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RRA 테라 : 광포한 지구, 인간의 도전 - 인류의 역사를 바꾼 4대 재난의 기록
리처드 험블린 지음, 윤성호 옮김 / 미래의창 / 2010년 10월
평점 :
절판


 
지난 3월 일본 동북부 지방에 진도 9.0의 강력한 지진과 더불어 처오름 10m의 쓰나미가 덮쳐 수많은 사람들이 사망 · 실종되었고, 원전폭발사고 등 그 여파가 지금도 지속되고 있다. 뉴스를 보면서 보는 것만으로도 공포를 느끼게 한 자연의 힘은 거대했다. 만약 그 지진이 오후에 발생한 것이 아니라 고베대지진처럼 사람들이 모두 잠들었을 때 발생했던 것이라면, 더 많은 사망자가 나왔을 것이란 생각이 들기도 했는데 그나마 낮시간이라 대피할 시간이 있지 않았을까 싶었지만 이번 지진은 근해 지진으로 지진이 일어난 후 불과 10분도 되지 않아 쓰나미가 덮쳐왔다. 그래서 오후에 일어난 지진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희생되었던 것이다.

지진이 빈번하게 일어나 지진대비책이 여느 나라보다 확실한 일본이 대지진과 쓰나미 앞에 속수무책 스러져가는 걸 보면서 무척 가슴이 아팠다. 내가 기억하는 지진만 해도 한신대지진을 비롯해 이란 밤시 지진, 인도네시아 지진, 파키스탄 지진, 아이티 지진, 중국 쓰촨성 지진 등이 있는데. 이 모든 지진이 불과 십몇년 안에 일어난 것이었다. 그 피해 규모는 어마어마했다. 특히 인도네시아 지진의 경우 최악의 쓰나미로 인해 수십만명이 사망하고 10개국이 비상사태에 들어가는 등 최악의 강진 및 쓰나미로 기억되고 있다. 이처럼 자연의 힘앞에서 인간의 존재는 무력하기만 하다. 특히 지진은 지금의 과학기술로는 언제 발생할지 진단조차 불가해 그 피해규모는 엄청날 수 밖에 없다.    

사람들은 이런 자연의 힘을 재앙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이는 지구가 살아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하나의 증거이며, 자연이 악의를 가지고 인간세상을 공격한 것은 아니다. 이는 지구의 지각변동때문에 일어나는 것이지 신의 시험 또한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 그런 지구의 지각변동으로 일어나는 이런 일에 대해 고스란히 당할수는 없다. 그래서 이런 재해를 겪으면서 사람들은 화산이나 쓰나미 발생 감시 시스템을 만들고 대비하기 시작했다. 이 책은 지진, 기상이변, 화산, 쓰나미 피해와 관련한 사례를 보여주고 그후 지질학과 기상학 등 과학의 발달과 더불어 재난방지시스템이 어떤 식으로 발전하게 되었는지에 대해 고찰하고 있다. 

1755년 포르투갈의 수도 리스본에서 대지진이 발생했다. 불과 몇분간의 진동으로 수많은 건물이 무너져내렸고, 곧이어 닥친 쓰나미와 화재에 피해자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리스본은 원래 지진이 많이 일어나기로 유명한 곳이었지만 당시만 해도 지진대책이란 것이 없었다. 석조 건물들은 붕괴되면서 수많은 인명을 앗아갔고, 목재건물들은 불이 붙으면서 대화재를 일으켰다. 이 지진으로 당시 세계 최고의 도시이자 황금의 도시라 불렸던 리스본은 그 형체조차 알아볼 수 없을 정도가 되었다. 

당시의 왕은 리스본을 포기할 생각까지 했지만 폼발 후작이 왕대신 나서서 지진 피해 규모를 조사하고 리스본 재건에 나섰다. 건물은 지진에 견딜 수 있는 건축설계로 지었고, 건물이 무너져도 대피통로가 생길수 있도록 도시 구획을 나누는 등 당시 사회로서는 혁신적인 계획을 수행했다. 

