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키벤 6 - 철도 도시락 여행기 에키벤 6
하야세 준 지음, 채다인 옮김, 사쿠라이 칸 감수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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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쁘고 착하고 참한 아내 유유코 덕분에 일본 에키벤 일주 여행을 떠난 나카하라 다이스케는 큐슈를 시작으로 츄고쿠 · 시코쿠, 간사이 지방을 지나 홋카이도에서의 여행을 계속하고 있다. 홋카이도는 워낙 넓은 지역이라 세번에 나뉘어 여정이 소개되고 있다. 이번은 그 마지막 여정인 세번째 여정. 큐슈 지방을 다닐 때 함께 다녔던 나나란 잡지 기자와 함께 동행중이다.


  다이스케 아저씨와 나나의 이번 여정은 위의 그림과 같다. 엔가루에서 시작해서 삿포로까지의 여정이다. 중간에 러시아로 잠깐 넘어가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홋카이도 내에서의 에키벤 여행이라고 보면 될 듯. 지난번 홋카이도 여행에서는 홋카이도 만의 절경이나 야생동물들의 등장으로 우리를 즐겁게 해주었다면, 이번 여정에서 독특한 점은 영화나 드라마, CF촬영, 소설의 배경이 된 곳등이 많이 소개된다는 점이다. 그건 나중에 다시 살펴보도록 하고, 일단은 기차 여행의 백미라 할 수 있는 절경들에 대한 소개부터 해볼까.

엔가루역에서 에키벤을 산 두 사람은 간보우 바위에 올라가서 식사를 하게 된다. 사실 이 간보우 바위는 다이스케 아저씨의 몸매(?)로는 도전하기 힘든 곳이긴 하지만 역시 산꼭대기라서 그런지 절경 하나는 끝내주는 곳이다. 엔가루까지 와서 그곳에 올라가지 않는 것은 너무 아깝지. 씩씩한 나나와 그런 나나를 보며 새디스트라고 투덜대든 다이스케 아저씨. 제발 좀, 아저씨 그 새디스트란 표현은 안쓰면 좋겠구만요. 아저씨가 그런 말을 하면 엄청 징그럽거든요! 여하튼 간보우 바위에서 본 절경은 끝내준다. 바람은 좀 심하지만 그런 건 좀 참을 수 있을 듯.

마루셋푸역 근처에는 '마루셋푸 삼림공원 휴식의 숲'이라는 오토 캠핑장이 있다. 열차로 여행을 다니는 경우엔 숙박이 힘들겠지만 자동차로 여행을 올 경우 이용하기 좋을 듯. 이곳에는 마루셋푸의 삼림지대를 다녔던 무리이 삼림철도 정용 기관차가 있다. 이 모델의 경우 21호만이 보존, 2004년에 홋카이도 유산으로 지정되었다.

아사히카와역에서는 두 가지를 즐길 수 있다. 하나는 자전거를 타고 '카무이코탄'에 가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임시편 열차인 '아사히야마 동물원호'를 타고 아사히야마 동물원에 가는 것이다. 이 두 사람은 내부가 동물모양으로 장식된 아사히야마 동물원호를 타고 가긴 하지만 동물원에 가지는 않는다. 나같으면 동물원에 갔을 듯. 어딜가나 난 동물원이 최고! 어쨌거나 두 사람은 자전거를 타고 '카무이코탄'에 가기 때문에 그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 이 두 사람이 자전거를 타고 달리는 길은 하코다테 본선이었지만 지금은 사용하지 않아 자전거길로 이용되고 있다. 아름다운 풍경을 벗삼아 자전거를 타고 카무이코탄까지 20km의 길을 달린다는 건 분명 축복받은 일일 듯. 카무이코탄역 역시 지금은 폐쇄, 쓸쓸한 자취만 남겨져 있다.

자연을 벗삼아 관광하는 관광코스는 이정도. 나머지는 앞서 말한대로 드라마, 영화, CF 촬영지, 그리고 소설의 배경이 된 곳을 알아 볼까나. 에비시마역에는 또하나의 이름과 또하나의 역사가 있다. 바로 아시모이역이란 것인데, 이곳은 NHK드라마 '스즈란'의 무대가 되었던 곳이다. 아시모이란 곳은 가공의 지역이기때문에 에비시마역을 무대로 해서 촬영된 것이다. 마시케역의 경우 '역(STATION)'의 촬영장소였다. 이 영화의 출연배우중 바이쇼 치에코는 '하울의 움직이는 성'에서 소피역을 맡은 배우다. 이들 역이 있는 루모이 본선은 영화나 드라마의 촬영지로 인기가 있는 곳인데, 아무래도 홋카이도의 자연풍경은 일본에서 제일 아름답기 때문이 아닐까.

