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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동화 2 - 천년동화 두 번째 이야기
Horang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9월
평점 :
『천년동화』첫번째 이야기에 실린 네작품은 남녀간의 사랑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었다면, 두번째 이야기에 실린 세편의 작품은 그 사랑의 범위가 좀더 확대된다. 그리고 첫번째 이야기와 마찬가지로 순수한 사랑도 있다면 비뚤어진 사랑에 대한 이야기도 있었다.
흥부전을 소재로 한 '개나리'는 남녀간의 순수하고 슬픈 사랑이야기로 각색되었다. 우리가 아는 흥부전을 아무리 요리저리 뜯어 봐도 사랑의 '사'자도 안나오지만, 여기는 사랑이 주된 이야기이다. 흥부와 놀부는 학교 선후배, 그리고 제비는 흥부와 놀부의 사랑을 동시에 받는 여성이다. 다만 원작과 좀 다른 내용이라면 놀부가 못된 인간이 아니란 것이고, 제비가 새가 아닌 사람이란 것이다. 또한 흥부는 자식이 줄줄 딸린 유부남이 아니라 고학생으로 나온다.
어떻게 보면 참 뻔한 사랑 이야기인데 중간중간 삽입되는 요소들이 다른 이야기와의 차별성을 전해준다. 특히 개나리를 머리에 꽂고 자전거로 기차를 쫓아가는 흥부의 모습은 말로 하면 웃긴 장면이 되지만 그림으로 보면 가슴 찡한 장면이 된다. 그 장면이 가장 기억에 남는 건 그외의 이야기는 흔한 사랑이야기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름다운 배경 그림이 이 이야기에 감동을 더해주었다.
콩쥐팥쥐전을 소재로 한 '빈 집'은 팥쥐와 팥쥐 엄마에게 구박받았던 콩쥐가 죽은 후에 원령으로 나타나 이들에게 복수한다는 이야기이다. 결국 팥쥐와 팥쥐엄마는 콩쥐에게 미안하단 한 마디를 못해 콩쥐에게 살해당하게 되는데, 난 솔직히 이 이야기 별로다. 아무리 그래도 미안하단 말 한마디면 용서해줄 수 있다는 콩쥐가 이해가 안된다. 말 한마디로 천냥빚을 갚는다는 건 옛말이지 요즘은 그런게 안통하는 세상아닌가. 고작 몇 푼으로도 사람을 죽이네 살리네 하는 세상이구만. 원전의 콩쥐는 그렇게 착하지 않았단 말이다. 팥쥐젓갈 쪽이 난 훨씬 더 마음에 든다.
마지막 이야기는 춘향전을 소재로 한 '죄와 벌'이다. 고교시절 아이들에게 강간당한 후 버스에 뛰어들어 자살한 춘향의 복수를 몽룡이 한다는 이야기인데, 이 이야기의 경우 사랑을 위해 복수하는 몽룡의 이야기보다는 자기 가족 일이라면 덮어 놓고 믿어 버리는 한 교사의 이야기가 더 흥미로웠다. 또한 춘향의 억울한 죽음에 대해 쉬쉬해버리는 학교측엔 열받아 버렸고, 가장 성질 나는 건 춘향을 그렇게 만든 놈들이 버젓이 살아서 돌아다닌다는 거다. 사실 춘향전 원전도 별로 안좋아하지만, 이런 이야기도 참 불편하다.
전래동화를 현대적으로 각색한 것은 좋은데, 부분적으로 마음에 들지 않는 것도 있긴 했다. 사실 현대판 신파극이라고 보여지는 부분이 꽤 많았기 때문이다. 특히 개나리가 최고봉이었지, 신파로는... 그리고 사회적인 문제를 다루는 면도 좋은데 적당히 다루다가 끝나버린 게 제일 아쉽다. 죄와 벌의 경우, 결국 남성중심의 사회에서 약자로 살아가는 여자들의 고통은 슬쩍 다루고 지나가 버렸으니까. 이런 건 역시 찜찜하단 말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