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걸음 물러나 주세요
모토 하루코 지음 / 삼양출판사(만화)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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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토 하루코라는 작가에 대해선 아예 모르지만 이 책을 선택한 이유는 제목이 마음에 들었다는 것과 표지 그림이 무척 인상적이란 것 두 가지다. BL계에 생식하고 있는 작가가 워낙 많아서 난 좋아하는 몇몇 작가 위주로 작품을 선택하긴 하지만 원하는 때에 늘 그 작가들의 작품을 볼 수가 없기 때문에 때때로 이렇게 작가를 무작정 선택해 보는 일이 종종 있을 수 밖에 없다. 그렇게 선택된 이 작품은 내게 어떤 느낌을 남겨주었을까.

타인과 접촉하는 것이 너무나도 고역인 역무원 다나카는 어느 날 우연한 일을 계기로 회사원인 도지마의 관심을 끌게 된다. 서로 간에 딱히 뭐라고 꼬집어 말할 수 있는 일은 없었으니, 도지마 쪽에서 일방적으로 그를 선택한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학창시절 선배가 남긴 마음의 상처때문에 사람들과의 접촉을 극도로 꺼리게 된 다나카는 도지마와 같은 자리에 있는 것만으로도 어색하다. 그런 다나카의 반응에는 아랑곳없이 도지마는 조금씩 다나카의 곁으로 다가선다.

한편으로는 두려우면서도 도지마를 보는 건 좋다. 필사적으로 자신을 방어하면서도 허술함이 많다. 다나카는 그런 캐릭터이다. 그런 반면 도지마는 능숙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나름대로 다나카와의 만남을 리드해 가게 된다. 근데 도지마를 보면서 조금 마음에 안들었던 것은 다나카가 사람들과의 접촉을 무서워한다는 걸 알면서도 조금은 서두르는 기색을 보이는 것이다. 그랬다가 다나카가 더 멀리 도망가버리면 어쩌려고, 이런 생각이 들었달까.

한 걸음 다가서면 두 걸음 물러서던 다나카가 조금씩 그 거리를 좁혀오는 도지마에게 곁을 허락하기 시작하게 되지만 다나카의 마음에 심각한 상흔을 남겼던 기억의 주인공이 우연찮게 등장하면서 다나카는 또다시 겁을 집어 먹게 되는데...

뭐랄까, <한 걸음 물러나 주세요>는 읽으면서 묘한 기분이 들었다. 두 사람 다 말이 너무 없다는 게 가장 큰 문제랄까. 만화란 것이 말이 없으면 표정이나 행동으로 그 사람의 심리를 표현해 내기에 충분한 메리트가 있는 장르지만 이 작가의 경우 아직 작화 부분이 어색한 점이 많아 눈빛이나 표정, 몸짓만으로 충분한 감정이 전달되지 않았다. 그런 데다가 행간의 거리가 너무 멀어서 뭔가 좀 허전한 느낌이 들었달까. 그런 면에서 보자면 빈틈이 많이 보이는 작품이긴 하지만, 그게 또 매력이기도 하달까. 그래서 참 미묘하다.

10년지기 친구 사이에서 싹튼 사랑의 순간을 묘사한 <THINK DRIP> 역시 마찬가지로 <한 걸음 뒤로 물러나 주세요>와 비슷한 느낌이다. 자신의 감정을 입으로 뱉어내면 그 후에 무슨 일이 생길까 두려워 하는 요시노는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지 못해 오해를 사는 다나카와 묘하게 닮아 있다. 그런 반면 미야모토와 도지마는 약간 성급하달까, 그런 면이 닮아 있고. 하여튼 자신의 감정을 잘 표현하지 못하는 사람들 곁에 있으면 애가 타는 건 이쪽이다. (미야모토랑 도지마의 경우처럼)

아직 좀 서투른 스토리와 작화란 생각이 들지만, 따스한 느낌은 충분하다. 앞으로 이 작가가 어떤 작품을 그려낼지는 잘 모르겠지만, 기대해 보고 싶은 작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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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5-04 23: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호. 저도 제목이랑 표지가 마음에 들어서 클릭했더니 스즈야님의 리뷰가!
이번엔 살 작품이 많아서 일단 요건 보류해두겠습니다~
그런데, 그것참, 스즈야님이 말한 그 미묘함, 궁금하긴 합니다 ㅋㅋ

스즈야 2011-05-04 23:49   좋아요 0 | URL
저도 사실 표지랑 제목에 많이 끌리는 편이라 제목이 헐~~ 이런 건 절대 안사요. 부끄러워서.. ㅋㅋㅋ 근데 이건 제목이 시적이라 참 맘에 들었죠.
음.. 그 미묘함... 읽어보시면 납득하실듯. 설명하기 참 미묘한.. (푸핫.. 웬지 말장난같은) 부분이 있거든요.. ^^

2011-05-08 18: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부끄럽다는 말 왤케 공감이 갈까요 ㅋㅋㅋㅋ 정말 너무 자극적인 제목들은 어딘가 콕콕 찔러요 ㅋㅋㅋ

스즈야 2011-05-08 22:02   좋아요 0 | URL
푸핫. 제가 가진 책 중에 가장 그런게 <장교의 젖은 순결>이란 책입니다. 이건 제가 산 건 아니고, BL리뷰 대회 선물이었는데요, 책보자마자 뜨아아아악. 소리가 먼저 나왔다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