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루스미야의 신부맞이
야마나카 히코 지음 / 삼양출판사(만화) / 2010년 1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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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오라, 표지를 보니 시대물이 확실하겠고, 제목을 보니 상인의 집안과 관계된 이야기겠구나. 음, 그렇다면 앞에 보이는 저 남자는 상인이란 말이지. 상투를 틀고 있지만 무사와 달리 조금 느슨한 상투로고. 아, 그렇지. 이건 BL인데 아리따운 아가씨가 보인다는 건...!? 옳거니 감잡았으~~

무가의 서자로 태어난 스즈는 자신의 어머니에 의해 본처의 아이보다 더 먼저 태어났단 이유로 혹 본처의 시기에 해를 입을까 여자아이로 성장해왔다. 어린 시절에는 그런 것이 상관이 없었지만 점점 성장해갈수록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의문을 가지게 된 스즈는 어느 날 시장에 나갔다가 불량배들의 위협을 받게 된다. 그때 짠~하고 한 남자가 나타나 스즈를 구해준다. 그날 이후 남자에 대한 묘한 동경이 생긴 스즈는 아버지와 의절하고 남자로 살아가기를 희망하지만, 집안의 빚을 탕감하는 조건으로 마루스미야에 시집을 가라는 명령을 받는다. 혹시 그날 자신을 구해준 남자가 나타나지 않을까 기대했지만, 역시 기대는 기대에 그쳤던가. 하지만 첫날밤 나타난 신랑의 모습을 보고 깜짝 놀라게 되는 스즈였으니...

남자든 여자든 널 갖고 싶었어, 라고 고백해 오는 신자부로. 스즈는 대혼란에 빠지고 만다. 신자부로는 빚 4천냥으로는 마음까지 살 수 없다며 어디론지 자유롭게 떠나도 좋다고 말하는데... 와우, 이 남자 꽤 멋진데. 근데 말이지, 참 배포도 크시구려. 에도 시대에 4000냥이면 엄청난 금액일텐데 말이지. 이게 스즈네 집안의 3대를 대물림한 빚의 액수라고 할 정도로 말이다. 신자부로의 이야기에 잠시 사라졌던 스즈는 전혀 새로운 모습으로 신자부로의 앞에 나타난다. 푸핫. 나 안웃으려고 했는데 미친 듯이 대폭소!

아, 지금도 웃기다. 솔직히 말해서 신자부로가 촌마게를 하고 있는 것도 웃겨 죽겠는데, 이 시기의 성인 남자들은 죄다 상투를 틀고 나오니 전혀 에로하지 않아. 오히려 웃겨서 감상(?)에 방해가 된다. 아무리 멋진 남자라도 푸핫하고 웃게 만들어 버리는 상투 튼 모습에 도저히 적응을 못하겠다. (아마도 앞으로도) 물론 이것이 이 시대의 자연스러운 풍습이란 걸 인정해야겠지만, 인정은 인정이고 적응은 다른 문제니까 말이지.

스즈와 신자부로의 이야기도 재미있지만, 난 스즈를 어린 시절부터 모셔왔고, 성인이 된 후에도 짝사랑하고 있는 쇼타의 이야기가 더 뭉클했다. 신분의 차이때문에 고백 한 번 못해본 채 아씨가 강제 시집을 가는 걸 봐야 했던 쇼타는 어른이 되어 스즈를 다시 찾아온다, 하지만, 쇼타 역시 스즈가 원래 남자였다는 걸 몰랐었으니... 얼마나 놀랐을꼬. 어려서부터 좋아해온 아씨가 남자였으니. 그래도 아씨에 대한 사랑만은 남다른 쇼타였다.

그러고 보면 시대물을 읽다 보면 시대에 희생된 사람들의 이야기가 참 많다. 스즈의 경우 서자로 태어났단 이유만으로 여자 아이로 키워지고, 그것도 모자라 빚탕감을 위해 강제로 시집까지 가야 했으니 말이다. 요즘 세상에선 이런 것이 불합리하기 짝이 없는 일이지만 이 시대에는 이런 일이 빈번했겠지. 하긴 스즈같은 경우는 드물었을테고, 오히려 여성들의 삶이 더 힘들었겠지만 이 작품은 BL이므로, 여기서 정리하겠습니다.

에도 시대 이야기에 이어지는 작품인 <새로운 무기>는 그림만 봤을 땐 형사나 뭐 이런 사람들이 등장하는 줄 알았다. 근데 알고 보니 평범한 리맨물이었다. 뭐, 리맨물이면 내가 좋아하는 이야기니까 후후훗... <새로운 무기>는 칸다 이즈미와 소메야 코우를 각각 중심인물로 삼아 이야기가 진행된다. 일은 끝내주게 잘하지만 사람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는 칸다 이즈미와 어린 시절의 큰 상처가 남아 있는 소메야 코우가 직장 선후배로서 일을 하면서 차곡차곡 관계를 쌓아가는 이야기가 참 좋았다. 뒤에 나오는 요시노의 이야기도 재미있었다. 어떻게 보면 칸다와 소메야가 요시노를 조금은 바꿔 놓았을지도 모르겠네.

내가 좋아하는 시대물과 리맨물을 한 권에서 만나서 참 좋았다. 하지만 조금 아쉬운 건 시대물 이야기가 좀 더 길었으면 한다는 것이었지. 뭐 나름대로 해피해피하게 살고 있는 것 같으니 다행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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