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늘을 검 삼아 그릇을 배 삼아 - 뉴 루비코믹스 612
히노데 하이무 지음 / 현대지능개발사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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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노데 하임의 책으로 세번째, 그리고 시대물로 세번째로 읽게 된『바늘을 검 삼아 그릇을 배 삼아』는 헤이안 시대를 배경으로 한다.『니혼바시 동반자살』과『꽃이라 하옵니다』는 에도시대 - 카마쿠라 막부 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단편으로 한 편 수록되어 있었지만- 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 단편집이었다면 이 작품은 헤이안 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장편이다. 그러고 보니, 장편도 처음으로 읽는구나.


스미요시다이진묘의 가호로 태어난 헤이쿠로는 손바닥 위에 올려놓을 수 있을 정도로 작은 몸집을 가지고 있지만, 달이 휘영청 밝은 밤이면 보통 사이즈의 인간과 같은 크기로 커진다. 이런 이유때문에 줄곧 저주받은 아이로 손가락질 받으며 성장한 헤이하쿠는 결국 부모의 곁을 떠나게 된다. 헤이하쿠는 바늘을 얇게 두드려 제련한 검과 옻칠을 한 밥그릇을 몸에 지닌채 상경한다. 그곳에서 연줄을 잘 잡아 출세하면 자신을 괄시해왔던 마을 사람들도 더이상 자신과 자신의 부모에 대해 뭐라 하지 않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상경한 헤이하쿠는 귀족 코토히라의 저택을 찾아가 코토히라의 수호무사가 되길 청한다. 그의 작은 몸집과 그의 기술, 그리고 달빛을 받으면 몸이 커지는 걸 본 코토히라의 가족은 헤이하쿠를 신기해 하면서도 좋은 마음으로 받아준다. 하지만 헤이하쿠가 발판으로 삼으려는 코토히라는 뭐 하나 빠진 사내처럼 보이기만 해서 헤이하쿠는 불안함을 느끼게 된다. 그러나 그것이 코토히라의 처세술의 한 방편임을 조금씩 알게 되어 가면서 코토히라의 인간적인 면모에 매력을 느끼게 된다. 

헤이안 시대는 귀족들이 융성한 시대였고 그렇다 보닌 귀족 사이에는 권력을 잡기 위한 암투가 벌어지곤 했다. 코토히라의 가문 역시 왕가의 핏줄을 이은 집안이지만, 외려 그것이 그 집안을 위협하는 요소가 된다. 이쯤되면 친척이고 뭐고 없어진달까. 친척도 적이 되어 버리니까. 사촌인 스케야스와 코토히라의 사이가 좋지 않은 것도 이같은 이유와 무관하지 않다. 늘 엷은 미소를 띄고 세상일에 초월한 듯 보이는 코토히라는 이런 암투에서 자신의 아버지와 동생을 지키고자 한, 어떻게 보자면 발톱을 감춘 매와 같은 사나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코토히라에 점점 반해가는 헤이하쿠는 무슨 일이 있어도 코토히라를 지키겠노라고 마음먹는다. 처음에는 단순히 출세를 위한 발판쯤으로 여겼던 마음이 코토히라 개인에 대한 애정으로 조금씩 바뀌어간 것이겠지. 한편 코토히라의 소꿉친구이자 훌륭한 무장인 야쿠모는 자신이 예전에 오오에다 산기슭에서 거둬온 스테마루에 대해 연민과 애정을 함께 느낀다. 하지만 워낙 단정한 사내라서 그 마음이 연심인줄도 모른다. 자신이 스테마루를 지키기 위해 어떤 행동을 하고 있는지 조금만 생각해 보면 알 수 있으련만... 

스테마루와 관련한 이야기가 이 이야기의 클라이맥스라고도 할 수 있다. 스테마루가 오오에다 산기슭에서 발견된 이유와 스테마루를 지켜주는 수호요괴의 정체를 알게 되면서 가슴이 찡해졌다. 아, 그런 연유가 있었구나. 하여튼 이 일은 코토히라가 숨기고 있던 능력을 표출하게 된 사건이 되었고, 헤이하쿠와 코토히라가 서로의 감정을 확인하는 계기도 되었다. 결과는, 해피엔딩이지. (笑)

음. 이 작품은 헤이안 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보니 재미있는 게 많이 나온다. 카라스 텐구도 나오고, 요괴도 나오고, 음양사 세이메이도 나온다. (세이메이의 경우 이름만 나오지만) 또한 한 편 뿐이지만 와카도 나오고. 이 시대의 복색은 신분에 따른 차이가 커서 그것을 비교해서 보는 재미도 쏠쏠했다. 헤이안 시대의 귀족들의 복장을 보면 품이 넉넉하고 길이가 길어서 저렇게 입고 다니면 심한 바람이 불 때 옷이 풍선처럼 되지 않을까 하는 그런 생각도 하게 된다. 특히 귀족의 복장을 보면 궁궐에 출입할 때 입는 겉옷의 뒷자락은 바닥에 질질 끌릴 정도라서 바닥 청소는 잘 하겠군, 이란 생각도 든달까. 요즘 시대의 옷을 만들면 한 벌 만들 옷감으로 두어벌은 족히 나오겠군, 이란 생각도 든다. 뭐, 귀족들의 화려함을 더하기 위한 옷이니 풍성하게 만들었겠지만... 여기에 여성들은 별로 안나와서 여성들의 복색은 잘 안보이지만 궁궐의 여성들은 겉옷을 열두장 내외로 겹쳐 있었는데, 그 무게만 해도 15킬로그램에 육박했다는...(쿨럭)  참, 근데 귀족들은 우마차를 타고 다닌게 아니었나? 코토히라가 타고 다니는 마차에는 말이 메여있었는데... 겐지 모노가타리를 봐도 말을 타고 다니긴 하지만 수레를 끄는 건 소였는데 말이지..

역시 시대물을 보는 건 즐겁다. 이 이야기의 모티브가 된 것이 일촌법사 이야기라 하는데, 읽어본 적이 없어서.. (일본 동화라고 하는군요) 얼개는 비슷하지만 세부 스토리는 완전히 다르게 전개된다는 것도 이 책의 또하나의 재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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