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 서유요원전 대당편 1 만화 서유요원전
모로호시 다이지로 지음 / 애니북스 / 2011년 3월
평점 :
품절


처음 책을 받고 그 볼륨에 깜짝 놀랐다. 보통 만화는 150~200페이지 정도인데, 이 작품은 두배 정도인 400페이지나 되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더욱 놀란 건 대당편만 10권이란 것. 400페이지로 잡아도 무려 4,000페이지나 된다는 이야기이다. 역시 대단한 작가야, 라는 말이 절로 나올 수 밖에.

서유기를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나 역시 어린 시절 책으로 먼저 접했던 기억이 있다. 그후엔 우리나라 애니메이션으로 서유기가 각색되어 나왔고, 일본 만화중 서유기를 기본 얼개로 한 또다른 판타지 작품이 있다. 나도 좋아하는 작품이라 만화책은 물론 애니메이션도 챙겨 봤던 기억이 난다. 그만큼 서유기란 작품은 다양한 변화를 줄 수 있다는 말이 아닐까. 좀 다른 점이라면 우리나라 애니메이션과 일본 판타지 만화의 경우 엔터테인먼트적인 경향이 강했다면 이 작품은 꽤나 진중하고 무거운 편이다. 그러나 가독성이 정말 좋아 지루함은 전혀 없다. 오히려 뒷이야기가 궁금해서 발을 동동 구르게 만들 정도다.

이 작품의 주인공인 손오공은 서유기의 손오공과는 달리 인간의 자식이다. 화과산 기슭에 있는 마을에 사는 손오공은 출생부터 남다르다. 국원에 의해 납치된 어머니가 낳은 자식이 바로 오공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출생은 남달랐지만 나름대로 평범하게 살아가던 오공은 어느날 화과산에 들어갔다가 스스로를 제천대성이라 칭하는 무지기의 부름을 받는다. 거대한 원숭이 요괴인 무지기는 오공에게 자신의 이름을 이을 자라고 하지만 오공이 이를 순순히 받아들일리가 없었다. 하지만 자신의 눈앞에서 살해당한 어머니를 보고 복수심에 금환을 쓰게 되는데 그것이 오공과 무지기를 연결시키는 연결점이 된다.

하지만 그 고통이 너무 심해 모든 기억을 잃고 떠돌이가 되어 살아가다 인간들에게 잡힌 오공은 지나가던 현장법사의 기도로 제정신을 차리게 된다. 압송당하던 중에 만난 홍해아와 길동무가 되어 당에 맞서기로 한 오공은 유흑달을 찾아 가던 길에 용아녀를 만나 유흑달이 당에 패하고 도망하는 중이란 말을 듣는다. 오공은 홍해아와 잠시 헤어져 용아녀와 함께 백운동에 들어가 그곳에 적혀 있는 비문에 적힌 자신의 운명을 알게 된다.

이 작품의 배경은 수말당초. 수나라가 망하고 군웅할거의 시대에 들어간 중국을 당태조의 아들들이 하나씩 병합해 가는 중이다. 전쟁과 기근으로 고통받는 백성들, 그리고 각각 황제가 될 꿈을 안고 일어선 군웅들의 싸움에 백성들의 고통은 점점 더해가기만 할 뿐이다. 게다가 도적떼까지 설치는 판이니 사람들은 고향을 떠나 산으로 들어가 야인이 되거나 전쟁에 휘말려 죽음을 당하기도 한다. 이런 과정에서 오공 역시 자신을 돌봐주던 가족이 죽고 야녀가 된 어머니마저 살해당하는 등 어린 시절엔 많은 고통을 당하지만 용아녀를 만난 후 자신의 자리를 조금씩 잡아가기 시작한다.

하지만 비문에 적힌 자신의 운명이라든지 스스로의 힘으로 금고봉을 뽑아야 한다는 말을 들으며 반발하기도 한다. 내가 왜 그런 운명에 따라야 하냐는 뜻이겠지. 당연히 소년 오공의 입장에선 그럴 수 밖에 없지 않을까. 남다른 출생과 몰살당한 가족, 자신의 나라를 만들겠다고 각지에서 일어나 전쟁을 일으키는 군웅들을 보며 그런 부정적인 생각을 할 수 밖에 없을지도 모른다. 게다가 무지기란 요괴의 뒤를 이어야 한다니, 그것만큼 오공의 심사를 뒤틀리게 하는 일이 더 있을까. 그러나 그것이 오공이 걸어 가야 할 운명이었으니, 그저 피한다고 될 일만은 아닌듯 하다. 그러니 아마도 앞으로의 전개에 오공의 성장이란 요소가 맞물려 돌아갈 건 분명해 보인다.

「서유요원전」은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서유기에 중국사와 판타지와 기담적인 요소가 섞여 있다. 정말 작품 구상부터 스토리와 작화부분의 세세한 묘사까지 모로호시 다이지로가 아니면 도저히 그려낼 수 없는, 그가 아니라면 시도조차 하지 못할 작품이 아닌가 하는 감탄이 책을 읽는 내내 나오고 만다. 정말 필생의 역작이라는 표현이 과장이 아니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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