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쿠시지 료코의 괴기사건부 3 - 파리 요도변(절판 예정)
다나카 요시키 지음, 김진수 옮김, 카키노우치 나루미 그림 / 대원씨아이(단행본) / 200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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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외모, 집안, 학벌 어느 것 하나도 빠지지 않는 여성이지만 유일한 단점이라면 성격이 최악이란 것. 오죽하면 드라큘라도 피해가는 료코의 줄임말인 '드라피해 료코'가 별명으로 붙었을꼬. 게다가 재앙의 여왕답게 그녀가 가는 곳마다 벌어지는 미스터리한 사건들. 보통 사람들이라면 평생을 가도 한 번도 못만날 괴물들이지만 야쿠시지 료코가 가는 곳에는 반드시 나타난다. 그녀에겐 괴물을 끌어들이는 페로몬이라도 있는 건지.

야쿠시지 료코가 이번엔 파리에 떴다. 물론 그녀의 충실한 시종 이즈미다 준이치로 경부보도 강제동행했다. 불쌍한 이즈미다. 단 2주만이라도 료코에게서 해방될 수 있는 기회였는데... 어이없이 끌려가고 말았다. 덕분에 일본에 있는 경찰관료들은 2주나마 발 뻗고 자겠군. (笑)

료코가 가는 곳에 반드시 나타난다, 괴생명체. 이건 아무래도 정식으로 등록해 두어야 할 발언일 듯. 파리 드골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터억 하니 나타나신 괴물은 다람쥐같이 생긴 동물로 사람의 뇌를 빨아먹는 괴물이었다. 아, 사람의 뇌를 빨아먹는이란 표현에서 토나올 뻔했다. 난 다른 건 그래도 참아줄 수 있는데 이건 정말 못참겠다. 이건 아마도 영화 스타쉽 트루퍼스의 영향일 듯. 거대한 곤충이 사람의 뇌를 빨아먹는 장면이 적나라하게 노출되었었지. 그후론 그에 대한 묘사만 있어도 토나올 것 같다. 여기에 등장하는 괴물은 쬐끄만 다람쥐같은 녀석이긴 하지만 하는 짓은 똑같다. 

미스터리한 사건의 예감! 여기가 일본이면 어떻고 파리면 어떠랴. 료코에겐 국경도 필요 없고, 평화외교도 필요 없다. 그런 건 이미 사건이 발생한 순간 안드로메다로 날려버렸을테니. 허허참, 이런 걸 보는 부하입장에선 간이 쪼그라들만한 일이겠지만 료코의 악행(?)을 수없이 지켜본, 그리고 그것에 가담하기까지 한 이즈미다 경부보인지라 웬만한 사람보다 간은 수십배나 커졌을 듯. 이렇게 공항에 도착하자자 벌어진 괴사건에 료코는 희희낙락하며 사건수사를 시작한다. 그래도 아무래도 남의 나라이다 보니 좀 걸리는 건 있지만 료코에겐 료코만의 무기가 있지. 뻔뻔함, 방약무인함, 경찰권력의 남용 등이랄까. 

이번 이야기는 파리를 배경으로 하는 작품으로 외국에 진출해 있는 거대 일본 기업을 대상으로 한다. 콕집어 말하건대 기업보다는 그 기업이 후원하고 있는 사람의 문제이겠지만, 뭐 일단은 그렇다고 치자. 재미있는 건 네오나치즘 추종자가 등장한다는 것인데 이 사람이 또한 미친 과학자란 거. 연금술을 연구하는 사람인데 이것을 통해 일본을 최강의 국가로 만들어 세계를 지배할 꿈을 꾼다. 연금술이란 것이 원소의 속성을 바꾸어 다른 원소로 만드는 것이 기본인데, 그것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것이랄까. 근데 괴물은 왜 만드냐고. 

물론 이 괴물을 만드는 기술은 연금술 발달 과정에서 생겨난 것이긴 하지만 웬지 괴물이라거나 이 괴물을 만드는 법이라거나를 보면 마녀가 할 일이지 과학자가 할 일은 아닌 것 같단 말이지... 하여튼 이 비법을 '조시모스의 비법'이라고 한단다. 하여튼 미친 과학자에 씌인 네오나치즘의 망령이 불러온 그릇된 야망이랄까. 이걸 깨부수는 료코의 활약은 역시나 통쾌하다. 근데 이런 료코의 활약을 보면 역시 료코 자체가 마성이 깃든 게 아닌가 싶다. 도대체 한계가 없어 보이니.
 
거리에서 결투가 벌어지면 가게를 통째로 산다는 선언을 하지 않나, 자신의 소유인 아파트가 괴물에게 먹히면 새로 지으면 된다고 하지 않나, 평범한 사람들의 상식을 뛰어넘는 야쿠시지 료코의 활약. 그리고 이즈미다 경부보의 활약이 멋진 파리 요도변. 

참, 근데 료코는 이즈미다에게 어떤 감정일까. 저번엔 인간의자로 활용하더니 이번엔 좀더 친근한 행동을!? 그나저나 이즈미다 경부, 당신 참 큰일났소. 이런 료코와 자꾸 함께 있다 보닌 여자 보는 눈이 쓸데 없이 이상한 쪽으로만 높아지잖아! 료코를 감당할 남자는 이 세상에 이즈미다밖에 없을지도 모르겠지만, 이렇게 가다간 이즈미다 경부보마저 료코밖에 안보이게 될지도!? 둘의 미묘한 러브라인(?)을 상상해 보는 것도 또하나의 재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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