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을 가지고 노는 소녀 2
스티그 라르손 지음, 임호경 옮김 / 뿔(웅진) / 2011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스웨덴 내에서 암암리에 벌어지고 있는 여성인신매매 및 성매매 사건에 대한 조사를 하던 다그 스벤손과 미아 베리만 살해 사건인 엔셰데 사건을 비롯해 변호사 비우르만 살해 사건까지 3중 연쇄살인범의 용의자로 지목된 리스베트를 찾기 위해 세 팀의 조사팀이 꾸려졌다. 한팀은 경찰을 중심으로 하고 있고 또 한 팀은 아르만스키의 팀원, 나머지 한 팀은 잡지 밀레니엄의 미카엘을 중심으로 하고 있다. 각각 수사를 진행하되 아르만스키의 팀원은 경찰과 공조수사를 하게 된다.

경찰팀은 리스베트의 아파트에 살고 있는 미리암 우(밈미)를 심문하며 리스베트에 대해 또다른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된다. 하지만 팀장인 부블란스키가 없는 동안 한스 파스테가 끼어들어 그녀를 모욕하는 발언을 한다. 또한 리스베트와 친분이 있는 여성락밴드 이블 핑거를 찾아가 또다시 난장판을 친다. 도대체 이런 남성우월주의 마초들이란, 정말이지 머리 속이 똥으로만 가득하다. 모욕적인 언사는 물론이고 상대방의 인격까지 침해하는 발언을 하는 그를 보면서 이가 박박 갈렸다. 하지만 그의 방법은 경찰로서는 용인되지 않는 것이다. 경찰 동료인 소니아에겐 빰을 한대 맞고 이블 핑거의 리더였던 아가씨에게 한소리 듣는 걸 보고 속이 후련해지긴 하지만 여진히 화가 난다.

한편 리스베트의 전 직장동료인 니클라스 에릭손은 리스베트에 대한 원한을 가지고 있어 미리암이 돌아와 심문을 받고 있다는 정보를 싸구려 타블로이드 신문에 돈을 받고 팔아 넘긴다. 경찰과 공조 수사도 하겠다, 더러운 돈 좀 벌어보겠단 심산이겠지. 이건 특종 중의 특종이니까. 게다가 여자 경찰인 소니아에게 모든 걸 뒤집어 씌우려는 작당을 하는 걸 보니 속에서 열불이 나더라. 물론 나중에 이 모든 것이 드러나 경찰수사에서도 아르만스키의 회사에서도 잘리게 되지만, 그동안 이 인간이 저지르고 다닌 추접한 짓을 생각하면 정말이지.

흔적도 없이 사라진 리스베트는 이런 일이 벌어지는 동안 무얼 하고 있었을까. 리스베트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숨어 지냈다. 예전 베네르스트룀의 돈을 횡령하는 동안 변장한 신분으로 살아 갔던 것이다. 하지만 자신이 3중연쇄살인 사이코패스 살인마라는 뉴스가 나오고 미리암이 경찰에 심문을 당하고 모욕을 받았다는 것을 알고 슬슬 행동에 나서기 시작한다. 리스베트는 미카엘과는 컴퓨터로 연락을 주고 받으면서 미카엘에게 살라라는 인물의 중요성에 대해 귀띔한다. 여성인신매매 보다 살라라는 인물에 주목하라는 것이다. 미카엘의 입장에서는 뜬금없는 이야기에 당혹해 하지만 리스베트가 헛된 정보를 주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나름대로 살라라는 인물에 대해 추적하기 시작한다.

각각의 팀이 수사를 진행해도 좀처럼 리스베트의 거취가 확인되지 않는 상태에서 미리암이 납치당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미리암의 납치를 목격한 복서 파올로 로베르토는 납치범의 뒤를 쫓아간다. 그 납치범은 맙소사. 예전에 리스베트가 목격한 남자 중 한 사람이었던 것이다. 물론 아직 파올로는 이 남자가 리스베트 사건과 관련되어 있다는 걸 모르지만, 미리엄이 무차별 폭행을 당하는 걸 목격하고 미리엄을 구하기 위해 뛰어든다. 2미터가 넘는 키에 단단한 주먹, 그리고 맷집까지. 파올로와 미리엄은 목숨을 건 사투끝에 이 남자를 물리치고 도망가는데에 성공한다. 그후 파올로의 신고에 의해 발견된 그 창고 근처에서 시신이 발굴되고 리스베트는 용의자선상에서 제외된다.