후라노역 근처에는 후지테레비의 드라마 '북쪽 나라에서'의 자료관이 있다. 또한 좀더 들어가면 '북쪽 나라에서'의 로케지였던 '로쿠고의 숲'이란 곳이 있는데 이 드라마의 주인공의 집이라든지 드라마에 등장했던 건물들이 그대로 남아 있다고 한다. 후라노선에는 여름에만 문을 여는 임시역이 하나 있는데 라벤더꽃밭역이란 곳이다. 말그대로 라벤더가 가득 심어져 있는 곳이다. 웬지 역자체로도 향기가 물씬 풍겨나올 듯한 느낌이랄까. 이 역과 관련해서는 본문이 끝난 후 부록으로 더 많은 설명이 실려 있으니 참고해도 좋을 듯.

비에이역에서 내려 관광버스를 타고 가면 닛산자동차 CF의 무대가 된 '켄과 메리의 나무'가 있고, '세븐 스타' 패키지에 사용된 '세븐스타의 나무', '마일드 세븐의 언덕', '가족의 나무'등 멋진 나무들이 있는 풍경을 볼 수 있다.

이름도 독특한 핏푸역은 핏푸 엘렉키반의 CM이 촬영된 장소로 도쿄타워, 마루 밑 아리에티에 출연한 키키 키린이 출연했다. 시오카리역은 우리나라에서는 '빙점'의 작가로 잘 알려진 미우라 아아쿄의 '시오카리 언덕'이란 소설의 배경이 된 곳으로 이 소설의 내용은 실화에서 따온 것이라 한다.

사할린으로 가려면 왓카나이 역에서 페리를 타고 가면 된다. 고작 40km정도 밖에 떨어지지 않은 곳이라 한시간하고 좀더 가면 도착. 페리안에서는 무료 도시락이 제공되는데 이건 완전 일반도시락이었다. 호화 도시락만 보다가 이걸 보니, 뭐랄까 옛날 생각이 나더이다.

그외에도 많은 이야기가 있지만 일일이 다 언급할 수 없어 이만..(笑) 물론 철덕인 다이스케 아저씨의 이야기 중에 철도나 기차와 관련된 이야기도 수없이 많다. 하지만 난 철도 보다는 다른 곳에 관심이 더 많은 사람인지라...


 

에키벤 여행이니 에키벤 이야기는 끝도 없을 것 같지만 그래도 몇가지만 이야기해 볼까나~~ 역시 홋카이도답게 풍부한 해산물이 주재료가 되는 에키벤이 많이 등장한다. 게도시락이나 가리비 도시락이 역시 홋카이도답다는 생각도 들지만 홋카이도의 명물 중 칭기즈칸을 빼놓을 수 없지. 양고기 도시락인데 이건 데워서 먹는 도시락이다. 칭기즈칸은 홋카이도의 명물로 알려지긴 했지만 사실 홋카이도 내에서도 양고기는 고급으로 취급되며 대부분은 수입 양고기라고.. (다른 책에서 읽은 기억이 있어서 살짝 덧붙였습니다)

ZooBen 구르메 박스란 생소한 이름도 눈에 띄는데, 구르메란 미식가란 뜻. 홋카이도에서 생산된 다양한 식재료를 조리해 만든 도시락인데 가짓수는 많지만 그다지 호화로운 도시락은 아니었다. 이름값에는 좀 못미치는 느낌? 그런 도시락으로는 북쪽의 맛 버섯밥도 빼놓을 수 없다. 버섯밥이라 해놓고 버섯은 만가닥 버섯 딱 한가지만? 어이, 어이. 최소한 버섯이 세가지는 들어가야 버섯밥이란 이름을 붙일 수 있는 건 아니겠소! (아무리 여기서 항의해봐야 그쪽까지는 안들릴테지만, 그래도 말해봤습니다)

음, 난 육류를 좋아해서 역시 항정살 덮밥에 눈이 확! 항정살은 그냥 구워먹으면 약간 기름진 느낌이 나는데 양념을 하면 기름진 맛을 확실히 잡아주겠네, 라는 생각을... 된장 돼지고기덮밥 역시 돼지고기의 누린내라든지 이런 걸 잡아줄 것 같은 느낌. 근데 단맛이 나는 일본 흰된장이라... (흰된장(시로미소)은 안먹어봐서 역시 맛은 상상이 잘 안되네요. )

