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 알파 7 - 신장판
아시나노 히토시 글.그림 / 학산문화사(만화) / 2011년 4월
평점 :
품절


여행에서 돌아온 알파를 만나러 온 코코네는 선생님을 통해 자신들보다 한세대전의 모델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다. 과거란, 늘 아련한 그리움을 동반하는 것.

코코네가 살고 있는 무사시노와 달리 알파가 있는 곳은 야트막한 언덕길이나 꼬불꼬불한 숲속길이 존재해 스쿠터를 타고 달리는 동안 금세 변하는 풍경에 놀라게 된다. 무사시노보다 더 자연에 가까운 곳이라서 그럴까, 그곳에 충만한 농밀한 공기는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어준다. 그런 곳이니 알파가 자신도 모르게 잠들어 버린 것일지도 모르지. 

알파가 여행을 떠나기전 불어닥친 태풍으로 반파된 카페 알파는 느릿느릿하게 복구중이다. 간간히 손님이 오긴 하지만 카페 모습이 그렇다고 해도 영업에 영향을 주지는 않는다. 카페알파가 완전한 모습을 갖추었을 때도 손님은 별로 없었으니... 그래서 알파는 느긋하게 카페를 보수한다. 반투명재질의 지붕을 얹어보기도 하고, 발을 쳐서 그늘을 만들어 보기도 하고. 그러는 사이 시간은 조금씩, 그러나 확실하게 지나고 있다.

알파의 모습은 그대로이지만 아이였던 마키도 타카히로도 그새 더 많이 자랐다. 타카히로는 이제 알파보다 키도 더 커지고 어른스러워져 남자 어른이 다 되었구나 싶은 생각이 든다. 운전하는 모습도 멋지고, 알파를 뒤에서 포근히 안아주는 모습도 그렇고. 타카히로도 어른이구나, 이제. 시간의 흐름은 눈으로는 확인할 수 없지만 주변 풍경과 사람들의 모습을 통해 그 흐름이 느껴진다. 만약 알파나 코코네같은 로봇만 있었더라면 이런 느낌을 받을 수 있었을까. 아마도 알파는 주위의 그런 변화를 통해 시간의 흐름을 느끼겠지? 

많이 추워졌다 싶더니 눈이 소복소복 쌓였다. 알파는 눈을 처음 보는가 보다. 신이 나서 강아지처럼 뛰어다니더니 커다란 눈사람도 만들었다. 눈이란 건 금세 쌓이고 금세 사라지는 것. 알파의 기준에서 보자면 인간의 삶 또한 그렇지 않을까. 

봄이 되었을 때 알파는 수퍼 해바라기 씨앗을 심었다. 쑥쑥 자라 대형 해바라기 꽃을 피워 사람들이 구경하러 온단다. 보통 해바라기보다 훠어어얼씬 더 큰 대형 해바라기. 그러고 보면 여기에 나왔던 감이나 밤도 사람 머리보다 더 큰 게 있던데, 이것도 이 시대만의 특징일지도. 

『카페알파』7권에는 태풍으로 파손된 카페알파 복구 작업을 비롯해, 꼬치고기를 데리고 여행을 다니는 아야세도 오랜만에 나왔고, 미사고도 오랜만에 나왔다. 어린 시절의 타카히로를 거쳐 마키앞에도 나타났지만 이젠 마키 앞에도 나타나지 않는 눈치다. 미사고는 아이들 앞에만 나타난다고 했는데, 이제 11살이 된 마키는 더이상 미사고를 볼 수 없는 걸까. 주변을 둘러봐도 더이상 아이는 보이지 않는데, 미사고는 또 한동안 혼자가 되겠구나.

그외에는 비행기를 모는 남자형 로봇 나이가 알파를 보러 잠시 들렀고, 나이와 코코네의 친구인 마루코가 알파를 만나기 위해 잠시 들렀지만 웬일인지 마루코는 알파에게 자신의 이름조차 말하지 않고 다시 무사시노로 돌아간다. 어쩌면 알파가 너무 순진해서 곯려주려는 마음을 바꿨을지도 모르지. 

한편 비행선에서 생활하는 알파 실장은 여전히 밑을 내려다 보고 있다. 아마도 이 알파 실장이 선생님이 말한 알파와 코코네의 언니겠지. 그렇다면 왜 알파 실장은 하늘에서 이들을 내려다 보고만 있는 것일까. 밑에 있었던 시간동안 나쁜 일이라도 있었던 것일까. 여전히 알파 실장의 이야기는 수수께끼 투성이. 

『카페알파』를 읽으면서 늘 느끼게 되는 것은 여기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모두 느긋하게 살고 있는 듯 보여도 시간은 변함없이 흐른다는 것이다. 봄기운이 살랑살랑 전해지는가 싶으면 금세 더위가 찾아오고, 조금 지나면 겨울이 되어 눈이 내리고, 또 조금 지나면 봄이 되고 여름이 된다. 시간의 흐름은 너무나도 빨라 주변은 자꾸만 변해가지만 알파의 모습이 그대로여서 그런지는 몰라도 자칫 신경을 쓰지 않으면 시간의 흐름이 잘 읽혀지지가 않는다. 근데 굳이 이런 시간의 흐름을 읽을 필요가 있을까 싶다. 이 작품을 읽는 순간만큼은 시간의 흐름을 잠시 잊고 그 속에 몸을 맡겨보는 것도 좋을지도...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