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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더힐 on the hill 1
장어진 글 그림 / 코믹트리 / 2011년 2월
평점 :
품절
현재 30대 중반인 나는 남들이 보기엔 참으로 암울한 생활을 하고 있다. 직장을 그만 둬버려서 백수로 살고 있지, 연애는 커녕 밖에 거의 밖에 나가지도 않는 반히키코모리 생활을 하고 있지, 운동은 체력이 달린다는 이유로 피하고 있고, 시험을 앞두고 있어 일상이 공부가 되어야 할 생활임에도 불구하고 때때로 공부 생활을 이어오고 있는 중이다.
이런 나지만! 이런 나지만, 나도 20대 때는 달랐다. 꿈도 많았고 희망도 많았달까. 이십대 때의 나의 목표는 일, 사랑, 공부, 운동, 이 네가지를 모두 잘 하는 것이었다. 물론 완전 성공이라고 말하긴 어려워도 어느 정도 목표치에 접근한 생활을 했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일 하나만으로도 벅차서 숨이 헉헉거릴 때였는데 어떻게 네가지를 동시에 했었는지 본인이 생각해도 신기하다. 20대의 열정과 패기란 것이 살아 있었기 때문일까. 그래서 때때로 20대로 다시 돌아가고 싶은 생각에 몸부림치지만, 시간은 꾸준히 앞으로 흘러만 갈 뿐, 거꾸로 흘러주지는 않는다. 아, 야속한 세월이여~~
그래서 그런지 20대들이 나오는 만화를 보면 참 부럽다, 라는 생각을 먼저 하게 된다. 반면 제자리를 못잡고 방황하는 것들(?)을 보면 뒷통수라도 한대 갈기고 싶은 생각도 든다. (우와, 과격! 그래요, 저 과격한 인간입니다)
『온 더 힐』을 읽으면서 난 솔직히 말해 좀 짜증이 났다. 저렇게 좋은 시간을 저따위 것들로 낭비하다니. 뭐 이런 생각이었달까. 표지를 장식하고 있는 네명의 주인공을 하나씩 살펴 보며 내가 왜 짜증을 내는지 그 이유를 말해 볼까나.
일단 어린 시절 백돼지란 별명을 가지고 있었던 한예슬. 그녀의 성격은 화끈하고 대범, 거기에 플러스해서 누구나 알아주는 주당. 그런 그녀가 어느 날 사고(?)를 치고 말았던 것이다. 필름이 확 끊겨 버린 것. 아이쿠야, 나도 20대 때에는 필름이 끊길 정도로 술을 위장에 쏟아 붓던 생활을 해온 건 인정하지만 필름은 늘 집에 가서 끊겼다. 곧 죽어도 집에 가야 한다는 생각에 정신줄 놓지 않으려 생쑈를 하면서 집으로 들어가서 필름이 끊겼다. 하지만 멀쩡한 아가씨가 집에도 들어가지 않고 모텔에서 눈을 떠!? 솔직히 말해서 난 술을 좋아하는 여자는 싫어하지 않지만 술을 마시고 아무데서나 필름이 끊기는 여자는 질색이다. 그러다 무슨 사고라도 당하면 누가 책임질건데? 다행히 이 사고는 무난하게(?) 수습이 되지만, 이 아가씨는 술때문에 나중에 큰 망신 당할 날이 기필코 찾아 오지 싶다.
한예슬의 문제는 이것 뿐만이 아니다. 이명신(♂)이란 소꿉친구를 아주 자기밥으로 안다. 꼬붕취급도 이젠 그만 하면 안되겠니. 게다가 명신이 게이라는 고백을 하자 박장대소를 하며 친구들에게 소문내기까지. 아무리 친한 친구라도 그건 아웃팅이지. 게다가 명신이 친구를 만나는 자리에 나가서 보이는 추태하며... 아, 정말 한예슬 도대체 어쩌면 좋겠니.
두번째는 겉모습도 소녀, 정신연령도 소녀인 김용진(본인은 김세진이라 박박 우긴다). 모태 솔로인 그녀는 미술관 아르바이트에서 만난 해진이란 사람에게 반한다. 데이트도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지만 어라라, 알고 보니 해진은 그가 아니라 그녀였다. 게다가 레즈비언? 미치고 팔짝 뛰고 환장할 일이겠지. 처음으로 반한 사람이 남자가 아니라 여자라니. 뭐 중성적인 매력은 넘치는 캐릭터였지만 그렇다고 아무리 그래도 성인 여성을 남성으로 착각하는 세진의 눈은 뭥미? 세진은 뭐랄까, 몸도 마음도 아직 소녀다. 20대 후반이 되어 용모가 소녀인 것은 분명 축복받을 일이이지만 정신연령이 소녀인 것은 보는 사람 입장에서도 눈을 돌리고 싶은 거 아닌가. 에휴.
세번째는 윤미라는 직딩. 사내연애를 했지만 그 남자가 결혼하는 바람에 솔로가 되었다. 윤미는 성격은 좋지만 눈치없고 입이 가벼운데다 일을 지지리도 못한다. 직장에서 섹시미를 강조하며 대충대충 넘어가는 눈치이지만, 그게 언제까지 먹힐까나. 아니 도대체 직장이란 것의 개념은 있는지.
아, 도대체 왜 이렇게 부실하고 부실한 인간들만 모아서 이야기를 만들었을까. 아마도 아직은 덜 여문 이 아가씨들이 제대로 된 사랑도 하고, 일도 성공하고 등등의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가 아닐까. 그렇게 본다면 뒷이야기는 뻔한 스토리로 흘러갈 법하다는 예감이 든다. 난 좀 강력한 여성 캐릭터를 좋아하고 그들이 좌절을 겪고 그것을 극복하는 스토리가 좋지 이런 찌질이들이 대략 성공한다는 이야기는 솔직히 말해서 별로다. 내 취향은 아닌거지. 요즘 20대 여자애들이 이런 아이들이 많아서 그런지는 몰라도 뻔한 캐릭터에 뻔한 이야기는.... 진부하지.