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을 가지고 노는 소녀 1 밀레니엄 (뿔) 2
스티그 라르손 지음, 임호경 옮김 / 뿔(웅진) / 2011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36년전 발생한 대재벌 방예르家의 하리에트 방예르 실종 미스터리가 해결되고, 부정한 기업가 베네르스트룀의 비리에 대한 폭로 기사가 나간지 벌써 1년이 흘렀다. 환상적인 팀웍을 보였던 미카엘과 리스베트 사이에선 로맨스도 진행되었지만 결국 그 로맨스는 꽃도 피우지 못한채 싹으로 시들어 버렸다. 그럼 그동안 리스베트는 어디로 간 것일까. 베네르스트룀의 부정 사건을 파헤치며 그가 은닉한 재산을 몽땅 자기 통장으로 넣어둔 리스베트는 돈에 있어서는 여유가 넘치기 때문에 여러 나라를 돌아다니면서 여행을 하고 있는 중이다. 한동안 스웨덴에서 떠나 있고 싶은 생각도 들었겠지. 첫사랑이자 처음으로 마음을 연 상대에게서 상처받았다고 생각하는 리스베트였으니까 당연하다는 생각이 든다. 

밀레니엄 두번째 시리즈『불을 가지고 노는 소녀』1권은 리스베트의 여행, 그리고 여행에서 돌아와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리스베트의 모습과 또다른 폭로 기사를 준비하는 미카엘의 이야기가 교차되면서 진행된다. 미카엘이 이번에 준비하는 폭로기사는 여성인신매매와 관련한 것이다. 인신매매조직은 점조직처럼 보여 추적하기 힘들고 여성의 성을 사는 남성들 역시 판사나 경찰등의 공무원을 비롯해 기자 등 꽤나 유명한 사람들로 구성되어 있어 이 기사가 나오면 달가워할 인간들이 한둘이 아니란 건 분명하다. 또한 인신매매조직이란 것 자체는 별거 없어 보여도 파고 들면 마약거래나 무기밀매 조직과도 연관되는 등 일종의 화약고나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다. 어쨌든 조직을 건들든 여성을 샀던 사람을 건들든 간에 건드리면 좋은 꼴을 못본다는 거지.

한편, 리스베트의 현재 후견인인 변호사 비우르만은 리스베트에게 이를 박박 갈고 있다. 그도 그럴것이 자신의 손아귀에 넣었다고 생각했던 리스베트가 그런 반격을 해올지 꿈에도 몰랐을테니까. 본인의 잘못은 생각지도 않고, 남탓만 하는 꼴이라니. 이런 인간들이 밖에 나가면 존경받는 사회지도층의 얼굴을 하고 있지. 추접한 인간.

그리고 이번에 역시 흥미로운 인간들이 새로 등장한다. 인신매대단 사건과 관련한 조사를 하고 있는 다그 스벤손이 추적하던 사람중 살라라는 이름를 가진 자가 등장하는데 그와 연결된 사람들이 아주 위험한 인물이란 것이다. 그들 중에는 '아리안 형제단'과 연관된 사람도 있는데 이 '아리안 형제단'은 스웨덴 나치조직과도 관련이 있다. 어쨌거나 살라와 연결된 인물들은 인신매매 뿐만 아니라 무기밀매와 마약밀매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며 그 구심점이 되는 것이 살라란 인물이다. 하지만 살라에 대해서는 정보가 극히 적어 실명조차 파악되지 않고 있다. 이 살라라는 인물이 밀레니엄 두번째 시리즈에서 아주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는 건 분명해 보인다. 

