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는 안질려 2
유메지 코우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1년 3월
평점 :
절판


우연히 길에서 만난 새끼 고양이를 입양한 작가샘은 처음에는 다른 곳으로 입양보내려 하다가 결국 그 고양이에게 로즈란 이름을 붙이고 키우게 된다. 돼지코에다가 알러지로 인해 눈물에 눈꼽에 털도 숭숭 빠져 새끼 고양이의 귀여움보다는 그냥 못난이처럼 보였던 로즈가 귀여워 보이게 되고 이사와 더불어 새로운 고양이 스우쉬를 입양한 이야기까지가『고양이는 안 질려』1권의 내용이었다. 소소한 에피소드들이 나열되어 있어 시간의 흐름이나 이런 건 일정하지 않지만 그런게 대수겠소. 깨알같은 재미가 가득한데...

2권은 로즈와 스우쉬의 똥꼬발랄한 해피 라이프와 작가가 십여년을 기르다 다른 곳으로 입양시킨 키비에 대한 이야기로 이루어져 있다. 두가지 이야기가 좀 분위기가 다르니 따로 나눠서 이야기를 해 볼까나.

로즈와 스우쉬의 똥꼬발랄 해피라이프

로즈는 어린 시절부터 혼자 커서 그런지 다른 고양이에 대한 거부감이 없었다...기 보다는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몰랐던 것 같다. 그래서 스우쉬가 장난을 걸어와도 밥을 뺏아 먹어도 그다지 불평은 없었다. 하지만 좀 불만인 것은 자신의 놀이 시간이 줄었다는 것. 하지만 그것도 잠시 스우쉬와 함께 뒹굴거리며 노는 재미에 푹 빠진 로즈였다.

2권 에피소드 중에 기억에 남는 것은 역시나 사고치는 두 녀석에 관한 것이 제일 많다. 둘이 화장실에 들어갔다가 갇혀버리는 일부터 시작해서 그 일이 있은 후에도 장난을 치다 욕조에 빠져버린 스우쉬의 이야기하며... 정말이지 고양이는 두 마리만 되면 집안이 시끌벅적이다. 물론 혼자서 열마리 노릇을 하는 녀석들도 있지만 대개는 놀이 상대가 있으면 더욱 시끌시끌해진다. 로즈보다는 스우쉬가 사고를 많이 치는 편인데 파리 끈끈이에 붙지를 않나 발밑에서 알짱대다가 부엌칼이 떨어져 큰일 날뻔 하지를 않나, 작가샘이 계단에서 내려오다 미끄러져 다치게 하지를 않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일이 즐거운 한사람과 두마리였습니다.

하지만 스우쉬는 생각외로 소심해서 새로운 인물이 보이면 쌩~~하니 숨어버리기도 하는 경우도 있고, 자기 자리에 가고 싶어도 가지 못해 애를 태우기도 한단다. 우리 티거는 완전 투명고양이 증후군이 있는 녀석이라 내가 좀 알지. (푸힛)

근데 보면서 살짝 무서워졌던 에피소드는, 고양이 스팟이란 것. 첨엔 로즈가 집안의 한 구석을 뚫어지게 쳐다보더니 나중엔 스우쉬까지 합세! 도대체 뭘 보고 있었던 거니? 로즈, 스우쉬! 지진같은 건 감지도 못하는 주제에 혹시~~~. 음, 그러고 보니 우리 강쥐들이 가끔 베란다 창을 보고 짖는 경우가 떠올랐다. (제가 사는 곳은 8층입니다) 도대체 뭘 보고 짖는건지, 밤에 묘하게 짖으면 묘하게 무섭다능. (설마~~ 제가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요? 다만 개들이 많으면 '그것'이 집에 들어오지 못한다고 해서 나름대로 안심하고 살고 있습니다)

안녕, 키비

키비는 일명 요물고양이라 불리는 23살의 노묘. 원래는 작가샘이 기르던 고양이였지만 잦은 이사로 인해 고생을 많이 하는 것이 안스러워 어시스턴트의 집으로 입양을 보낸 고양이다. 2kg정도밖에 안나가는 작은 녀석인데 신장병으로 고생을 하다보니 털도 까칠해지고 살도 많이 빠진 모습이 안쓰러운 녀석. 어시스턴트가 작가샘의 집에 와서 작업을 하는 동안 키비를 데리고 오자 로즈와 스우쉬는 급관심을. 하지만 사람에게도 까칠한 키비인지라 고양이는 더욱 용납을 못한 모양이었다. 하지만 그 하악질 덕분인지 배변도 혼자 할만큼 상태가 좋아지기도 했단다.

하지만 고양이에게 있어 신장병은 치명적이다. 어쨌든 고생을 좀 덜하고 갔으면 하는 바람을 가진 작가샘과 어시스턴트의 대화는 가슴을 찡하게 만든다. 잘 먹고, 잘 싸다가, 잘 죽었으면 좋곘다는 바람일 것이다. (여기서 잘 죽는다는 말은 편안하게 눈을 감는다는 말입니다) "키비가 죽으면 축하해주자, 애썼다고. 승천 기념 만주도 돌리고." (102p) 라는 작가샘의 말을 들으면서 문득 우리 강쥐들을 돌아보게 된다. (강쥐들 평균 연령이 10세가 넘고 제일 나이 많은 녀석이 19살. 고양이는 아직 9살정도입니다) 오래오래 건강하게 살아주길 바라는 마음이지만, 만약 20살 넘어까지 살지는 못해도 아프지 않고 편하게 지내다 떠나길 바라기 떄문이다. 나도 이럴진대 오랫동안 신장병을 앓고 있던 키비를 보는 두 사람의 마음은 오죽했을까.

또한 키비가 무지개 다리를 건넌 후 담담하게 그 이야기를 하던 작가샘이 핸드폰 사진을 보고 심장이 욱신거린다는 표현에 난 우리 가을이가 생각났다. 가을이는 올해 5월이 되면 무지개다리를 건넌지 2년이 된다. 녀석은 18살의 나이로 무지개 다리를 건넜는데, 가을이는 다행히 떠나기 전날까지 밥도 잘 먹고 우유까지 먹고 떠났었지만(사람으로 치면 호상이겠죠), 막상 그후 몇주간은 난 집에도 들어오는 것조차 망설여질만큼 힘들었기 때문이다. 사실 가을이가 무지개 다리를 건넜다는 이야기도 입으로 할 수 없을 만큼 고통스러웠다. 가을이란 이름의 '가'자만 꺼내도 꺼이꺼이하고 울음이 터져버렸으니까. 비록 다른집에 양녀로 보낸 키비였지만 십년이 넘는 시간을 키워왔던만큼 그런 작가샘의 마음이 이해된다.
 
행복 오라를 내뿜으며 살고 있는 두 마리의 고양이 로즈와 스우쉬의 이야기에 키득거리면서 웃다가도, 오랜기간 투병생활을 하다 무지개다리를 건넌 키비의 이야기에 가슴이 찡해지고 코끝이 시큰거렸다. 키비, 넌 오래전에 이미 하늘로 떠났지만 이렇게 널 기억하고 있는 사람이, 너의 이야기를 읽고 있는 사람이 많단다. 그곳에선 아프지 않고 행복하게 지내고 있겠지? 언젠가 다시 만날 엄마를 기다리면서말야. 잘 지내렴 키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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