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왕성 살인사건 미스터리랜드 2
우타노 쇼고 지음, 양수현 옮김, 아라이 료오지 그림 / 학산문화사(만화) / 2011년 4월
평점 :
절판


어렸을 때 시골 할머니 댁에 가면 할 일이 지지리도 없었다. 그래서 사촌들과 함께 산으로 들로 돌아다니면서 도토리나 밤을 줍는 채집(?) 행위도 했지만, 오히려 난 그런 것 보다는 논에 있는 개구리를 잡아 오거나 잠자리를 잡거나 하는 등의 수렵(?) 활동을 더욱 즐겼는데 작은 플라스틱 양동이 한가득 개구리를 채워놓고 좋다고 실실거렸던 기억도 난다. 그게 질리면 나무타기나 바위타기등도 했었고, 겨울엔 비료포대에 짚을 가득 넣고 눈썰매를 타기도 했다. 그런 것도 질리면 뭔가 새로운 모험이 없을까 싶어 눈을 동그랗게 뜨고 찾아다니곤 했는데, 시골인지라 낡은 집이 많아서 저 집에는 귀신이 살지도 모른다는 둥 별별 해괴한 생각을 다했었다. (실제로는 귀신이 아니라 할머니가 혼자 살고 계신 집이었습니다) 마을 중간쯤에는 작고 허름한 집이 하나 있었는데, 그건 흉가라고 밤엔 귀신이 나올 거란 생각을 했었다. 알고 보니 마을공용 상여를 넣어두는 집이었는데, 그걸 알고 더 무서워했던 기억이 난다. 

초등학교 다닐때는 학교 운동장에서 커다란 널판이 하나 나왔는데, 우린 그걸 보고 관뚜껑이나 뭐니 하면서 수군수군대기도 했었다. 사실 알게 뭐냐, 그냥 그렇게 생각하며 학교 전설을 하나 더 만드는 거지. 이외에도 밤중에 이순신 장군 동상과 유관순 누나 동상이 저벅저벅 걸어다닌다는 둥의 학교괴담도 있었지만, 내가 사는 도시에 있는 한 아파트 단지에는 장난전화가 그렇게 많이 오는 곳도 있었다. "내 몸이 타고 있다, 지글지글" 뭐 이런 거. 들어보신적 있죠? 화장터 괴담. 근데 알고 보니 그 아파트 단지가 세워진 자리가 진짜 화장터 자리였단다. 헉. 

어른이 되어서도 여전히 괴담을 좋아하긴 하지만 어릴 때처럼 열광하지는 않는다. 그러고 보면 어릴 때 무서워하면서도 더 열광적인 반응을 보일 수 밖에 없었던 게 어른처럼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아서였던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든다. 행동을 하는 대신 상상을 더 많이 한달까. 물론 관심이 가면 기웃대기도 했지만 상상을 더 많이 한 것 같다. 

하지만 이『마왕성 살인 사건』에 등장하는 아이들은 자신들의 행동을 실천으로 옮긴다. 추리소설이나 이런 걸 좋아하는 아이들이 모여서 <51분서 조사 1과>란 그룹을 만들고 마을 외곽에 있는 한 저택의 비밀을 파헤치기 위한 모험에 나선다. 51분서 조사1과란 5학년 1반 1조를 적당하게 조합해서 만든 것이다. 아이들은 그 저택을 컴퓨터 게임에 나오는 데오도로스 성이라 부르며 그 저택에 관련된 소문의 진상을 파헤치기로 한 것이다. 

처음엔 이 소설의 화자인 쇼타와 KAZ, 옷짱 이렇게 세명이 잠입 성공. 그런데 이게 뭐냐. 들어가서 얼마 되지 않아 좀비처럼 걸어다니는 여자를 목격한다. 이 여자는 아이들을 보고 급히 저택주변에 있는 작은 집으로 들어가버리지만 아이들이 그 건물의 문을 열었을 때 이미 여자는 사라지고 없었다. 이거이거 완벽한 인간소실아닌가! 아니면 혹시 워프? 아이들은 온갖 상상력을 동원한 추리를 펼치지만 딱히 결론을 내릴 수 없다.

