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리 배트 4
우라사와 나오키 글.그림, 나가사키 다카시 스토리 / 학산문화사(만화)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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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세계 대전이 끝난 후 일본을 찾았다가 조후 선생이 그린 예언이 담긴 만화를 보고 충격에 휩싸였던 케빈 야마가타는 자신이 이 뒷이야기를 그려야 한다는 말을 듣고 다시 미국으로 향한다. 그후 그려진 만화는 일본의 덴쇼년간의 이야기로 두루마기를 옮기는 자에 대한 내용이었다. 그후 그 두루마기는 누구의 손을 거치게 되었을까, 아니면 그대로 잠들어 있었을까. 종전 후 다시 나타난 두루마기의 행방은 묘연해졌고, 그 두루마기를 쫓는 자들은 그 실마리를 얻기 위해 케빈 야마가타를 추적한다.

1960년대의 미국은 가짜 빌리가 번성하고 있다. 케빈 야마가타가 잠적한 지금 척 컬킨이란 작가가 빌리 배트 만화를 그리고 있는 중이기 때문이다. 케빈의 만화는 예언을 담은 내용이라 사람들의 외면을 받지만 척 컬킨은 말 그대로 꿈과 사랑과 환상을 그려내고 있어 사람들을 현혹시킨다. 그로 인해 빌리 랜드란 것이 생겨나고 가짜 빌리는 사람들의 사랑을 더욱 많이 받게 된다.

빌리 랜드에서 빌리 인형옷을 입고 일하는 한 남자. 그 남자 앞에 진짜 빌리 배트가 나타난다. 빌리 배트는 그 남자에게 "이 나라의 영웅이 되지 않겠어?"라고 묻는다. 그렇다면 이 남자는 누구인가. 이 남자는 해병으로 일본에 파견된 적이 있고, 그후엔 소련에 망명했으며 지금은 다시 미국으로 돌아왔다. 국가에 의해 이용만 당하고 있을 뿐 아직 자신이 무엇을 하고 싶은 것인지, 무엇이 되고 싶은 것인지 잘 모른다. 그런 상황에서 "영웅"이란 말이 이 남자의 귀에 솔깃하게 들릴 수 밖에 없었겠지.

이 남자 앞에 나타난 빌리 배트는 흑일까? 대통령 암살로 영웅이 된다는 이야기니까. 반대로 케빈 앞에 나타난 빌리 배트(트렌치 코트)는 백일까? 앞으로 일어난 비극을 예언하니까. 그렇게 보자면 앞으로 날개 달린 빌리 배트가 나오면 악, 트렌치 코트 빌리 배트가 나오면 선이라고 보면 되려나? 근데 케네디가 정말 훌륭하기만 한 대통령이었을까. 쿠바 미사일 위기도 있었고... 솔직히 역사란 작은 것 하나로도 선악이 뒤바뀌어 버리기 때문에 어느 것을 선이고 어느 것을 악이라 규정하긴 힘들지만, 이 작품의 세계관으로 보건대 날개는 악, 트렌치는 선이라 보는 게 나을 듯.

이 남자의 이름이 나왔을 때 뒷 이야기가 대충 어떤 식으로 그려질지 감이 왔다. 중간중간 빌리 배트 만화에 등장하는 이 시대의 이야기는 케네디 대통령 시절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군수업자, 석유재벌, 국가기관의 인물들이 밀당을 하는 모습을 그린 만화 내용는 이것을 확실하게 짚어준다. '암살'을 의미하는 말이 나왔기 때문이다. 앞에선 일본의 이야기가 잠시 나오긴 했어도 결국에는 미국을 배경으로 하는 이야기가 되겠군. 이런 걸 보면 참 묘한 생각이 든다. 역시 일본은 미국을 여전히 껄끄럽게 생각하는군, 이란 느낌이랄까. 좀더 생각해보면 미국에 대해 자국을 피해자라 여기는 마음이 숨겨져 있다고도 볼 수 있겠고.

하여튼, 미국 대통령 암살을 예언하는 케빈의 만화때문에 케빈을 찾아나선 스미스는 간발의 차이로 휘니로부터 케빈을 구해낸다. 케빈이 죽어버리면 뒷이야기가 어떻게 전개될지 모르기 때문일 수도 있고, 어쩌면 케빈이 그려내는 예언 만화를 토대로 뒤이어 올 암흑시대의 문을 막아버릴 수도 있으니까. 하지만 이것이 현대사를 기본으로 하고 있는 만큼 역사 자체를 재편하는 건 힘들지 않을까. 솔직히 말해 이 작품이 앞으로 어떤 전개를 보일지는 모르겠지만, 엉뚱하게 케네디를 살려놓는다거나 하는 건 아니겠지? 그렇게 하기엔 위험부담이 좀 클텐데.... 앞으로 어떻게 되든 슬슬 부담스러워지는 전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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