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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t Simple
오노 나츠메 지음 / 애니북스 / 2007년 7월
평점 :
품절
여기 한 남자가 있다. 그의 이름은 이안. 그의 삶은 정말 꾸며낸 이야기라 해도 믿을 정도로 비극으로 점철되어 있었다. 친아버지와 친누나 사이에서 태어난 이안은 출생부터 환영받지 못했다. 생모를 누나라고 알고 커온 이안은 알콜중독자 어머니와 가정에 관심이 없는 아버지 사이에서 컸다. 어린 나이에 이안을 낳았던 누나는 부모로부터 독립해 이안을 키우기 위해 도둑질을 하다 감옥에 갇혔다. 그후 부모의 이혼, 호주에서 영국으로 이사한 이안은 더욱 불행한 삶을 이어가게 된다.
이안은 고작 13살의 나이에 엄마의 술값을 벌기 위해 남자를 상대로 매춘을 해야했고, 누나가 돌아오기만을 기다렸지만 누나는 다시 이안을 아버지에게로 보낸다. 때가 되면 꼭 데리러 갈게, 라며 이안이 달리기 기록을 달성하는 날 데리러 온다는 누나의 말에 이안은 열심히 달린다. 하지만 그후 이안은 누나가 미국으로 갔다는 이야기를 듣고 누나를 찾기 위한 여행을 시작한다.
하지만, 이안은 다시는 누나를 만날 수 없었다. 누나에게 벌어진 비극적인 사건, 그리고 그 사건의 중심에 있었던 어린 시절의 이안. 무슨 악연인지, 도대체 하필이면 그 사람이 누나의 애인이었을줄이야. 세상의 희망이었던 누나가 죽은 후 이안의 자신에게 남겨진 마지막 약속, 마지막 희망을 찾기 위해 약속 장소로 가지만, 그곳에서 이안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은....
이안은 태어나자부터 거부당하는 존재였다. 유일한 희망이었던 누나와는 제대로된 행복한 생활을 누려보지도 못했다. 누나의 죽음 이후, 이안은 부모에게마저 완전히 버려졌다. 하지만 이안의 삶이 완전히 불행으로 점철된 것은 아니었다. 짐이란 좋은 친구도 만났고, 다시 희망을 안겨준 사람도 만났지만 결국 이안의 마지막 희망마저 이루지 못했다. 아주 사소한 거짓말이 결국 이안의 마지막 희망마저 앗아간 것이다.
스스로의 삶은 이렇게 불행했고, 남들은 쉽게 가질 수 있었던 것도 가지지 못했지만 이안은 타인들에게 가족의 소중함이란 걸 전해주었다. 정작 자신은 가족의 온기도 제대로 못받았는데, 짐과 그녀에겐 가족이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다시금 느끼게 해주었다. 이게 이안이 이 세상에 태어난 이유였을지도 모르겠지만, 아무리 그렇다 해도 너무 가혹한 것 아닌가.
이안의 말 중 유난히 기억에 남는 말이 있다. "걷고 있으면 친절한 사람들과 자주 만나게 돼. 내가 지금 여기 있을 수 있는 건 그 사람들 덕분인지도 몰라. 따뜻한 사람들이야. 하지만... 정말로 내가 원한 건 좀더 가까이 있는 사람들의 온정이었는데." (239~240p)
그랬다. 이안은 누나를 찾는 여행을 시작하면서 수많은 사람들을 만났고 그들에게 따스한 호의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이안의 진짜 목적은 가족을 만나 가족과 함께 사는 것이었다. 평범한 행복을 원한 것이었다. 그러나 그 작은 바람마저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렇게 보자면 우리는 많은 것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에 감사할 줄 모르며 살아가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가족은 너무나도 당연한 듯히 존재하기에 그 소중함을 잊기 쉽지만, 가족이 정작 없어야 그 소중함을 깨닫게 되니 이 얼마나 아이러니한 일인지. 이안에겐 그 소중한 가족이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고, 누나와의 약속이 유일한 희망이 되어 그를 지탱시켜 주었지만, 이안에겐 결국 그 희망마저 허락되지 않았던 것이다. 비록 이 세상에서는 누나와 다시 만나지 못했지만, 하늘에선 다시 만났겠지? 이젠 무조건 행복해지길 바랄게, 이안.
이안의 생은 너무나 짧았고, 너무나도 불행했다. 하지만 이안은 우리에게 아주 소중한 것을 일러주었다. 바로 가족의 소중함이란 것이다. 『not simple』이 담고 있는 이런 메세지는 오노 나츠메의 간략화된 단순한 그림이 품고 있는 감성을 통해 슬픔과 아픔, 절망,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속에 존재하는 희망에서 배어나오는 따스함을 배가시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