얼마후 51분서 조사1과는 여자아이 두 명을 영입, 모두 5명이 다시 데오도로스의 성으로 향한다. 이번에 아이들이 발견한 건 유모차에 태워진 남자의 사체!? 아이들은 너무 놀라 잠시 도망갔다가 다시 그 집의 문을 열어보지만 어라라, 또다시 사라졌다!? 도대체 이 집은 어떤 집이길래 이렇게 오컬트적인 일이 많이 일어나는 것일까. 게다가 남자의 사체를 찍은 사진도 사라지고 없다. 다섯명 모두 헛것을 본 것일까?    

며칠후 이 남자의 사체가 오사카에서 발견되었다는 뉴스가 나오고, 아이들은 깜짝 놀란다. 아이들이 이 남자의 사체를 목격한 시간에 이 남자는 멀쩡히 살아서 오사카 시내를 돌아다니고 있었으니. 이것 참 귀신이 곡할 노릇이로구나. 과연 이 모든 사건의 진상은? 그리고 수수께끼의 저택 데오도로드성에 감춰진 비밀은? 

이 작품은 아이와 어른이 함께 즐길 수 있는 미스터리라는 목적에 맞게 초등학교 아이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하기 때문에 우타노 쇼고의 다른 작품과는 달리 사건자체에는 복잡한 트릭이 없고, 저택 자체에도 끔찍한 비밀은 존재하지 않지만 재미있는 비밀이 숨겨져 있었다. 알고 나서 완전 신기해, 이런 기분이 들었다.

또한 그 또래 아이들의 특유의 반항심리나 상상력을 엿보는 것도 또하나의 재미였달까. 나도 그러고 보면 이 나이 또래였을 때는 하지 말란 것만 골라서 하곤 했던 기억이 난다. 뭐 하라고 하면 "싫어" 소리부터 나왔으니까. 그렇다 보니 아이들의 심리를 묘사한 부분을 보면서 키득거릴 수 밖에 없었다. 저땐 나도 저랬지, 하고 말이다. 그리고 KAZ와 키요미가 사사건건 대립하며 입씨름 하는 걸 지켜보는 것도 재미있었다. 이상하게 어릴 때는 사소한 일에 목숨걸고 입씨름하게 된다니까. 너에겐 웬지 지고 싶지 않아, 라는 느낌이랄까.  

유모차 남자만 등장하지 않으면 아이들의 모험담 정도로 읽힐 책이다. 근데 아이들이 사체를 발견하도록 하는 설정은 좀 무리였지 않나. 평생 유령이 등장하는 꿈에 시달리면 어쩌라고... 에휴. 그래도 아이들이 사건에 대해 나름대로 추리하고 결론을 얻으려 하는 모습이 참 귀여웠다. 그러면서도 묘하게 어른스러운 아이들의 모습에 좀 안타까워지기도 했지만... 특히 " 어른은 상식에서 벗어난 걸 부정하고, 그 때문에 상처 받는 게 아이들의 숙명이야."라고 말하는 KAZ의 말이 묘하게 여운이 남는다. 어릴 땐 다 믿을 수 있었는데 어른이 되면서 신기한 일에 대해서는 믿지 못하게 된 지금의 나를 향한 말 같았으니까. 뭐, 그렇다고 내가 아이들을 상처주는 건 아니지만. (주변에는 아이가 하나도 없다. 하다못해 조카도 없다)

우타노 쇼고의 다른 작품에 비하면 정교한 트릭도 없고, 섬뜩한 동기도 없어 심심하게 느껴지기도 하는 부분이 있긴 하지만, 이 작품이 연령대가 많이 낮춰진 책이란 걸 감안하고 읽는다면 꽤나 재미있게 읽히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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