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컬러 - 뉴 루비코믹스 A03
나츠메 이사쿠 지음 / 현대지능개발사 / 2009년 3월
평점 :
품절


나츠메 이사쿠, 꽤나 마음에 드는 작가이다. 그래서 주기적으로 한 두권씩 구입을 해서 읽고 있는데, 이번엔 드디어 데뷔작을 구매했다. 음, 솔직히 고백하면 데뷔작인지도 모르고 샀다. 근데 알고 보니 데뷔작? 갑자기 횡재한 기분? 하여튼 그렇다. 우연한 발견의 기쁨.

어린 시절부터 집안의 숨막히는 분위기에 눌러 매일매일 공부만 하고 있는 사카모토. 그는 학생아파트에서 자취중이다. 그런 그의 옆집에 사는 이이다 쇼키치는 시끄럽고 눈치까지 없어 사카모토는 그가 매우 거북하기만 하다. 참다 못해 사카모토는 결국 폭발하고 만다. 근데 이거 웬일. 사카모토의 감정이 폭발한 얼마후 쇼키치의 집이 정말로 폭발(?)해 버린 것이다. 갈 곳 없는 신세인 쇼키치는 사카모토의 방에 굴러 들어오게 되고, 사카모토는 짜증이 치밀어 오르기 시작한다.

근데 이거 웬일? 가볍고 시끄럽고 눈치없는 사람인줄로만 알았던 쇼키치의 의외의 일면이 조금씩 드러나기 시작한다. 딱히 다른 목표없이 부모가 정해진 길을 따라 걷던 사카모토에게 있어 사진작가를 목표로 열심히 정진하는 이이다의 모습은 사카모토를 울컥하게 만든다. 제대로 된 길을 가고 있는 그의 모습이 부럽기도 하고 질투도 났겠지.

사카모토와 쇼키치. 겉으로 보기엔 완전 다른 타입의 사람들이다. 그런 그들에게 접점이 쉬이 생길리는 없겠지만 함께 있는 시간이 늘어날수록 조금씩 그들의 거리는 가까워진다. 대개의 사랑이 이런 패턴으로 흘러가지. 그치만 그후가 더 중요한 건 두말하면 잔소리. 서로 자라온 환경도 다르고 사고방식도 다르고 행동패턴도 다르다 보면 분명 삐그덕거리면서 마찰음이 나오는 때도 생기게 마련이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둘은 썩 잘 어울리는 커플이 되어간다. 물론 그걸 인정하기까지는 시간이 좀 더 필요했지만. 특시 사카모토가 자신의 마음을 인정하기까지가 오래 걸렸다고나 할까. 늘 부모의 기대에 맞춰 자신만의 길을 걸어오던 사카모토였으니까. 어쩌면 처음엔 굉장히 혼란스러웠겠다 싶다. 그래서 한동안 이이다와 거리를 둔 것이겠지. 그런 사카모토가 처음으로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는 순간... 솔직히 말해 깜짝 놀라기도 했지만, 가슴이 콩닥콩닥. (내가 고백받는 것도 아닌데, 거참)

그후로 너무나도 솔직한 사카모토의 성격이 드러나기 시작한다. 그게 너무나도 귀엽다는거지. 이이다가 사카모토만 보면 헤벨레~~하는 게 이해가 된다. 알고 보니 사카모토는 엄청 사랑스러운 남자였으니까. 사랑을 하다보면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내비치는 게 싫어질 때도 있다. 뭐랄까, 자존심 상하는 기분이 드니까. 그래서 내숭도 떨고 밀당도 하게 되는데, 이들 사이엔 그런 건 없다. 아마도 공부밖에 모르고 살아왔던 사카모토에게 천진한 성격이 남아 있어서 그럴지도 모르겠지만... 근데 그 솔직함도 질리는 솔직함이 아니라 사람의 마음을 아예 쥐고 흔드는 솔직함이랄까. 이런 거 참 균형잡기 힘든데 말이지.  

BL물을 보다보면 공 캐릭터는 자신의 마음에 솔직한 반면, 수 캐릭터들은 자신의 마음을 숨기기에 급급하고 마음이 아예 없는 것처럼 굴거나, 혼자 별별 망상을 다하면서 자신은 그저 이용당하는 것뿐이라고 비관하는 캐릭터도 많은데, 여기에서의 사카모토는 굉장히 산뜻한 타입이다. 그래서 엄청, 아주 엄청 마음에 들었다. 보통 세메를 좋아하는 나로서는 의외의 감상이랄까. 상콤발랄산뜻한 이 커플의 사랑이야기. 부럽고나~~

사랑을 할 때 서로를 마주 보는 것은 쉬워도 같은 곳을 바라보는 것은 힘들다. 이런 것을 극복하지 못해서 깨지는 커플도 수두룩하지. 사카모토와 이이다는 서로를 바라보는 것을 넘어 서로가 바라보는 세상이 맞닿은 곳을 함께 바라보게 되었다. 물론 그들이 바라보는 세상은 언제가 되어도 100% 겹칠 수는 없을 거라 생각한다. 하지만 서로의 세상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면서 공유할 수 있는 세상은 자신만의 세상보다는 훨씬 넓어지게 된다. 그것이 사랑의 완성도를 높이는 하나의 요소가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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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5-08 20: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짜 나츠메 이사쿠님 좋다니까요~.~ 수 캐릭터가 완전 귀엽습니다! ㅎㅎ
솔직함이 어찌나 매력적인지, ㅠㅠ

스즈야 2011-05-08 21:59   좋아요 0 | URL
데뷔작인데 스토리가 구성이 참 탄탄했어요. 역시 나츠메 이사쿠는 볼수록 매력있는 작가. 주인공들도 현실을 많이 벗어나지 않아서 좋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