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우는 어디로 갔을까? 산하작은아이들 12
이환제 지음, 한상범 그림 / 산하 / 200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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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우는 어디로 갔을까?』 라는 제목을 보면서 제일 먼저 든 생각은 여우의 멸종과 같은 무거운 이야기를 다룬 것이 아닐까 하는 것이었다. 넓은 의미로 보자면 삶의 터전을 잃고 생존을 위협받았던 여우의 이야기니까 그런 의미가 될지는 몰라도 일단 책 내용만을 보자면 조금 더 좁은 의미의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초등학교 5학년인 성구, 태석, 명호는 한동네 친구이다. 이 아이들이 사는 곳은 산골 마을 산야골로 총 6가구밖에 없는 곳이다. 일요일이라고 해도 평일과 다를바 없이 쇠죽을 끓여 소에게 먹이고, 구는 친구들인 태석과 명호와 함께 산토끼를 잡으로 산으로 간다. 눈이 내린 산, 발자국만 잘 찾으면 산토끼를 잡을 수도 있을지도 몰라, 라는 생각을 했지만 산토끼는 커녕 발자국 하나 찾을 수 없었다.

산토끼를 찾다 지친 아이들이 한숨 돌리고 있을 때 덩굴 밑에서 여우가 머리를 쏘옥하고 내밀었다. 아이들은 여우를 보고 나중에 여우가 새끼를 낳으면 데려다 키우자는 약속을 한다. 그까짓 산토끼보다 여우 새끼를 키우면 다들 자신을 부러워 할 것이라고. 이렇게 서로 약속을 한 아이들은 벌써부터 여우 새끼를 키울 꿈에 부푼다.

하지만 그것도 얼마 지나지 않아 마을에 있는 닭들이 습격당하는 일이 생긴다. 마을에 사는 사람중에 성낙이 아저씨란 사람은 총을 가지고 있어 들짐승을 사냥하기도 하는 사람으로 닭도둑을 잡는다고 덫을 여러군데 설치하기 시작했다. 아이들은 평소에도 꿩이며 노루며 산토끼를 사냥하는 성낙이 아저씨가 여우마저 죽여 버릴까 걱정하기 시작하고 여우를 지키기 위한 일을 시작하는데...

아이들은 처음에는 여우새끼를 잡아서 키운다거나 산토끼를 잡아서 키운다거나 하는 생각을 하지만 성낙이 아저씨가 잡아온 노루가 죽은 모습을 본 후 여우도 그렇게 될까 싶어서 여우를 보호하기로 한다. 여우가 나타난 곳을 거짓으로 일러주거나 여우가 멀리 떠나 다른 곳으로 갈 수 있도록 마지막 처방을 내리게 된다. 사실 이 동화의 배경이 된 1950년대를 생각해 보면 야생동물의 소중함은 별로 없었을 것이라 생각된다. 지천으로 널린 것이 야생동물이었을테고, 그중엔 닭을 습격하거나 농작물을 망쳐서 - 지금도 비슷하지만 - 오히려 해가 되는 동물로 여겨졌을 테니까. 그렇다 보니 당연히 해를 끼치는 동물은 죽이는 게 맞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성낙이 아저씨의 경우 재미로 사냥을 하는 사람이다. 산에 올무를 놓고 총으로 동물을 죽여 읍내에 있는 가게에 내다 팔기도 한다. 이런 성낙이 아저씨를 보면서 아이들은 스스로는 잘 깨닫지 못하지만 생명이란 건 함부로 대하는 것도 아니요, 동물이라고 해서 생명이 소중하지 않는 것도 아니란 걸 깨닫게 된다. 비록 여우 한 마리를 보호하기 위해서였지만 그건 다른 야생동물을 보호하는 일도 되었을 것이다. 한자리에 몇 개나 되는 덫을 설치했으니 개구멍으로 드나들던 야생동물은 여우가 아니더라도 뭐라도 걸렸을 테니까. 개호지(스라소니) 역시 이 아이들의 어머니 세대가 어린 시절엔 있었으니 이 당시엔 거의 멸종된 것 같다. 거의 보이지 않는다고 하니까. 이렇게 사람이 알게 모르게 사라져간 야생동물의 수는 얼마나 많을까.

한국 여우는 이미 1960년대에 멸종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당시 쥐약을 먹고 죽은 쥐를 먹은 여우들이 몰살당했다고 알려져 있다. 그래서 나도 한국 여우가 살아 있는 모습을 본 적이 없다. 물론 다른 야생동물도 마찬가지이다. 티비를 통해서 보거나 동물원에서 사육되는 모습을 봤을 뿐이지만 정확히 말하자면 그건 사육동물이지 야생동물은 아니다. 어린 시절엔 노루를 보기도 했지만 워낙 빨라 엉덩이만 봤을 뿐이고, 그외엔 고작해야 딱따구리나 뱀 몇 종류밖에 본 적이 없다. 우리나라는 한국전쟁후 복구를 시작으로한 과도한 자연 개발로 대부분의 야생동물이 멸종되었고, 남이 있는 야생동물도 멸종의 위기에 처해 있다.

남아 있는 야생동물은 겨울에 폭설이 쏟아져 산에 먹을 것이 없어져 민가로 내려왔다가 사람들에게 죽임을 당하기도 하고 고속도로같이 인간이 만든 길을 건너다 로드킬을 당해 허무하게 죽어간다. 또한 유해조수라 지정된 동물들은 가을철 수확기에 덫에 걸려 죽거나 사살당하는 일도 부지기수다. 또한 몸보신에 좋다면서 야생동물을 올무같은 것으로 마구 잡아들이는 통에 애꿎은 동물들이 희생되는 일도 너무나 많다.

이 책의 제목이 단순히 '그때 그 여우가 어디로 갔을까'의 의미를 넘어 한국 야생동물의 오늘을 생각케 하는 데에는 이런 의미가 있다. 호랑이며, 곰, 스라소니, 여우 등 육식동물이 사라진 후 초식동물의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었지만 초식동물은 사람의 손에 의해 죽어가고 있다. 육식동물이 있었으면 자연스레 개체수 조절이 되었겠지만 자연적으로 그러하지 못하니 사람에 의해 죽는 것이다. 특히 고라니의 경우 수확철 유해조수로 많은 수가 사살당한다. 결국 인간이 파괴한 자연에 대한 죗가를 죄없는 동물이 치르고 있는 것이다.

그 많던 야생동물은 어디로 갔을까. 산속 깊은 곳에서 근근히 살아가고 있는 야생동물들을 보호하기위해 더 많은 생각을 해야 한다. 더 늦어 버리기 전에. 그들의 모습을 사진 속에서만 볼 수 있게 되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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