지금은 판매하지 않는다는 청어 · 청어알 도시락은 그림만으로 호화롭다, 란 생각이 들었다. 청어도 큼직하게 들어가 있고, 청어알도 큼직해서.. 청어를 좋아하는 분이라면 침이 꼴깍 넘어갈 듯. (그러고 보니 우리나라 과메기는 원래 청어로 만들었다지만 지금은 청어가 잡히지 않아 꽁치로 대신하고 있지요. 이것도 지구 온난화때문이겠죠)

오토이넷푸역의 메밀국수는 에키벤은 아니지만 특별한 것이라서 잠시 언급을... 메밀의 북방한계선이 오토이넷푸라고 한다. 그래서 이 오토이넷푸역의 메밀국수는 일본 최북단의 메밀국수라고 한다. 하지만 이 메밀국수집의 후계자가 없어 6대째로 문을 닫을 것 같다는 다이스케 아저씨의 이야기에 웬지 가슴이 찡해졌다.

홋카이도 마지막 에키벤 중 하나이 홋카이도 맛기행은 홋카이도의 맛을 그대로 전해주는 듯. 게살, 연어살, 연어알, 명란젓, 가리비, 성게등 풍성한 해물잔치 도시락이랄까. 이 도시락은 치라시 초밥이기 때문에 더 맛있을 듯.

그러고 보면 에키벤에 딸려 나오는 밥은 대부분 간이 되어 있다. 이유를 곰곰히 생각해 봤는데, 도시락이란 게 식으면 맛이 떨어지게 마련. 특히 흰밥의 경우 뭉쳐서 떡처럼 되는 경우가 많은데 그걸 방지하기 위함이 아닐까 싶다. 흰쌀밥은 따끈할 때 먹으면 밥이 달지만 역시 식은 밥은 별로. 그렇기 때문에 맛을 떨어뜨리지 않기 위해, 그리고 상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단촛물을 넣거나 다양한 육수를 넣어 지은 밥을 넣은가 보다, 라고 나름대로 납득. (근데 알고 보면 앞에서 이미 이런 설명이 나온 건지도 모르겠네요)

기차를 타고 에키벤을 먹으면서 일본 일주 여행을 하는 건 분명 부러운 일이고 침 꼴깍 넘어가는 일이다. 하지만 권수가 진행되어 가면서 자꾸만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이 나오는 것도 사실. 다이스케 아저씨 캐릭터도 좀 그렇고, 이 작가가 가진 역사인식이나 남성관 및 여성관도 그렇고, 솔직히 좀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특히 나나의 잡지사 편집부장, 도대체 이 분은 사무실에서 뭐하는 거랍니까? 안마해주는 여자들은 직원인지 아니면 안마사인지는 모르겠지만 도대체 그런 장면이 왜 들어가야 하냐고! 또한 나나는 철없고 아이같고 모르는 것도 많은 여성으로 그려지는 반면, 다이스케 아저씨는 찌르면 뭐든 대답이 가능한 만능인처럼 나오는 것도 싫었다. 철덕이라 철도나 에키벤에 관해서는 당연히 일가견이 있는 게 맞겠지만 아무리 그래도 나나도 아는 게 좀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 물론 이젠 헤어져서 각자의 갈 길을 가겠지만...

철도를 좋아하는 오타쿠 중에 남성의 비율이 높아서 그런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요즘은 테츠코(여성 철덕)란 단어가 정도로 철도와 에키벤을 좋아하는 여성의 비율도 높아지고, 나같이 철도의 역사나 기차에 대해서는 별 관심없어도 에키벤에 관해서는 관심이 많은 독자도 있는데, 남성이 중심이 되어 군림하는 이야기는 역시 별로다. 게다가 역사 인식 문제도 그렇고. 러시아에 증기 기관차를 보낸 것과 그에 대해 사과하는 세르게이의 모습을 보면서 이 작가의 역사 인식이 어떤지 대충 짐작이 간달까. 좀 불쾌하지. 지난 번엔 나나가 날 좀 불쾌하게 만들더니... 이래서 좀 고민이 되긴 하지만 그래도 기차 여행과 에키벤의 즐거움을 무시하고 싶지 않으니 일단은 계속 읽어볼까 싶다.

사진출처 : 책 뒷표지, 에키벤 가이드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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