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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랑제의 연인 - 뉴 루비코믹스 1057
텐젠 모모코 지음 / 현대지능개발사 / 2011년 5월
평점 :
텐젠 모모코는 전에『챠오챠오 밤비노』로 먼저 접했던 작가인데, 그다지 내 취향이 아닌 것 같아어 멀리 했던 작가중 한 명이다. (단 한 권에 운명이 갈린.. 비운의!?) 그렇지만 이 작품은 어른들이 주인공인데다가 뭐랄까 표지부터 달달한 분위기가 풍겨서 호기심이 생겼다. 아무래도 요즘 내게 단맛이 부족했던 모양인지 어떤지는 잘 모르겠지만. 근데 의외로 이거 재미있다! 후훗, 달달하기 그지없지만, 풋풋하기도 한 작품이다.
작은 빵집을 경영하고 있는 아사오 무네노리는 과묵하고 무표정하지만 늘 달콤한 빵을 사가는 단골에게 언젠가부터 신경이 쓰이기 시작했다. 회사원도 아닌 것 같고 그렇다고 학생도 아닌 것 같은 이 사람은 무슨 일을 하는 사람일까. 하지만 섣불리 말은 꺼내지 못하고 지켜보고만 있다. 그러던 어느 날, 아사오는 이 단골 손님이 뜨거운 햇볕 아래를 걷다 쓰러진 것을 목격, 자신의 방에 데려와 돌봐준다. 그렇게 둘의 인연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되었다.
이 단골 손님의 이름은 후지카와 히지리. 스물아홉살의 작가다. 늘 마감에 쫓겨 살다보니 낮엔 거의 좀비처럼 다니지만 아사오가 만드는 빵을 좋아해서 자주 사러 왔단다. 하지만 섣불리 고백할 상대가 아닌 것 같아 마음을 졸이던 아사오는 어느 날 저녁 후지카와의 뜻밖에 말에 고백할 용기를 내게 된다. 이렇게 둘은 연인이 되었다.
이후 이야기는 이들이 연인으로 지내는 시간 동안의 달콤하고 풋풋한 사랑이야기로 진행된다. 둘다 조금은 소심한 성격이라 얼굴 빨개지는 일도 다반사. 어찌나 귀엽던지. 그러면서도 달콤한 말은 잘도 하더이다. 아마도 자신은 그렇다는 걸 의식하지 못하고 말하는 것이겠지만, 그래서 상대에게 더욱더 달콤하게 들리는지도 모르지. 다른 작품과 달리 둘 사이엔 오해로 일어나는 갈등이나 싸움같은 건 전혀 없다. 그래서 밋밋한 스토리가 될 여지도 많지만, 의외로 이 둘의 풋풋하고 달달한 이야기만을 보는 것으로도 충분했달까. 가끔 타나베가 이둘을 짓궂게 놀리는 장면이 나와서 풋하고 웃게 되었지만, 대부분은 므흣한 미소를 지으면서 이 둘의 사랑 이야기를 지켜 봤다.
조금 의외였던 건 후지카와가 사인회에서 자신의 어머니에게 아사오를 소개하면서 보였던 과감한 행동이었는데, 가만 생각해보니 전에 오오사와가 찾아왔을 때 오오사와에게 후지카와를 소개하던 아사오의 대담한 말을 생각해 보면 납득이 간다. 음, 그러고 보면 난 겉으로 보기엔 순진하고 쑥맥같아도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거나 사랑을 표현해야 할 때가 오면 우물거리면서 회피하지 않는 사람을 좋아하는 경향이 있지. 그런 사람이 오히려 늘 말로만 모든 걸 표현하는 사람보다는 심지도 곧고 내면도 강하단 말이야. 이 둘이 바로 그런 타입인 듯. 그래서 이 둘이 이렇게 이뻐보였나보다. (사심 가득!)
번외편 역시 달달하기 그지 없었지. 후지카와 당신말야, 너무 무방비로 달콤하단 말이지. 근데 그게 정도가 넘치지 않아서 진짜 귀엽다구. 아사오가 당신을 그렇게 좋아하는 이유가 납득이 돼. 일할땐 멋지고, 사랑할땐 달콤하고. 아사오 역시 자신의 일에 당당하고, 후지카와를 사랑할땐 다정하고. 이러니 반하지 않을 재간이 있을쏘냐? (근데 내가 더 많이 반해서 어쩌냐고!)
뒤에 수록된 단편 <네이버후드>는 이웃집 사람들의 이야기인데, 알고 보니 고교 선후배 사이였던 두 사람이었다. <블랑제의 연인>을 읽으면서 내 마음이 완전 달콤하게 흐물흐물 녹아내렸던지라 이 둘의 이야기는 무난했다고 할 수 있지. 이들의 이야기도 좀 더 길었으면 더 재미있었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좀 남는다.
『블랑제의 연인』을 읽고 나니 문득 단 것이 땡겨서 집근처에 있는 제과점으로 갔다. 달콤한 무언가를 사고 싶었지만 역시 내가 집어든 건 담백한 빵 몇종류였다. (이런!) 역시 달콤한 건 보는 것만으로 만족해야할 듯. (푸핫)