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바이 캐러번
쿠사마 사카에 지음 / 삼양출판사(만화) / 2011년 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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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를 보면서 드는 위화감은 대체 어디서 오는 것일까. 분명 예쁜 표지인데, 뭔가 좀 이상하단 말야. 물론 첫번째 드는 위화감이란 평소 BL계에 서식하고 있는 작가 쿠사마 사카에가 남X남이 아닌 남X녀를 표지 인물로 그렸다는 것이겠지만, 그보다는 더 위화감이 드는 건 두 사람의 모습이다. 백마와 발레리나 - 나중에 보니 발레리나가 아니었습니다 - 와 양복을 입은 남자. 도대체 두 사람은 무슨 사이지??? 라는 느낌이랄까. 뭐, 할 수 없지. 책을 보고 판단할 수 밖에.

『굿바이 캐러번』은 BL계에서 독특한 작품을 그려내는 작가로 유명한 쿠사마 사카에의 '순정'만화다. 호오라, 요즘 BL계의 거성 작가들이 종종 순정만화를 내놓는데, 쿠사마 사카에 역시!! 근데 이 작품 정말 마음에 든다. 때로 BL 작품을 그리다가 순정을 그려내는 작가들 중에는 원래 서식지로 돌아가셨으면 좋겠습니다, 라고 생각되는 작가가 많은데 쿠사마 사카에는 순정쪽도 잘 그린다, 란 생각이 든다. ( 개인적으로 그렇게 생각하는 작가로는 미즈시로 세토나, 나카무라 아스미코 등이 있습니다)

여기에 실린 작품은 히라사카 마을을 배경으로 한 기묘한 이야기를 다룬 것과 사랑이란 것을 소재로 한 작품들로 구별할 수 있다. (제 맘대로 그렇게 했습니다) 일단 히라카사 마을을 배경으로 한 작품을 보면 그 중심에는 하라다 시계방과 그곳에 사는 요괴 고양이가 중심이 되는 이야기이다. 귀여운 꼬마애들과 요괴 고양이, 그리고 시계방 주인 아저씨의 이야기가 코믹하게 그려져 있는데, 이 요괴 고양이의 활약이 장난이 아니다. 도대체 이 요괴 고양이는 언제부터 여기에 살던 것일까. 이 부분은 나중에 시계방의 비밀과 더불어 밝혀지는데, 이 또한 하나의 재미를 보장한다. 약속을 지키기 위해 오랫동안 그곳에 머물렀던 고양이의 사연에 찡해지다가, 작지만 묘하게 늙어버린 고양이의 등장에 웃음이 빵하고 터져버렸다.

꼬마애들 편에서는 괘종시계때문에 악몽을 꾸던 아이와 그 아이의 친구의 우정에 마음이 따스해졌고, 금봉이를 찾는 꼬맹이와 그 아이를 지켜주기 위해 선의의 거짓말을 한 오빠의 사연도 흥미로웠다. 근데 역시나 마지막은 빵터지게 만드는 작가님의 센스는 최고. 자칫 무거워질 수 있는 이야기를 코믹함을 덧붙여 자연스럽게 풀어나간달까. 아, 역시 쿠사마 사카에.

음. 사랑이야기는 그다지 좋아하지는 않는데 쿠사마 사카에의 사랑이야기는 마음에 쏙 들었다. 삼촌과 조카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인 <오늘은 일진도 좋고>는 어린 시절의 나를 살짝 떠올리게 하는 작품이었는데, 역시 나와는 좀 다르다. 외삼촌을 무척이나 좋아했지만 역시나 가족애라고 판명난 나와는 달리 여기에 등장하는 조카는 삼촌을 남자로 좋아한다. 하지만 삼촌의 마음에는 다른 누군가가 깃들어 있었는데... 자칫하면 근친상간물이 될 뻔 했지만, 교묘하게 근친상간의 모든 조건을 빗나가는 설정으로 두 사람의 해피엔드를 약속하는 작품.

<MONEY MONEY MONEY>는 키 큰 여학생과 키 작은 남학생 커플이 등장하는데 언뜻 생각하기엔 부조화스럽겠구나 싶어도 엄청나게 잘 어울리는 커플이었다. 여기에 남학생이 짊어지고 살아 가는 가족사의 무게도 가미. 사랑 이야기 + 가족 이야기. 이것도 참 좋았다.


 

뜨아아아~~ 갑자기 호러물로 바뀐 줄 알았다. 이 그림은 <굿바이 캐러번> 속표지인데, 분위기 완전 반전. 남자의 표정도 어떻게 보면 공포에 질린 것 같고, 대체로 여자가 저런 자세로 있는 건 유령일때가 많잖아. 그래서 난 호러물인가 싶었다. 앞에 나온 히라사카 마을 이야기의 경우 괴담 분위기가 많이 났었고.. 근데 알고 보니 서커스단원이어서 이런 자세가 나왔다나 뭐라나. (작가님, 깜짝 놀랐습니다!)

<굿바이 캐러번>은 서커스단원 여고생과 남학생의 이야기이다. 늘 순회공연을 하기 때문에 한 달 정도 다른 학교로 전입하게 된 서커스단 여고생이 마음에 둔 남자애는 다른 여학생을 짝사랑한다. 하지만 상대 여학생은 눈도 꿈쩍안한다는 거~~ 환상은 아름답지만 행복을 보장해주진 않는다. 때론 환상도 깨줄 필요가 있는 법. 그래야 마음이 훨훨 멀리 날아갈 수 있으니까. (속표지는 좀 무서웠지만 스토리는 무척 아름다웠습니다)

<아틀란티스로부터>는 작가의 원래 서식지 분위기를 아주 조금 맛볼 수 있는 작품(작가의 BL계 작품을 읽지 않은 사람의 경우)이다. 작품속의 아틀란티스가 이런 뜻이었구나... 오래전 츠키오카가 자신의 물음에 대해 답한 것의 의미를 이제서야 깨닫게 된 히노. 이젠 안심하고 눈을 뜨렴, 츠키오카.  

『굿바이 캐러번』을 읽으면서 이 작가는 역시 스토리가 탄탄해서 BL이든 순정이든 다 괜찮구나 싶었다. 작화도 묘하게 사람을 끌어당기지만 역시 스토리의 맛이 최고다. 기담분위기에서 다양한 분위기의 사랑이야기까지. 아, 정말 좋아~~~

사진 출처 : 책 본문 中 (8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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