여행에서 돌아온 리스베트는 자신이 자리를 비운 동안의 일을 파악하기 위해 다시 해킹을 한다. 그러다가 미카엘의 컴퓨터를 통해 여성인신매매와 관련한 기사를 보게 되고 다시 다그 스벤손의 자료까지 해킹한다. 그것을 통해 리스베트는 살라라는 이름을 보게 되고, 그후 다그 스벤손과 그의 애인 미아 베리만을 찾아간다. 리스베트는 왜 이들을 찾아간 것일까. 그러나 그에 대한 해답을 찾을 겨를도 없이 이 두사람은 살해된 채로 발견된다. 그리고 비우르만 역시도 총으로 살해당했다는 것이 밝혀진다. 

아마도 리스베트는 범인이 아니겠지만 범죄현장 근처에서 발견된 총에서 리스베트의 지문이 나와 경찰들은 리스베트를 주용의자로 보고 수사를 진행하기 시작한다. 그들은 리스베트의 과거 기록을 보고 그녀가 사이코패스 연쇄살인마라는 단정을 내리는데... 아, 또 화가 나기 시작한다. 물론 리스베트의 과거 행적이 그녀를 모르는 사람 눈에 좋아 보일리는 없겠지만, 그렇다고 해도 무조건 리스베트를 범인이라 가정하는 경찰들의 행태에 넌더리가 났다. 특히 마초기질이 강한 경찰 한스 파스테와 아르만스키의 회사에서 일하는 니클라스 에릭손의 발언과 생각에 욕지기가 치밀어 오르는 줄 알았다. 갈수록 점점 더 하겠군, 이란 생각이 들었달까. 특히 니클라스 에릭슨은 리스베트에 대해 심한 반감을 가지고 있는 자이기 때문에 파스테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을 듯 싶다. 

경찰은 리스베트를 치료했던 정신과 의사와의 면담을 통해 그녀가 반사회적이며 아주 위험한 인물이라는 증언을 얻는다. 하지만 미카엘이나 아르만스키는 리스베트에 대해 전혀 다른 발언을 해 경찰은 혼란스럽다. 하여튼 경찰이나 검찰이나 어떻게든 껀수 하나 건지려고 발버둥치는 꼴이 보여 슬슬 짜증이 치밀어 오른다. 그건 역시 한스 파르테때문에 더해졌지. 이 인간은 완전 남성우월주의자 마초다. 재수없는 인간의 표본되시겠다. 하지만 경찰이 용의자를 확보, 수사를 진행하는데도 불구하고 리스베트의 머리카락하나 찾을 수 없는 상태가 된다. 그녀가 살던 아파트에는 밈미라는 친구가 이미 살고 있었고, 리스베트의 흔적은 어디에도 없었다. 리스베트, 도대체 넌 어디에 있는 거지? 설마, 아직 그 정체가 무엇인지도 드러나지 않은 야수의 발톱에 이미 잡혀버린 건 아니겠지? 

밀레니엄 시리즈를 읽으면서 느끼게 된 것은 이 작가가 도입부를 아주 길게 쓰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이번에도 마찬가지. 리스베트의 여행을 포함해 리스베트가 스웨덴으로 돌아와 새로운 생활을 하는 부분이 아주 길게 묘사되어 있다. 두번째 시리즈에서 진행될 사건은 후반부에 들어서야 터지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아주 지루한 정도는 아니지만, 좀 긴 게 아닌가 싶은 생각은 든다. 하긴 원래 10부로 생각하고 있었다니 이런저런 이야기가 많이 들어갈 수 밖에 없겠다는 생각을 하면 납득이 되기도 하지만. 

밀레니엄 첫번째 시리즈는 재계와 관련된 사건을 다룬다면, 두번째 시리즈는 인신매매조직을 비롯해 사법체계에 대한 비판을 다룰 모양이다. 형사사건이 발생했으니 당연한 건가? 이번에는 어떤 식의 폭로가 이루어질지 자못 기대된다. 한편 리스베트의 과거에 대한 실마리도 조금씩 풀려 나오고 있다. 그녀가 말하는 '모든 악'이란 것은 어떤 것인지 좀더 지켜봐야 할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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