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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리빵 3
토리노 난코 지음, 이혁진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11년 4월
평점 :
품절
토호쿠 지방에 살고 있는 만화가 토리노 난코. 그녀가 독립(?)을 했다. 부모님댁에서 나와 이사를 한 것이다. 뭐 그렇다고 해서 다른 지방으로 이사한 것은 아니다. 겨우 몇 백미터 떨어진 곳으로 이사를 했으니까. 만약 다른 지방으로 이사했으면 토리빵 연재도 끝났을지도.... (汗)
이사한 곳은 집세도 싸고 50평이나 되는 정원이 있다. 이 정원은 곧 텃밭으로 바뀌게 되는데, 그래서『토리빵』3권은 들새들 이야기보다는 텃밭의 채소 가꾸기 및 곤충 관찰기라고 하면 될 듯. 물론 중간중간 폰짱(녹색 딱따구리), 츠구밍(개똥지빠귀)를 비롯 직박구리나 참새, 쇠찌르레기, 때까치, 까마귀같은 들새에 관한 이야기를 비롯 미짱(고양이) 이야기도 나오지만 대개는 텃밭 가꾸기와 거기에 서식하는 곤충들에 관한 이야기이다.
텃밭 가꾸기. 그것도 자신의 정원에서! 현대 도시인들에겐 정말 부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나도 뭐 중소도시이긴 하지만 도시에서 살고 있는데다가 아파트 생활을 하고 있어 마당이 딸린 집만 해도 부러워 죽을 지경인데 텃밭까지 가꿀수 있는 넓은 정원이 딸린 집에서 사는 작가님이 무척 부럽기만 하다. 토마토, 오이, 가지, 주키니 호박, 고추, 피망, 순무 같은 야채류에서 바질이나 파슬리, 민트 같은 허브에 일본에서 많이 재배하는 채소류까지! 어마어마한 종류의 식물들이 작가님의 집 마당에서 자란다. 혼자 살림이라면 많은 양을 심을 필요가 없기 때문에 다양한 식물을 재배할 수 있는 것이다.
자신의 텃밭 이야기에 더불어 부모님댁의 첫 텃밭 가꾸기 일화며 낚시를 가신 작가님의 아버지가 물고기 대신 산채류나 죽순같을 걸 가득 해오신 이야기며 - 죽순을 100kg이나! - 그걸 손통조림으로 만드는 이야기를 읽으면서 작가님은 정말 행복하게 살고 있구나 싶은 생각도 든다. 그렇다 보니 마트에서 야채 사는 게 망설여진다네. 하긴 그렇지. 그래도 집에서 재배할 수 없는 것도 있으니까. 그러고 보면 작가님은 거의 채식 위주의 식사를 하는 것 같은...
여름 한정 우리 시골집 역시 이와 비슷한데 부모님과 나, 이렇게 세명이서 먹을 채소면 충분하기 때문에 오이 2포기, 방울 토마토 3포기, 고추 10포기, 고구마 2줄... 뭐 이런 식으로 심는다. 남는 곳엔 그냥 들깨를 심거나 옥수수를 심고, 집에서 나온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는 텃밭 뒤편에는 호박을 심는다. 그외에는 산채류를 가득 심는데, 반디나물, 참나물, 더덕, 곰취, 곤드레 등이 심는다. 물론 무농약, 무비료. 그래서 여름 한철만 실컷 먹을 수 있는데 금방 따온 야채는 싱싱해서 된장 하나만으로도 밥을 두 그릇이나 비울 수 있다.
앗, 마당 텃밭 이야기로만 이렇게 이야기가 길어졌군. 이번엔 곤충들 이야기를...
휴우.. 난 솔직히 말해서 곤충은 별로 안좋아한다. 다리 없는 거(뱀같은)랑 다리 많은 건 질색인데 다리가 여덟개 이상만 아니면 그냥 대충 참고 넘긴다. 즉 다리가 무지무지 많은 지네같은 건 준 것도 없고 받은 것도 없는데 그냥 생긴 것만으로도 싫다. 그래도 나비나 벌같이 예쁘게(?) 생긴 건 좋아한다. 뭐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겠지만.
전권도 사마귀를 집안에서 키우는 에피소드가 나왔지만 이번엔 호랑나비 유충을 집안에서 키운다. 북부 토호쿠의 겨울은 일찍 시작되고 무척 춥기 때문에 밖에 그냥 뒀다가는 우화가 안될까 싶어 그랬다는데, 역시 나비는 온도를 잘 맞춰주지 않으면 힘들지도.. 겨우 한 마리만 살았다고. 그래도 그게 어딜까 싶다.
그외에도 고양이 얼굴을 하고 있는 애벌레 이야기나 공벌레 이야기, 일본에 사는 다람쥐의 일종인 야마네의 이야기등 다양한 에피소드들이 가득가득하다. 거의 4컷 만화 분위기라서 다양한 에피소드가 있을 수 밖에 없달까. 또한 토호쿠 지방 특유의 날씨에 관한 이야기라든지 여름날 불꽃놀이의 추억에 관한 이야기들이 깨알같은 웃음을 던져 준다.
작가님의 그림을 보면 세밀화는 엄청 세밀하지만 본문 그림은 굉장히 허술해 보이는데 잘 보면 새나 곤충, 채소 등 자연과 관련한 그림은 그 특징을 아주 잘 묘사해내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도감을 보고 그리는 게 아니라 직접 보고 만지고 느끼는 것이라서 그렇겠지. 또한 푸핫하고 웃음이 터지는 에피소드 중간중간 계절의 흐름이나 풍경에 대한 감상을 적은 글과 그림은 한 편의 시화를 보고 있는 듯한 느낌도 준다. 아, 자연이란 이렇구나 하는 그런 느낌이랄까. 그래서 그런 부분을 읽다 보면 가슴이 찡해져 온다. 역시 자연은 너무나도 아름답다, 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3권 부록으로는『막다른 골목에 사는 남자』,『바다에서 기다리다』,『바다의 선인』(본인은 이 3권밖에 못읽었습니다)으로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이토야마 아키코와 작가 토리노 난코의 특별 대담이 실려있다. 파장이 아주 잘 맞는 두 작가님의 이야기 역시 매력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