1783년 여름, 유럽에 이상 기상현상이 발생했다. 안개, 폭풍우, 낙뢰, 지진, 화산, 광견병에 걸린 개들, 흑열병의 유행 등을 비롯해 유성의 폭발까지, 세계 종말의 전조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이상한 현상들이 많이 관찰되었다. 이 현상은 아이슬란드의 라카기가르 분화가 8개월 동안 이어지면서 발생한 것이다. 분출하는 화산재가 대기를 덮어 여름에는 짙은 안개가 겨울에는 혹독한 추위가 찾아왔다. 요즘의 온난화와는 달리 지구냉각화 현상이라 불리는 이 현상은 1991년 필리핀 피나투보 화산 분화시에도 발생하기도 했다. 

이 기상이변은 지질학과 기상학 분야를 발전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또한 피뢰침과 기구 등도 이 사건을 계기로 발명되었다. 예전에는 이런 현상들이 신의 징벌이라 여겨졌지만 계몽시대를 거치면서 과학적인 접근이 가능해진 것이다. 물론 지금처럼 정확히 이런 현상을 설명할 수는 없었겠지만, 이런 현상에 대한 연구와 고찰이 근현대 과학 기술의 발달에 밑거름이 된 것은 분명하다. 

1883년 인도네시아의 순다해협에 있는 크라카타우 화산섬이 3개월에 걸쳐 폭발, 결국 화산섬 자체가 사라지는 대폭발로 이어졌다. 화산 폭발은 화산재와 낙석 뿐만 아니라 쓰나미까지 일으켜 수많은 인명피해를 냈다. 크라카타우 화산섬은 폭발로 사라졌지만 대신 아낙 크라카타우 화산섬이 솟아 올라 매년 급속도의 성장을 보이고 있다. 또다시 분화할 시기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1946년의 하와이 힐로 쓰나미에 관해서는 다큐멘터리 채널에서 본 적이 있다. 쓰나미의 전조현상인 바닷물이 급속도로 후퇴하는 현상이 보였지만 사람들은 신기하게만 생각할 뿐 대피할 생각은 하지 않았다. 첫번째 두번째 해일은 비교적 파고가 낮아 사람들은 그다지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지만 그 뒤에 밀려온 쓰나미는 모든 것을 휩쓸어갔다. 힐로 쓰나미는 하와이에 쓰나미 경보시스템을 마련하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하지만 그후 대지진이 발생할 때마다 쓰나미 경보가 울려 사람들은 점점 그 경보를 믿지 않게 되었다. 이번 일본 대지진의 여파로 역시 하와이에 쓰나미 경보가 울렸지만 의외로 파고가 낮아 피해는 없었던 것처럼. 그래서 사람들은 힐로 쓰나미 이후 몇 번 정도는 대피를 했지만 그후에는 쓰나미 경보가 울려도 대피할 생각조차 하지 않거나 구경을 하러 나가는 등 태연자약하게 대처했지만, 1960년 다시 힐로에 대형 쓰나미가 밀려와 수많은 인명피해와 막대한 재산피해를 냈다. 

리스본 대지진의 경우 대지진 이전에도 수많은 지진 피해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대지진 이전까지 별다른 지진 대책을 세우지 않았고, 힐로 쓰나미의 경우 쓰나미 경보 시스템을 마련했음에도 불구하고 잦은 경보때문에 사람들이 경계심이 약해져 또다시 큰 피해를 냈다. 인도네시아 대지진과 쓰나미의 경우 쓰나미 경보시스템조차 마련되지 않은 상태여서 더욱더 큰 피해를 가져왔다. 이번에 있었던 일본 대지진의 경우 근해 쓰나미라서 지진 발생 후 10분도 채 되지 않는 시간에 쓰나미가 덮쳐 많은 사상사를 냈지만, 인도네시아 쓰나미의 경우 몇시간의 피난 시간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경보시스템 자체가 없어서 수많은 사람들이 희생되었다. 이런 경우는 자연의 파괴력 + 인재라고 해야 하지 않을까. 미국 뉴올리언스 허리케인 피해처럼 말이다.  