미리엄과 파올로가 폭행당한 사실을 알게 된 리스베트는 이젠 직접 행동에 나서기로 한다. 이 모든 사건의 뒤에 있는 살라와 결착을 보기로 한 것이다. 리스베트와 살라 사이엔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이기에 이렇듯 서로를 증오하는 것일까. 사실 살라의 정체가 밝혀지면서 난 '헉'과 '헐'이라는 두 가지 감정을 동시에 느꼈다. 이 살라가 리스베트가 말하는 '모든 악'과 관련된 인물이었으며, 리스베트의 과거와 가장 밀접한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살라의 정체를 알고 한 번 놀라서 그런지 금발 거인의 정체가 나왔을 땐 '흠'이란 반응만 나왔다. 리스베트가 13살때 겪었던 일. 그것은 리스베트의 인생을 13살에서 멈춰버린 사건이었다. 리스베트가 제복을 입은 사람과 공공기관에서 일하는 사람에 대해 반감을 가지게 된 이유도 이 일을 통해 밝혀진다. 이것을 보니 리스베트의 반사회적 행동이 납득이 갔다고 할까. 이런 일을 겪으면 당연히 이렇게 될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이 든다. 이 사건은 스웨덴의 사회복지문제도 은근슬쩍 꼬집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만약 그때 누군가가 리스베트의 말만 들어줬다면, 리스베트의 인생이 그토록 외롭고 아프지는 않았을텐데 하는 생각도 든다.

리스베트는 여자를 증오하는 남자들을 증오한다. 리스베트는 이에는 이, 눈에는 눈으로 보복하는 것이 아니라 손바닥이 날아오면 주먹을 내지른다. 리스베트는 먼저 상대를 건드리는 일이 없지만, 누군가가 그녀와 그녀의 주변에 손을 대면 그 상대를 절대 그냥 보내지 않는다. 그렇다고 리스베트가 폭력적인 여성이란 것은 아니다. 주로 해킹을 통해 사회적 매장을 시키는 정도의 일을 하지만 상대가 폭력적으로 나오면 리스베트 역시 폭력으로 대응하는 것 뿐이다. 그게 리스베트의 룰이라고 할 수 있다. 리스베트와 살라 사이엔 해결해야 할 오래된 문제가 있었다. 그것을 위해서라면 리스베트는 자신의 목숨이라도 걸 상태였고, 실제로 그렇게 하기 위해 살라에게로 향했다. 오, 리스베트. 그곳에서 일어난 일을 보면서 그리고 마지막 문장을 보면서 아무말도 할 수 없었다. 이렇게 끝나버리다니.

밀레니엄 2부『불을 가지고 노는 소녀』는 여성인신매매과 연관된 무기밀매, 마약거래에 대한 이야기를 비롯해 스웨덴 사법기관에 대한 비판, 정보를 팔아 넘기는 사람과 그 정보를 이용해 싸구려 가십거리 기사를 쓰는 기자, 리스베트가 과거에 겪었던 사건과 관련해 사회복지전반의 문제에 대한 비판 등 다양한 이야기가 나온다. 하지만 살라의 정체가 드러나면서 솔직히 말해서 너무 많이 앞서나간 것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들었다. 즉 살라의 과거와 리스베트의 과거가 그렇게 연결되는 점이 스웨덴 전체 안보문제와 관련이 있다는 건 너무 황당한 확대처럼 느껴지는 점이 분명있었지만 리스베트에 대한 많은 의문점이 풀렸다는 것, 그리고 그것을 통해 스웨덴 사회의 여러 문제점을 파헤치는 건 무척이나 흥미로웠다. 

하지만 마지막 장면이 너무나도 신경쓰인다. 앞으로 도대체 어떻게 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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