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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크라이 베이비
키노시타 케이코 지음 / 삼양출판사(만화) / 2011년 4월
평점 :
절판
제목에 베이비가 들어가 있어서『만나게 될 거야, 베이비』후일담인줄 알았다. 그도 그럴 것이 그 작품의 주인공들은 교사와 학생이었고, 학생인 쿠우야가 졸업하는 걸로 끝났기 때문이다. 성인 버전(?)의 이야기인가 했더니, 아예 다른 이야기이다. 아, 그랬다고 실망한 건 아니었고, 이 작품 아주 마음에 들었다. 진짜!
제약회사 영업사원인 타카라이 사토루는 헤어진 연인을 잊지 못하고 방황하고 있는 중이다. 그러다 보니 늘 제대로 된 사람은 만나지도 못한채 늘 하룻밤만의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그러던 중 일관계로 만난 수의사 토도 유스케의 병원에서 웃지 못할 상황이 벌어지게 되고, 그때문에 울컥한 사토루는 유스케에게 자신은 게이라며 유스케를 도발하는 말을 내뱉고 만다. 하지만 유스케는 눈하나 깜빡하지 않고 사뿐하게 사토루의 도발을 무시해버려 사토루는 자존심에 상처를 입고 만다.
그런데도 어쩐 일인지 사토루는 유스케의 병원에 자주 찾아가게 된다. 물론 일 관계로. 그러던 어느 날 하룻밤 상대에게 심하게 얻어맞은 사토루는 유스케를 불러내고 만다. 그후 유스케는 사토루에게 친밀감을 표현하며 매우 다정하게 대해주지만, 사토루는 여전히 난공불락의 요새마냥 가시를 잔뜩 세우고만 있다. 같이 밥도 먹고, 간식도 먹고, 딱히 별 일은 없지만 의외로 마음 편안한 날을 보내던 중 사토루를 또다시 울컥하게 만드는 사건이 발생하고 마는데...
사토루를 보면서 내가 울컥하는 기분을 느끼게 될 줄이야. 여기에서의 '울컥'하는 기분은 화가 나서 그런게 아니라 사토루의 마음이 어떨지 다 보이기 때문에 안타까운 마음에서 생기는 '울컥'하는 마음 때문이었다. 겉으로는 하악질을 하면서도 속으로는 사람의 손길을 그리워하는 고양이같은 사토루. 겉으로는 시니컬한 척, 강한 척 하지만 여리디 여린 사토루. 화내고 짜증내고 때론 무심한듯 행동해도 속으로는 울고 있는 사토루의 모습이 손에 잡힐 듯 보였기 때문이다. 이렇게 예민하고 섬세하면서 겉으로는 아무렇지도 않은 척하는 사토로의 본질을 꿰뚫어 보는 건 늘 싱글벙글 웃고 있는 수의사 유스케 뿐이었다. 유스케는 다정하고 상냥하지만 때론 무심하게 사토루의 상처를 건드려 버리고 후회하기도 하지만, 조금씩 사토루 곁으로 다가가는데 성공한다.
하지만 한발짝 다가섰다고 생각하면 두발짝 물러서는 사토루의 마음을 완전히 얻기에는 시간이 걸릴 수 밖에 없다는 걸 유스케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때로는 강해 보이려 무모한 짓도 서슴지 않는 사토루를 보면서 유스케는 얼마나 가슴 졸였을까. 사랑 따윈 믿지 않는다는 사토루와 그런 사토루를 보듬어 안아주고 치유해주는 수의사 유스케의 알싸하고 달달한 사랑이야기, 그 결말은?
유스케의 동물병원을 찾는 동물들에게 격하게 사랑받는 사토루를 보면서 뒤집어지게 웃다가, 여왕수처럼 도도하고 까칠하고 자존심 강하고 시니컬하고 무표정한 사토루의 겉모습에 숨겨진 울고 있는 아이가 보여 안타까워하다가, 상처받은 마음을 다정하게 어루만져 주는 유스케를 만나 조금씩 그 상처를 치유해 가는 사토루의 모습을 보면서 가슴을 쓸어내리다가, 결국 번외편에서 질투 본능에 눈뜬 사토루의 모습에 키득거리면서 웃어버렸다.『돈 크라이 베이비』는 나를 웃게 만들고, 울리게 만들고, 미소 짓게 만들고, 빵 터지게 만드는 작가님의 스토리텔링 능력에 또다시 감탄해 버린 작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