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를 보니 리맨물에 표지 그림도 멋져멋져. 슈 카오리나 미나세 마사라는 한 번도 접해보지 못한 작가이지만 일단 도전을 해봤다. 하아~~~, 근데 멋진 건 표지의 수트 간지뿐이었더냐. 삽십대에 접어든 광고 디렉터 아키노는 그동안 너무 열심히 일에 매진해 왔던 탓인지 근래에 들어서는 과거의 정열은 깡그리 잊어버린 듯한 자신의 모습에 자괴감을 느끼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새롭게 부상하는 연하의 크리에이터 쿠라다와 함께 일을 하게 된다. 자신만만함을 넘어 오만해 보이기까지 하는 쿠라다의 모습에 욱하고 뭔가 치밀어 오르는 듯한 기분을 느끼게 되는 아키노. 아키노는 그 기분을 해소하기 위해 한 잔 하러 갔다가 작은 소란을 일으키게 된다. 근데 어라라? 그곳에 떠억 하니 나타난 쿠라다. 작가 후기에 씌어 있듯이 이 작품은 자신의 일에 권태로움을 느끼는 연상과 오만불손한 연하의 이야기이다. 함께 일을 하면서 사사건건 다투기도 하지만 아키노의 경우 그건 연하의 후배가 자신을 치고 올라올 것이란 두려움보다는 자신이 잃어버린 정열을 고스란히 간직한 쿠라다에 대한 질투와 동경이 반반 섞여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런 미묘한 상태는 쿠라다의 과한(?) 정열로 인해 하나의 선을 넘어버리게 되는 계기가 된다. 콘티를 짤 때 강제 -실외 - 하드 - 러브러브의 4단계로 구성했다는데 이 두사람의 관계는 딱 그렇게 진행된다. 솔직히 말해서 광고계에 일하는 남자들의 이야기는 참 좋았지만 역시 난 이 두 사람의 관계가 시작되는 시점이 굉장히 마음에 안들었다. 강제라뉘! 그것도 자신의 상사를. 아마도 이게 현실이었다면 경찰에 연행될 상황이 되겠지만 이건 아무래도 '이야기'이다 보니 그것으로 두 사람의 사이가 부쩍 가까워지게 된다는 설정이다. 그런 설정은 개인적으로 굉장히 싫어하는 설정이므로 두 사람의 러브러브 모드는 과감히 무시, 광고 관련 일을 중심으로 생각하며 읽었더니 그나마 좀 낫더라. 그래도 자신의 기획이 각하당했다고 빼쳐서 고집부리는 쿠라다의 모습을 보는 거나, 그런 쿠라다에게 사정을 하는 아키노를 보는 건 역시 짜증이 치밀었다. 도대체 일을 뭘로 보는 거냐, 쿠라다 꼬맹이. 너 그러고도 27살이냐! 난 일을 못하는 남자도 싫지만, 자신의 능력을 과신하는 남자도 되게 밥맛없다. 쿠라다가 딱 그 모양. 생긴 건 참 멋지지만, 성격이 그 모냥이라서..(쩝) 난 그래서 두 주인공보다 오히려 조연격인 사카키바라 쪽이 훨씬 마음에 들었다. 수트 간지 좔좔 나지, 게다가 멋지게 기른 턱수염하며, 쿨한 성격에 일에 있어서는 맺고 끊음이 확실한 성격. 왜 이 남자가 조연인거냐! 아쉽다, 아쉬워. 분명히 멋진 공이 되었을텐데..... 작화면을 보자면 몇몇 장면에선 마마하라 엘리 분위기가 나긴 하지만 그건 몇몇 장면일뿐이고~~ 나머지는 인체비례가 잘 안맞다거나 신체의 곡선이나 그런 것이 깔끔하지 못해 조금 아쉬웠다. 전체적으로 보자면 나름대로 괜찮은 작화고 캐릭터의 성격을 잘 표현해낸 그림이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