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상천녀 2 (완결) - 젊은날의 백일몽과도 같은 환상기담!
요시다 아키미 지음, 추지나 옮김 / 애니북스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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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아주 오래전, 하늘에서 천녀가 내려와 신관 남자와 부부가 되었다...는 전설이 내려오는 카노家. 
카노家의 손녀 사요코는 마치 천녀가 환생한 듯 아름다운 미모를 가지고 있지만, 그녀 주위는 빛보다 어둠이 둘러싸고 있는 듯 보인다. 자신의 운명을 저주하며 살아와 너무 일찍 어른이 되어 버린 사요코는 여성들에겐 선망과 질투의 시선을, 남자들에겐 욕망의 시선을 받으며 살아가고 있어 아직 고교생이지만 사요코는 여느 여고생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를 내뿜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사요코에게 매료되기라도 한듯 주변의 사람들이 하나둘씩 죽어가기 시작한다. 사요코를 괴롭히던 남학생, 사요코를 범하려던 교사. 이들은 각각 사고사와 자살이란 꼬리표를 달고 죽어버렸다. 그러나 이건 시작에 불과했다. 카노家의 재산을 노리고 있는 토노 家의 마수가 사요코를 조금씩 압박해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카노家는 몇백년동안 내려오던 유서깊은 가문으로 신을 모시면서 살았다. 카노家에서 태어난 여자들은 무녀가 되었고, 그러하기에 철저히 모계중심, 여성우선의 집안이지만, 토노家는 벼락부자 집안으로 피로 범벅된 내분과 갈등을 품고 있으며, 지독할 정도로 남자 중심의 집안이다. 토노家는 카노家의 재산을 손에 넣기 위해 아들 아키라와 카노家의 사요코를 맺어주려 한다. 사촌 료의 약점을 틀어쥐고 집안의 권력을 등에 업고 비열한 짓을 서슴지 않는 아키라는 사요코를 손에 넣기 위해 음모를 꾸미기 시작한다.

뭐, 그렇다고 해서 카노家라고 깨끗하기만 한 건 아니다. 토노家 출신으로 카노家에 시집온 사요코의 숙모는 사요코의 아버지와 불륜 행각을 벌이고, 어머니는 소녀처럼 아무것도 모르고 있다. 사요코에게 있어 가족이란 할아버지밖에 의지할 사람이 없는 것이다.

이런 와중에 카노家의 중심인 할아버지가 돌아가시면서 남긴 유언은 사요코에게 어떤 결심을 하게 만드는데... 이 결심은 사요코의 주변을 비극의 도가니로 더욱 거세게 몰아 붙이기 시작한다.

『길상천녀』2권에는 사요코의 어린 시절의 숨겨진 비밀이 나오는데 이 부분을 보면서 사요코가 왜 자신의 운명을 저주하고 있는지 대략 짐작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래도 그녀의 능력은 솔직히 단순히 그것에서만 나온 것이라고 하기엔 설명이 부족하다. 어쩌면 정말 사요코에겐 특별한 피가 흐르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그러나 더 설득력있는 건 역시 과거와 연관된 부분이다. 그것이 사요코를 특별하게 만들었을 가능성이 크다. 

이 작품은 사요코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미스터리한 일에 관한 이야기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좀더 넓은 의미에서 보자면 여성들이 남성중심의 사회에서 어떤 삶을 살아가고 있는지에 대한 단면을 보여주기도 하는 작품이다. 특히 사요코처럼 특별한 경우 그 삶의 질곡이 더욱 커질 수 밖에 없달까. 남들보다 몇배로 스스로를 방어하고, 자신의 영역을 침범하는 자들을 공격할 수 밖에 없는 입장이니까.

나도 여자인지라 사요코에 대한 또래의 동경이 이해가 된다. 이런 부분은 남자 입장에서 보기엔 이해가 잘 안되겠지. 병원에서 죽은 남학생의 경우 사요코에 대해 집착과도 같은 미움을 보였던 이유가 아마도 여성인 사요코에게 힘으로 제압당한 후 자존심이 많이 상했기 때문이 아닐까. 남자들은 상대 여성이 자신보다 강하면 찍어 누르고 싶고 콧대를 꺾어주겠다고 결심하는 경우가 많으니까. 아키라 역시 그런 부류였고.  

사요코의 결심이 무조건 옳다, 라고 하기엔 나도 거리낌이 있을 수 밖에 없지만,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을지도 모르겠다는 묘한 납득도 간다. 사요코가 할 수 있었던 선택은 기존의 남성중심의 질서에 편입되든지, 아니면 자신이 만든 질서 속으로 들어가는 수 밖에 없었을 테니까. 결말을 보면서 사요코를 사랑의 여신 길상천이라 부르긴 힘들지만, 그래도 사요코는 단 하나는 지켜냈다. 어쩌면 사요코에 있어 그것은 모든 비극을 상쇄할 희망의 씨앗으로 충분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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