인간은 수많은 자연재해를 경험하면서 나름대로의 지식을 축적해 왔고 그에 대한 대비책도 세워왔다. 하지만 몇 년이 지나면 금세 잊어 버린다. 인도네시아나 포르투갈의 리스본처럼 지각판이 만나는 곳은 잦은 지진이 발생함에도 불구하고 지진이나 쓰나미에 대한 대책은 거의 없었다. 자연의 힘에 파괴된 도시를 수복하는 것만으로 끝난다면 다음 번에 화산폭발, 지진, 쓰나미가 닥쳤을 때 또다시 막대한 피해를 입게 될 뿐이다.

위에서 본 네가지 사례를 보면 단 한가지만 일어난 경우가 별로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지진과 쓰나미, 화산 분화와 쓰나미, 화산 분화와 기상이변 등 하나의 재해가 발생하면 부수적으로 다른 재해 역시 함께 발생한다. 물론 내륙에서 발생한 지진의 경우 쓰나미같은 것이 발생하지 않지만, 고베한신대지진의 경우에서 볼 수 있듯이 대화재가 발생해 수많은 인명이 희생되기도 한다. 이번 일본 동북지방 대지진 역시 겟센누마시의 경우 대화재로 거의 다 타버렸다. 가스누출과 전기누전등에 의한 것이다. 일본인들은 지진이 발생하면 가스와 전기를 차단하도록 배운다지만 그토록 강력한 지진앞에서 그런 것을 생각할 겨를도 없었을 것 같다. 또한 이보다 더 심각한 것은 원전폭발로 인한 방사능 누출이다. 1986년 발생한 체르노빌원전 사고는 자연재해로 발생한 사고는 아니지만, 여전히 죽음의 도시로 남아있다. 일본 후쿠시마 지방 역시 이렇게 될 가능성이 높다. 이는 도쿄전력의 잘못된 판단으로 사태의 심각성이 더해진 경우인데, 이렇듯 발달된 문명은 자연의 파괴력을 더욱 가중시키는 요소가 되기도 한다. 그래서 자연의 파괴적인 힘 + 인재라고 하는 것이다.

인간은 지구를 정복했다고 여겨왔다. 하지만 자연의 파괴적인 힘앞에선 속수무책일 수 밖에 없었다. 이렇다고 해서 인간들이 자연의 힘앞에 아무런 행동을 취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이런 재해는 지질학 및 기상학 등 자연재해와 관련한 다양한 학문을 발전시켰고, 재해에 대비하기 위한 시스템을 마련하도록 해왔다. 하지만 사람들은 자연의 가공할 힘을 너무나도 쉽게 잊어 버린다. 그리고 자신이 얼마나 위험한 곳에 살고 있는지도 쉽게 잊어 버린다. 물론 늘 그런 생각을 한다면 근심 걱정으로 인해 생활이 어려울 수도 있겠지만, 늘 염두에 둬야 하는 것은 자연의 힘은 너무나도 거대하다는 것과 역사에 기록된 대규모 자연재해 사건들이 준 뼈아픈 교훈을 잊으면 안된다는 것이다.

인간의 힘으로는 자연에 대항하는 것은 힘들다. 하지만 어떤 면에서는 그 재해에 대비할 수 있고, 대처할 수 있기도 하다. 비록 지진의 경우 아직 대책이 없긴 하지만 화산 분화나 쓰나미의 경우, 그리고 지구 온난화로 인한 기상이변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의 대책을 세우고 대비할 수 있다. 안타까운 결론이지만 인간이 지금 할 수 있는 것은 앞으로 일어날 자연재해로 인해 발생할 피해의 규모를 최소한으로 만드는 것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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