으면 절에서 더이상 살수 없다고 한다)
표지 오른쪽의 선머슴같은 캐릭터는 이미 첫장부터 정체가 뽀록났다. 아니지, 표지 띠지부터 '중대한 비밀' 운운하고 있으니 표지부터 정체가 뽀록난 셈이지. 이게 순정이라면 저건 분명히 남장여자 혹은 중성적인 여자란 소리다. 게다가 편집부가 친절(?)하게도 목차밑에 "여주인공 하루카의 성(性)에 대한 비밀" 어쩌고 저쩌고 하면서 적어 놔서 초장부터 김빠졌다. 어이, 이런 건 반칙아닌가.
본문을 읽어보니 굳이 비밀이 어쩌고 저쩌고 할 것 없이 바로 들통나두만. 차라리 독자에게만 남장여자 혹은 중성적인 외모의 여주인공이라 확실히 밝혀 놓고, 작품 속 다른 사람은 눈치채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주지 스님만 눈치챈다는 설정을 했으면 납득하기 더 쉬웠을지도. 근데 이건 초장부터 비밀운운 하더니 몇 장 넘어가지 않아 게임오버~~~ 하루카에 대한 신비감이고 나발이고 하나도 없단 말이다.
어린 시절의 인연으로 주지인 마키 준고를 동경해 온 오우치 하루카가 금녀의 집인 아쿠칸사에 식객으로 들어가면서 시작되는 이야기는 딱히 흥미로운 점이 없다. 이미 주지는 하루카가 누군지 다 아는 눈치인데, 하루카 혼자 전전긍긍한달까. 자신이 여자란 비밀이 밝혀질까봐! 푸핫. 벌써 다 뽀록났다니까. 게다가 스님이 마지막에 이르러 갑작스런 번뇌에 휩싸이는 것도 이해가 안된다. 하루카가 5회에서 약간의 변신 - M캐릭에서 S캐릭으로 - 을 하면서 도S인 주지 준고가 하루카에게 휘둘리게 되는 것 같은데 그게 납득이 잘 안된다. 일단 준고가 하루카에게 반할 껀수가 하나도 없었잖아.
고학력의 엘리트에 성격 나쁜 주지 스님이 절대로 반하지 않을 타입의 여자한테 반해간다는 이야기가 대략적인 줄거리인 것 같은데, 둘 다 이렇게 매력이 없어서야... 둘이 연애를 하든 결혼을 하든 이미 관심은 물건너 갔단 소리다. 또한 준고의 동생 이야기도 괴상하긴 마찬가지.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화과자점에서 일하는 남편과 별거중의 아줌마를 절로 갑작스레 데리고 오면 어쩔...! 맨날 으르렁거리다 정이 들었다고 해도 이것도 납득이 잘 안된다.
또한 대사 전개도 무척이나 어설프다. 난 만화책이라도 행간의 느낌을 잘 살린 작품을 좋아하는데, 이건 행간이고 뭐고 없고, 꼭 국어책 읽는 배우들이 연기하는 것 같기만 하다. 즉, 매끄럽게 연결되지 않는다는 말이다. 작화도 마찬가지고. 이 작가 꽤 많은 작품을 그린 작가인데, 도대체 다른 작품은 어떻게 그렸는지 궁금하다. 이건 정말 아니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