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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강아지 김치
핫도그 글 그림 / 애니북스 / 2004년 5월
평점 :
품절
어린 시절부터 개나 고양이같은 동물을 좋아해서 언젠가는 꼭 키우고 말테다, 라는 결심을 했었다. 그래서 시골 할머니댁에 놀러 가면 동네개들 호구 조사하고 다니듯이 온동네 개들을 다 쫓아다녔다. 그때만 해도 작은 개는 별로 없었고 대부분 큰개들이었는데, 초등학생이었던 난 그 개들의 이름은 몰라도 도꾸야, 워리야 라고 부르면서 귀여워 했었다. (아마도 그 개들에겐 이름이 없었겠죠. 보통 1년정도면 사라지곤 했으니) 개들은 아마도 날 많이 참아줬던 것 같다. 초등학생이 주물럭거리는데 귀찮지 않을 개들이 어디 있으랴.
그후로도 언젠가는 내 개를 가지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살았는데, 드디어 1995년에 시장에서 만난 조그마한 강아지를 데리고 오게 되었다. 개를 키우는 것이 어떤 것인지는 눈꼽만치도 모르는 내가! 어떤 걸 먹여야 할지, 어떤게 필요할지, 아무것도 모른채 그냥 귀여워만 했었다. 이름은 튼튼하게 자라라고 바우(경상도 사투리로 바위)라고 지었지만, 너무 어린 나이에 어미젖을 뗀 녀석이라 결국 장염으로 무지개 다리를 건너고 말았다. 얼마나 울었던지. 결국 얼마 후 애견숍에 가서 말티즈 한마리를 데리고 오게 되었고, 그녀석이 올해 16살 된 보람이란 녀석이다. 보람이의 이름은 키우는 보람이 있어야 한다는 의미로..(쿨럭) 지어줬다. 그후로 총 5마리를 더 입양, 6마리의 개와 한 사람이라는 대가족을 이루었지만, 2년전 봄 가을이가 18살이란 나이로 무지개 다리를 건너 지금은 총 다섯마리의 개와 함께 지내고 있다.
바우의 죽음 이후, 난 개에 대해 미친듯이 공부했다. 물론 수의사가 될 생각은 없었지만 건강하게 잘 키워야 한다는 생각이 머릿속에 꽉 박혔기 때문이다. 견종도감에서 개를 잘 키우는 법까지 해서 수십권의 책들을 보고 또 보고. 다행히 보람이를 비롯해 다른 녀석들은 큰 질병없이 무난하게 늙어가고 있다. (보람이의 경우 자궁축농증 수술을 했지만 무사회복, 꼬맹이의 경우 간때문에 몇달 고생했지만 지금은 팔팔하다)
음... 책 이야기를 해야 하는데, 개 이야기만 나오면 우리 개들 이야기가 하고 싶어 입이 근질거리는 통에 이야기가 좀 길어졌다. 근데 개 키우는 사람들이면 누구나 다 자기 개들 자랑하고 싶어 못산다. 가족이기 때문이다. (그렇죠, 그렇게 생각하시죠??)
『나의 사랑 김치』에는 하재경씨(필명 핫도그)가 키우던 김치(말티즈)와 장군(시츄)에 관한 이야기이다. 개를 키워본 적도 없고, 개도 좋아하지 않던 필자가 얼떨결에 개를 입양한 후 함께 살면서 일어났던 에피소드들이 빼곡하게 담겨 있다. 특히 김치는 처음으로 입양한 강아지였기에 여러모로 애를 많이 먹었던 모양이다. 그도 그럴것이 그렇게 자주 아팠으니까. 이야기의 1/3은 김치와의 즐겁고 행복한(때로는 애먹었던) 추억에 관한 이야기이고, 2/3정도는 김치의 투병생활에 대한 이야기이다. 선천성 질병으로 희귀병을 앓던 김치를 살기기 위해 백방으로 애쓰던 필자의 모습을 떠올리면 가슴이 몹시 아려온다.
혹자들은 개들에게 뭔 돈을 그렇게 들이나 싶겠지만, 함께 살다보면 가족같아지는 것이 반려동물이다. 뭐라도 해주고 싶은게 또 반려인의 마음이고. 실제 사례를 보면 개를 분양받을 때 쓴 돈보다 병원비 지출이 더 커질 경우 사람들은 두가지 선택을 하게 된다. 첫번째로는 돈은 상관없으니 살리고 보자 라는 입장과 개값보다 병원비가 더 많이 나가니 안락사를 하든 버리자는 입장. 두번째 이유로 안락사 되거나 버리지는 개들이 정말 많다. 하지만 다행히 김치는 좋은 반려인을 많나 이런저런 치료를 많이 받게 되었지만 결국 대수술을 이기지 못하고 무지개 다리를 건너고 만다.
아, 정말이지. 반려동물 관련 이야기 중에 제일 만나기 싫은 부분이 바로 이것이다. 특히 나처럼 개를 키우고 있는 사람들은 정말 남의 일 같지가 않기 때문이다. 우리 개들의 평균 연령은 10세 이상이다. 농담조로 우리집은 개들의 실버타운이라고 말하는데, 이렇다 보니 마음의 준비는 늘 하고 있을 수 밖에 없다. 원래 개의 수명이란 것이 사람보다 턱없이 짧은데다가, 보통 개들의 수명이 15년이라 봤을 때 우리 개들은 그 수명을 넘겼거나 몇 년 앞두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재작년 5월 가을이가 노환으로 무지개 다리를 건넜을 때의 아픔은 두 번 다시 겪고 싶지 않지만, 다섯마리가 더 있기 때문에 언제고 똑같은 크기의 아픔을 다섯번은 더 겪어야 한다는 셈이 된다. 하지만 그게 슬프다고 개를 키우고 싶지 않다거나 하는 마음은 전혀 없다.
필자 역시 김치를 그렇게 아프게 떠나 보냈지만, 그후로도 하루와 생강이란 이름의 강아지를 더 입양했고, 김치와 비슷한 시기에 입양했던 장군이를 포함해 개 세마리와 사람 세명(2004년, 지금은 더 늘었을지도 모르겠네요, 작가님)이 오순도순 살아가게 되었다고 한다.
개를 키운다는 건, 생명을 보듬어 안는 일이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포기해야 할 때도 많고 때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힘겨운 일들과 마주하게 될 때도 생긴다. 하지만 이런 걸 참지 못하고 개를 유기하거나 멀쩡한 개를 안락사시켜달라는 사람도 많다. 그런 걸 방지할 목적에서라도 개를 키우고 싶다는 마음이 생기면 모든 걸 다 고려해 봐야 한다. 진짜 개를 키울 마음의 준비가 되었는지에 대해서 말이다. 그렇지 않다면 개를 키우는 걸 포기하라고 하고 싶다. 하지만 진정한 마음으로 개를 받아들일 마음의 준비가 된 사람이라면 그들이 주는 무한한 사랑의 기쁨과 충만한 행복감을 느껴볼 수 있으리라. 언젠가 깊은 슬픔이 찾아오겠지만, 녀석들이 보여줬던 사랑의 크기에 감사할 날도 오게 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