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도 그리핀, 위기일발 미스터리랜드 3
노리즈키 린타로 지음, 김미령 옮김, 모토 히데야스 그림 / 학산문화사(만화) / 2011년 4월
평점 :
절판


괴도하면 먼저 떠오르는 인물들은 모리스 르블랑의 괴도 뤼팽, 에도가와 란포의 괴도 이십면상, 그리고 아오야마 쇼고의 만화 명탐정 코난에 등장하는 괴도 키드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신출귀몰한 행동, 변장의 귀재, 그리고 도둑질이라도 그들 나름대로의 신념이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들은 너무나도 매력적인 캐릭터일 수 밖에 없다. 그렇다면 노리즈키 린타로가 만들어낸 괴도 그리폰은 어떤 매력 포인트를 가지고 있을까.

괴도 그리핀은 미국 뉴욕을 무대로 종횡무진 활약하는 괴도이다. 이번에 그가 의뢰를 받은 일은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 있는 고흐의 자화상을 훔쳐 달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있어야 할 것을, 있어야 할 장소>에가 신조인 그리핀은 이 제안을 거절한다. 하지만 의뢰인은 메트로폴리탄에 있는 고흐의 그림은 위작이라며 자신이 가진 고흐의 진품과 바꿔 달라고 요청한다. 그럼 이야기가 다르지. 그리핀은 진품과 위작을 바꿀 작전을 수행하는데, 아뿔사, 이것이 함정이었을 줄이야. 

호오라... 그리폰. 괴도란 당신의 명성에 흠집가게 생겼구려. 괴도라면서 뭐가 이리 허술해!!라고 버럭질을 할 뻔 했으나 그리폰이 취한 대담무쌍한 행동의 의미가 무엇인지 알게 된 후 그리폰에게 조금의 매력을 느끼기 시작했다. 어쨌거나 이 일로 그리폰은 CIA 작전부장의 의뢰를 울며 겨자 먹기로 받아들이고 작전을 수행하기 위해 카리브 해의 보코논 섬으로 향한다. 작전명은 피닉스 작전, 그리고 작전 내용은 보코논 공화국의 패스트라미 장군이 보관하고 있는 토우을 훔쳐내는 것이다.  

이쯤 되면 뭔가 좀 이상해진다. 괴도 이야기인데, 갑자기 웬 정부기관이 등장하고, 괴도가 정부기관의 명을 수행하러 간다니. 결국 괴도의 이야기는 없고, 첩보물이 되어버렸달까. 뭐 그래도 나름대로 꽤 재미있었다. 스파이 + 탐정이 된 그리폰과 상대와의 두뇌싸움, 심리게임이 흥미롭기 때문이다. 특히 저주가 걸린 인형이 주는 심리적 압박감을 상대편에게 안겨주는 장면이 가장 흥미로웠달까. 이 세상에 저주가 진짜로 존재하는지 아닌지는 잘 모르겠지만, 저주란 것은 결국 마음에서 탄생하고 마음을 먹고 자라는 것이기 때문에 저주의 심리적 효과는 '믿음'이 있을 때 극대화된다. 이걸 잘 이용하는 게 그리핀의 수완이었다. 결말부에서 드러나는 피닉스 작전은 분명 웃기지도 않는 목적에서 나온 작전인데, 이런 부분은 은근히 미국 정보기관을 비꼬고 있는 듯 싶기도 하다.

『괴도 그리핀, 위기일발』에서는 우리가 상상하고 있던 신출괴몰한 괴도의 이야기가 주는 매력은 없었지만, 이번에는 괴도가 아닌 스파이이자 탐정 역할의 그리핀의 활약이 자못 흥미로웠다. 또한 책 본문 일러스트도 꽤 재미있었는데, 정말 미국적인 냄새가 났달까. 미국 4컷만화에 등장할 듯한 그런 그림인데 책 내용과도 썩 잘 어울렸다. 

노리즈키 린타로의『잘린 머리에게 물어봐』를 읽은 독자라면(저도 물론 읽었습니다) 저연령층을 대상으로 한 이런 스토리 전개에 다소 실망할지도 모르겠지만, 노리즈키 린타로의 작품에서 잘 드러나는 로직의 매력을 다른 방식으로 느껴볼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 괴도 그리핀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토우를 훔친다는 스토리 자체는 유치할지 몰라도, 구성은 제법 탄탄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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