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혼바시 동반자살 - 뉴 루비코믹스 1049
히노데 하임 지음 / 현대지능개발사 / 2011년 4월
평점 :
품절


나는 기모노에 모에하고, 시대물에 훅 가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표지만 보고 이 책을 골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왼쪽의 검정색 기모노, 그리고 오른쪽의 후리소데. 와우, 표지 정말 예쁘닷! (얼핏 보면 순정만화 삘이 팍팍 나지만, BL입니다. 요즘은 미혼여성만 후리소데를 입지만 에도시대에는 남성들도 후리소데를 입었습니다) 게다가 에도 시대물!!!!

『니혼바시 동반자살』의 원제는 日本橋心中인데, 이 心中이 동반자살이란 의미다. 첨에 이 단어을 만났을 때 엄청 당황했지. 차라리 정사(情死)라는 표현을 쓰면 동반자살이라고 알아먹을텐데, 心中이라는 한자어만 봐서는 당최 뜻을 짐작하지 못했다. 사전을 찾아 보고야 동반자살이란 의미란 걸 알게 되었던 기억이 난다. (참고로 마음 속이라는 뜻은 しんちゅう라 읽고, 동반자살이란 뜻은しんじゅう로 읽습니다) (비슷한 제목으로는 오우기 유즈하의 동경심중(東京心中)이란 작품이 있었지요)

각설하고.
『니혼바시 동반자살』에는 총 다섯편의 단편이 실려 있다. 표제작인 <니혼바시 동반자살>과 <한 송이 비녀와 사랑의 그림>은 니혼바시의 요시초라는 유곽을 배경으로 하는 작품이다. 흥미로운 점은 <니혼바시 동반자살>의 시작은 현대물로 시작한다는 것인데, 전생에 관한 이야기이기 때문일듯. (아~~ 전생, 이런 거 무지 좋아합니다)

시골에서 에도로 상경한 무사 세이에몬은 요시초에서 츠키노스케라는 아름다운 남창을 만나 사랑에 빠지게 된다. 돈이 없는 하급 무사로서는 감히 넘볼 수 없는 상대이지만, 어찌된 일인지 츠키노스케는 세이에몬에게 자신의 마음을 허락한 것이다. 슬픈듯, 안타까운듯 보이는 츠키노스케의 얼굴 뒤에 감춰진 과거는 세이에몬과 츠키노스케의 사랑을 비극으로 이어지게 만든다. 전생에서 이루지 못한 사랑, 부디 현세에서 이루시길...

<한 송이 비녀와 사랑의 그림>은 츠키노스케의 친구인 쿄야와 야나기야의 큰서방님 레이와의 이야기이다. 레이의 정체가 여기에서 매우 중요한 부분이기 때문에 레이의 정체를 말할 수는 없지만, 레이 역시 무척 멋진 남자였다. 쿄야에게 다정하고 자신의 동생을 무척 아끼는 남자랄까. 이 둘의 이야기도 비극으로 끝나버리면 어쩌나 싶었는데, 휴우~~ 다행히 비극은 아니었다.

<요괴변신과 부초괴담>은 제목에 나와 있는 것처럼 요괴가 등장한다. 음, 그리고 에케이란 스님도 등장하는데 이 요괴와 에케이란 스님 사이에서 벌어지는 이야기가 이 작품의 주된 내용이다. 사람을 사랑한 요괴, 요괴를 사랑한 사람의 이야기랄까. 보통 이런 이야기는 비극으로 끝나지만, 다행히 이 커플도 해피엔드~~~ (개인적으로 해피엔드를 사랑합니다)

<도라지 저책의 후리소데 결투>는 무사와 시동의 이야기이다. 에도 시대에는 남색이 유행했었고, 그건 무사들 사이에서도 예외가 아니었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목숨을 거는 남자들의 진지한 이야기에 코믹함이 더해져서 무척 즐겁게 읽었던 단편.

마지막 작품인 <형제의 의리와 시라하마 동반자살>은 에도 시대의 일반인을 주인공으로 등장시킨다. 에도시대라고 하면 일단 먼저 무사가 떠오르긴 하지만, 헤이안 시대가 귀족 문화가 융성한 시기였다면 에도시대는 상인과 평민들의 문화가 발달하게 된 시기이기도 하기 때문에 이들의 이야기가 빠질 수 없다.

어린 시절 한 동네에 살았던 후지헤이와 센스케의 재회로 시작하는 이 이야기는 어린 시절의 의리가 서로에 대한 믿음과 사랑으로 변하는 이야기이다. 너와 함께라면 죽어도 좋다, 랄까. 이런 말을 아무런 고민없이 내뱉을 수 있는 후지헤이의 옆모습이 참으로 믿음직스러웠다. 이 말은 너와 함께라면 어디라도 괜찮다는 의미일테니까.  

솔직히 말하자면, 난 정사(情死)란 것을 매력적이라 생각할 만큼 바보는 아니다. 물론 정사를 하는 사람들에게는 그들만의 이유가 존재하겠지만, 나의 경우엔 그럴 용기가 있으면 어떻게도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기 때문이랄까. 하지만 에도 시대는 좀 달랐을지도 모른다. 무사란 계급에 있던 사람들의 경우 체면을 위해 할복이나 결투를 하기도 했으니까. 정말 목숨을 걸고 사랑을 해야 했을 시기일지도 모른다. 그렇게 보자면 에도시대는 현대와는 다른 로망이 살아 있던 시기일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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